먹거리 할당관세 확대…내 식탁엔 무엇이 달라질까? [나유정]
2026.06.27 06:01
정부 “원가 부담 완화” vs 농업계 “농가 보호 대책도 함께 필요”
[헤럴드경제=김선국 기자] 커피 한 잔, 과일주스 한 병, 바나나 한 송이.
장을 보다 보면 예전보다 먹거리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가공식품과 수입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먹거리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반기에도 식품 원료 등에 적용하는 할당관세를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민생물가 안정 및 서민부담 경감방안’을 발표하고,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일부 품목의 할당관세를 연장하는 한편 적용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13개 품목의 적용 기간은 연장되고 과실주스와 농축액, 맥아추출물 등 9개 품목이 새로 추가됐다. 하반기에는 연중 적용 품목을 포함해 과일 3종과 식품원료 17종, 사료원료 2종 등 모두 22개 품목이 할당관세 혜택을 받는다.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품목은 대부분 일상에서 자주 소비하는 식품이다. 커피 원두는 커피믹스와 원두커피 가격에 영향을 주고, 설탕과 코코아는 과자와 빵, 초콜릿, 음료의 주요 원료다. 사과·레몬·포도 농축액은 주스와 디저트, 맥아추출물은 시리얼과 제과·음료 제조에 사용된다. 바나나와 망고, 파인애플 등 수입 과일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줄여 가격 인상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농축산물 68개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한 결과 약 5950억원의 관세 지원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 돼지고기 가공원료육에 할당관세를 적용하면서 미국과 스페인에 집중됐던 수입선을 브라질과 멕시코 등으로 넓혔고, 일부 식품업체는 7~23% 수준의 원가 절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농림축산식품부는 설명했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과실주스와 농축액도 여름철 음료와 디저트 수요 증가에 맞춰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농식품부는 국내 생산이 없거나 공급이 부족한 품목을 중심으로 대상을 선정해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할당관세가 곧바로 마트나 편의점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이번 조치의 목표를 가격 인하보다 ‘가격 상승 억제’에 두고 있다. 수입 원재료 부담을 줄여 식품업체의 가격 인상 압력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세구역 관리와 통관·유통 점검을 강화하고, 할당관세 품목을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수입부터 판매까지 관리 체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농업계에서는 할당관세 확대의 소비자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관세 혜택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보다 유통 과정에서 흡수되는 경우가 많고 기업이 제품 가격을 내리지 않는 사례도 있다”며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고환율과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농가의 생산비 부담도 크게 늘어난 상황”이라며 “수입 농산물 관세를 반복적으로 낮추면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국내 농업 기반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사무총장은 여름철 수입 과일 확대도 국내 농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복숭아와 포도, 수박, 참외 등 제철 과일의 소비가 줄어 농가 소득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주스 원료 수입이 늘면 가공용으로 쓰이는 국내 등외 과일의 판로도 함께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번 할당관세 확대가 식품업계의 원가 부담을 줄이고 먹거리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과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유통 구조, 기업의 가격 정책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물가 안정 효과가 실제 장바구니 가격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이번 정책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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