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당했다…월드컵 약체들, 상대 압박 역이용해 이변 만들었다
2026.06.27 06:00
남아공은 한국 압박 끌어낸 뒤 3대1 역습으로 결승골
한국도 남아공의 압박 유도에 말려 수비 뒤 공간을 내주며 패했다. 한국은 남아공보다 공을 더 오래 잡았지만, 슈팅은 오히려 두 배로 내줬다. 실제로 남아공의 점유율은 31%에 그쳤지만, 슈팅은 14개로 한국 7개의 두 배였다.
남아공의 방식은 분명했다. 골킥 상황에서 짧은 패스로 시작해 한국 선수들을 남아공 진영 깊숙이 끌어들였고, 한국 수비 뒤가 벌어지면 곧바로 긴 패스로 그 틈을 노렸다. 이 방식은 결국 결승골 장면으로 이어졌다.
이번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면서 랭킹 격차가 큰 팀들이 맞붙는 경기 역시 늘었다. FIFA 랭킹 50위권 밖 팀들은 상위 랭킹 팀들을 상대로 잇달아 승점을 챙겼다. 카보베르데와 가나는 각각 스페인, 잉글랜드와 0-0으로 비겼고, 남아공은 한국을 꺾었다. 퀴라소도 에콰도르를 상대로 승점을 따냈다.
BBC는 약팀들이 상위 랭킹 팀들의 압박 유도에 쉽게 따라 나오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스페인처럼 공을 오래 소유하는 팀은 공을 자기 진영 쪽으로 돌려 상대를 앞으로 끌어낸 뒤,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 사이에 벌어진 공간을 공략한다. 그러나 카보베르데와 가나는 그대로 대형을 유지했다.
카보베르데가 스페인과 0-0으로 비긴 경기가 대표적이었다. 카보베르데는 공격수 1명만 앞에 두고 미드필더 5명, 수비수 4명을 촘촘히 세운 4-5-1 대형으로 스페인을 막았다. 핵심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틈을 좁혀 스페인이 중앙으로 패스를 넣지 못하게 한 것이다.
가나도 잉글랜드를 상대로 비슷한 방식을 택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 체제의 잉글랜드도 가나 선수들을 앞으로 끌어낸 뒤 생기는 공간을 노렸다. 그러나 가나는 자기 페널티 지역 앞에 두 줄 수비를 촘촘히 세워 잉글랜드가 원하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수치상으로도 두 팀은 강한 전방 압박을 의도적으로 자제했다. PPDA는 상대 패스가 몇 차례 이어진 뒤 수비 행동이 나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압박 강도는 낮다. 카보베르데의 스페인전 PPDA는 51.2였고, 스페인은 5.9였다. 가나도 잉글랜드전 첫 15분 PPDA가 62에 달했다.
반대로 좌우 측면을 고르게 막지 못한 팀들은 흔들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스페인전에서 수비수 5명을 세웠지만, 수비진이 공이 있는 쪽으로 몰리면서 반대편 측면을 비웠다. 스페인은 이를 놓치지 않고 반대편 측면으로 길게 공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라민 야말과 페드로 포로가 사우디아라비아 측면 수비수를 상대로 2대1 상황을 만들었다. 포로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연결됐고, 미켈 오야르사발이 마무리했다. 스웨덴도 네덜란드전에서 비슷한 문제를 드러냈다. 5-3-2 대형으로 나섰지만 미드필더 3명이 공 쪽으로 몰리면서 반대편이 열렸고, 덴절 둠프리스가 그 공간으로 전진했다.
남아공의 한국전 결승골도 이 압박 유도 전술에서 나왔다. 한국 선수들이 공을 빨리 되찾으려고 남아공 진영 깊숙이 올라섰지만, 남아공은 골킥을 짧은 패스로 처리해 한국의 압박을 끌어내는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수비수가 한국의 압박 라인 뒤로 공을 띄웠고, 전방에서 패스가 연결되며 순간적인 3대1 역습이 만들어졌다. 남아공은 이 득점으로 한국을 꺾고 다음 라운드에 올랐다.
다만 이런 방식에는 위험도 따랐다.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실점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아공은 멕시코전에서, 이라크는 노르웨이전에서 후방에서 짧은 패스로 나오다 공을 빼앗겨 실점했다. 그러나 같은 방식은 여러 차례 좋은 공격 기회도 만들었다.
전술만으로 이변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카보베르데의 40세 골키퍼 보지냐는 스페인전 선방으로 주목받았고, 퀴라소의 골키퍼 엘로이 룸도 한 경기에서 15차례 슈팅을 막아 월드컵 한 경기 최다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우며 팀의 월드컵 첫 승점에 기여했다. BBC는 이번 대회가 월드컵 승부가 더 이상 랭킹과 선수 면면만으로 갈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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