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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기술로 미래를 판다, 21세기 첫 ‘테크 패권자’

2026.06.27 00:05

빅테크 설계자들 ① 일론 머스크
미국의 기업인 일론 머스크. 그는 테슬라, 스페이스X 등을 경영하며 기술을 무기로 시장과 여론, 권력을 지배한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호텔 방. 미국 국방부 정책 차관 콜린 칼은 누군가에게 한 통의 전화를 걸어야 했지만 잠시 주저했다. 2022년 10월 유럽 동맹들과의 고위급 회의를 막 마친 뒤였다. 수화기 너머 대상은 미국 대통령도, 나토 사령관도 아니었다. 일론 머스크였다. 칼은 중얼거렸다. “내가 왜 일론 머스크한테 전화를 해야 하지?” 당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작전의 성패는 스타링크에 달려있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핵전쟁을 우려해 이미 위성을 차단한 뒤였다. 미국 정부가 요청했지만 스타링크는 끝내 켜지지 않았다. 작전은 좌초됐다. 언제부터 전쟁 작전이 한 기업가의 결정에 좌우되기 시작했을까.

스타링크 위성 보유, 우크라전 작전도 좌우
그 시작은 압도적 기술이다. 머스크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을 무기로 시장과 여론, 권력을 지배한다. 2024년 10월 장거리 유인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을 쏘아올린 뒤, 되돌아오는 부스터 로켓 수퍼헤비를 거대한 로봇팔로 붙잡아 다시 발사대에 세우는 장면은, 인류가 지구밖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우주 시대를 국가가 아닌 기업이 설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이 장면 뒤에는 반복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이 있다. 2008년 9월 로켓 발사에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때, 테슬라는 파산 직전이었고 머스크는 이혼 중이었다. 금융위기까지 덮쳤다. 다음날 머스크는 직원들을 소집했다. “다음 발사를 준비합시다.” 6주 뒤 재도전했고 세계 최초의 민간 연료 추진 로켓 ‘팰컨 1’을 우주로 쏘아올렸다. ‘신속 실패-즉각 수정.’ 계속 실패하고 고치고 도전하고 끝내 성공하는 것이 대표적인 머스크 메소드(Musk’s method)다. 스페이스X는 실패했을 때 폭발이 아니라 데이터 수집이라고 발표한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성공은 일어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다. 성공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그래도 0보다 높다”라고 말한다.

문제에 부딪히면 지독할 만큼 제1원리로 돌아간다. 러시아 로켓을 사려다 무산되자 머스크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로켓 원가를 직접 계산했다. 원재료 비용은 완제품 가격의 2%에 불과했다. “직접 만들면 된다.” 스페이스X는 그렇게 시작됐다. 또 로켓을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핵심 문제가 되자, 비행기를 재사용하듯 로켓도 재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인류 최초의 재사용 로켓 ‘팰컨 9’이 탄생했다. 지금은 상식이지만 당시 우주 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발사 비용은 10분의 1로 떨어졌다. 팰컨 9의 누적 발사 횟수는 667회, 성공률은 99.5%. 미 항공우주국(NASA)는 이제 스페이스X 없이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비행사를 보낼 수 없다. 누가 무엇을 언제 우주에 올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국가에서 민간 기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머스크가 만든 것은 로켓이 아니라 우주로 가는 길이다.

극한의 효율성 추구도 머스크 메소드의 본질이다. 2018년 테슬라의 생산 목표를 주당 5000대로 발표하자 시장은 테슬라가 곧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매도 물량이 미국 주식 역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공장 바닥에 침낭을 깔고 숙식하며 팀을 광적으로 몰아붙여 목표를 달성해냈다. 트위터 장악할 때도 인수 자금 이체 6분 만에 CEO를 퇴장시켰고 하드코어 업무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다음날 퇴직금을 받고 떠났다. 전체 인력의 75%가 해고됐다. 테슬라 전 CEO 마이클 마크스는 “개자식 캐릭터와 대단한 성취는 패키지”라고 말했다.

여론이 만들어지는 플랫폼을 직접 소유하게 된 머스크는 X의 알고리즘을 장악하고 밈과 트롤링으로 여론을 교란했다. 2024년 대선 캠페인에 직접 뛰어들어 팬덤, 알고리즘, 플랫폼을 결합해 여론을 통제하는 미디어 권력자로 변모했다. 2024년 12월 150개의 트윗만으로 미국 연방 정부의 예산안 합의를 무력화시켰다. 글로벌 공론장을 개인 미디어 무기로 바꿔버렸다. 기술 인프라에 여론 권력까지 결합된 것이다. 그런데도 시장은 그가 제시하는 미래를 믿을 수 밖에 없다.

