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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제도의 허와 실

2026.06.27 00:34

[아무튼, 주말]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일러스트=유현호

지난주 수원지방법원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연어 술파티 회유 의혹’을 둘러싼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4개월의 유죄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이번 재판은 배심원이 통상 하루 정도 재판에 참여해 의견을 내는 경우와는 달리 10일간이나 진행됐습니다. 지금까지의 국민참여재판 가운데 최장의 재판입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국민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와 양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로서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진행된 사법개혁의 한 내용으로서 로스쿨과 함께 도입됐습니다. 법원의 재판이 국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국민이 직접 재판에 참여해 국민의 목소리를 재판에 반영하자는 주장이, 이른바 ‘사법의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논의된 결과입니다.

그 방안으로 맨 먼저 검토된 것은 미국식 배심재판입니다. 이는 배심원으로 선정된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 또는 민사 사건의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제도입니다. 배심재판에서 판사의 권한은 법률을 설명하고 형량을 정하는 정도로 한정됩니다. 이는 북미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 정부가 임명한 판사들을 신뢰하지 않았던 역사적 배경하에 도입됐습니다. 법률 전문가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여해 시민들의 일반적 상식과 가치관을 재판에 반영하며, 정부나 검찰의 권한 남용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과학·의료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에서는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고, 언론 보도나 피고인의 인상에 영향을 받는 등 감정적 판단 가능성이 있으며, 배심원의 선정이나 심리에 많은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고, 같은 사건이라도 배심원 구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등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법관들은 배심원들이 내린 유무죄의 결론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배심제도의 문제점이 지적되지만, 국가 권력을 견제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헌법적 권리라는 명분 때문에 그 폐지나 변경은 어려워 보입니다.

재판은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이 요구되는 업무입니다. 이를 위해 전문 교육을 받고 엄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담당할 수 있는 업무를 일반 시민이 담당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입니다. 더욱이 우리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제3항은 “법관의 자격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해, 법관 자격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배심제는 헌법 개정 없이는 도입이 불가능합니다. 재판에 일반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고자 한다면 차라리 독일의 참심제(參審制·Schöffensystem)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참심제는 일반 시민이 직업 법관과 함께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와 형량을 결정하는 제도입니다. 담당 사건에서 법관 자격을 부여받은 참심원은 단순히 의견만 내는 것이 아니라 재판부의 일원으로서 재판에 참여합니다. 배심원과 달리 참심원은 나름대로 전문적 식견이 있고 직업 법관의 설명과 지도를 받으며 재판에 관여하므로 배심제보다 더 합리적 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미국식 배심제와는 조금 다른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해 배심원의 의견은 법관에 대한 구속력이 없고 권고적 효력만 갖도록 해서, 법관은 배심원의 의견과 달리 재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배심원의 노력은 무위로 돌아가고, 국민에게 사법 불신이나 혼란을 가져올 우려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배심원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했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또한, 피고인은 요행을 바라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할 여지도 있고, 법관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피해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튼, 국가 제도로서는 참으로 어설픈 제도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정작 국가 사회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금의 국민참여재판도 그러한 경우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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