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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마지막 바보

2026.06.27 00:31

김창규 경제산업에디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주식 얘기뿐이다. 식당에서도, 카페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군대에서도 2~3명 이상 모이면 주식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병장 월급이 150만원 수준인 군대에선 월급을 모아 투자에 나서는 ‘병정개미’, 주식의 ‘주’자도 거들떠보지 않던 주부였는데 모아둔 적금을 깨서 주식 앱을 켜는 ‘여왕개미’, 은퇴한 뒤 퇴직금과 노후자금을 탈탈 털어 객장으로 달려가는 ‘실버개미’ 등 종류도 다양하다. 마치 온 국민이 개미(개인투자자)화되고 있는 듯하다. 수익률도 10~20%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100~200% 정도 돼야 웃으며 수익률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투자자가 된 시대
대가가 경계한 군중 심리

요즘 같은 상승장에서 투자자는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기 쉽다. 운과 실력을 구분하기 어려워서다. 1929년 대공황 직전 미국에서도 주식투자는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사교 모임은 물론 거리와 식당, 택시 안까지 주식 이야기가 넘쳐났다. 주식은 경제를 넘어 사회의 일부가 됐다.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진다. 1929년 어느 날 조지프 케네디는 월스트리트에서 구두를 닦고 있었다. 구두닦이 소년은 케네디에게 주식 투자 이야기를 떠들어댔다. 이 말을 들은 케네디는 “구두닦이 소년까지 주식 이야기를 하다니 시장이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갖고 있던 주식을 모두 팔았고 그해 10월 주가 대폭락을 피할 수 있었다. 이 판단은 훗날 아들(존 F 케네디)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드는 발판이 됐다. 이 일화는 월가에서 전설이 됐고 과열 신호를 상징하는 ‘구두닦이 지표’로 오늘까지 남아있다. 이 지표는 전문 투자자가 아닌 대중까지 주식 투자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거나 종목 추천을 하기 시작할 때를 “시장이 극도로 과열돼 곧 폭락할 위험이 있다”고 해석하는 역발상적 신호를 뜻한다. 시장에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왔으니 더 이상 매수할 사람이 없으면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는 자산 가격이 높아도 ‘나보다 더 비싼 가격에 사줄 사람(더 큰 바보)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매수하는 심리를 설명하는 ‘더 큰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의 핵심 내용이다.

물론 1929년과 2026년은 경제 상황도,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도 다르다. 100년 전쯤에 벌어진 일로 현재 상황을 예단할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AI) 혁명은 실재하는 변화이며 반도체 시장 전망도 여전히 밝다. 하지만 분명한 건 주식 시장의 과열 징후다. 이달 들어 증권사의 주식거래 활동계좌수(예탁 자산이 10만원 이상이면서 최근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는 1억 개를 넘어섰다. 불과 6개월 만에 1000만 개 이상 증가했다. 한국인 1인당 2개 이상의 계좌를 갖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0~9세 계좌 개설 수는 연초의 두 배를 넘어서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융자 잔고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올 들어 증시로 흘러든 개인투자자 자금만 150조원에 달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코스피 지수는 올 초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곳곳에서 투자 성공담이 쏟아지다 보니 많은 사람이 손실보다 기회 상실을 더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FOMO(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집단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원시 시대 때는 남이 도망칠 때 같이 도망치고, 남이 먹잇감을 찾을 때 같이 찾아야 생존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투자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워런 버핏은 “남들이 탐욕스러울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스러워라”라고 조언했다.

증권 앱을 열고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 “나는 이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확신하는가, 아니면 남들도 사니까 나도 사는 것인가”라고 스스로 물어보자.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한다면, 투자를 서두르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서 투자 원칙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더 큰 바보’를 찾지 못한 ‘최후의 바보(The Last Fool)’가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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