“일론 타임.” 머스크가 공언한 일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서 계속 지연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의 무모한 개념을 ‘완전히 미친 것’에서 ‘단지 매우 늦어진 것’으로 바꿔주는 마법이다. 다른 CEO들이 결코 얻을 수 없는 유예기간이다. 우리는 속고 또 속지만 왜 그를 믿을까.

포드는 자동차를 팔았다. 잡스는 아이폰을 팔았다. 머스크는 미래를 판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환경 운동가의 선택이 아니라 욕망의 상품으로 만들었다. 또한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재정의했다. 진화 중인 오토파일럿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유지하고 스스로 주차하고 앞차를 추월한다. 운전의 개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테슬라 혁명은 팬덤이 진원지다. 2020년에서 2021년사이 시가총액이 20배 가까이 상승했다. 팬덤이 자본이 된 덕분에, 머스크는 기가팩토리를 짓고 오토파일럿을 고도화하고 옵티머스를 개발했다. 비전으로 팬덤을 얻고 투자 기반을 구축하는 새로운 팬덤 경제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마르지 않은 ’비전 자본(Vision Money)이다.

2026년 6월, 그 힘이 우주 상장 쇼로 폭발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7700억 달러. 나스닥 역사상 가장 큰 기업공개였다. 펀더멘털이 아니라 열망이 움직인 결과였다. 머스크는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됐다. 창업 24년만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월가에 가지 않았다. 텍사스 스타베이스에서 직원들과 함께였다. 4400명의 직원이 백만장자가 됐다. 용접공도 청소부도 포함됐다. 직원들의 환호 속에서 머스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인류를 향해 말했다. “스페이스X는 당신(you)을 달로, 화성으로 데려가고 싶습니다.” “공상과학에서 공상을 걷어내고 모두를 위한 흥미롭고 영감 넘치는 미래를 만드는 것. 그것이 스페이스X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개인 투자자 배정 비율은 30%. 일반 대형 IPO의 세 배였다. 머스크는 투자자를 “인류 역사의 공동 건설자”로 불렀다. 팬덤이 곧 주주인 방식을 구조화해냈다. 의결권의 85%를 손에 쥐며 1인 지배를 제도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상장 직후 AI 코딩 기업 인수를 발표하며 비전 자본 경제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 우주선.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 전 CEO “개자식 성격과 성취는 세트”
“이길 싸움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지지 승리한 후 X에 남길 말이다. 그러나 예상처럼 정부효율성위원회(DOGE)는 실패했고 머스크는 손을 뗐다. 다시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규칙은 바뀌었다. 스타십의 연간 발사 허가가 5회에서 25회로 늘었고, 국방부 계약에서 스페이스X가 59억 달러로 ULA(보잉·록히드마틴 합작사) 53억 달러를 역사상 처음으로 앞질렀다. 머스크의 친구이자 스페이스X 우주선을 타본 재러드 아이작맨은 여전히 NASA 국장이다. 60년간 종이 위에만 있던 핵 추진 화성 미션(SR-1 프리덤)을 2028년 발사 목표로 공식화했다. 화성으로 가는 길이 국가 의제가 된 것이다.

산업 지배력과 여론 장악력, 정치 개입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테크 권력이 등장했다. 머스크는 21세기 최초의 테크 패권자다. 머스크가 세운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류 문명의 판도를 바꾸는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를 목표로 재사용 로켓을 만든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에너지로 지상을, 스타링크는 위성망으로 궤도를 장악한다. X는 여론장을, xAI는 지능 인프라를 겨냥한다. 뉴럴링크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인간의 한계를 확장한다. 각기 다른 산업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동·통신·여론·지능·우주, 21세기 권력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들이다. 머스크 제국의 중심에는 머스크라는 개인이 있다. 머스크는 이 모든 것을 철저히 자신의 통제와 주도 아래 직접 한다. 기업이 브랜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머스크라는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한 개인의 의결권과 취향, 분노와 집중력에 크게 의존한다. 머스크 제국의 약점은 머스크이고 머스크 제국의 가치는 또한 머스크다.

대항해 시대의 패권은 바다에서 결정됐다. 현대 세계의 질서는 그 위에 세워졌다. AI 시대의 패권은 우주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미래의 판을 짜고 있는 지구인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페이팔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피터 틸은 말했다. “절대 머스크의 반대편에 베팅하지 말라.” 머스크에게 베팅하는 것은 자본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세계 그 자체다. 이제 우리는 머스크가 설계한 미래의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임수정 플랫폼9와3/4 이사. 기업과 최고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캠페인 전략, 위기관리, CEO 브랜딩을 컨설팅하는 그룹인 플랫폼9와3/4 이사. 국회 보좌관과 청와대 홍보기획 행정관 등을 지냈다. SK하이닉스의 언더독 스토리를 다룬 『슈퍼 모멘텀』을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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