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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X파일]서울의 그 많던 킥보드는 다 어디로 갔나… ‘이곳’ 지도 켜자 빽빽하게 떴다

2026.06.27 06:01

인도를 질주하며 보행자를 위협하고, 골목길과 지하철역 출입구 사방에 널브러져 도심의 무법자로 통하던 공유 전동 킥보드.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정차 문제로 몸살을 앓으며 지자체 민원창구를 폭파시킬 듯 달구던 그 수많은 ‘킥라니’들이 최근 서울 시내에서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유동 인구가 가장 몰린다는 강남역 출구와 홍대 앞 거리를 이리저리 둘러봐도 예전처럼 눈에 밟히던 기기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 많던 킥보드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거리에 방치된 전동킥보드 2024.11.19/뉴스1

궁금증을 품은 기자가 2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직접 스마트폰을 열어봤다.

먼저 누구나 알 만한 업계 1위 브랜드인 ‘스윙’ 앱을 켰다. 본사 주변의 광화문, 시청, 종로 등 서울 주요 도심 일대를 비췄지만, 사용 가능한 킥보드는 단 한 대도 표시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업계 2위인 ‘지쿠’ 앱을 연이어 구동해 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화면을 빽빽하게 채우던 킥보드 위치 아이콘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철수 상태’였다.

25일 본지 기자가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에서 공유 킥보드 앱 '스윙(왼쪽 사진)'과 '지쿠(오른쪽 사진)'를 구동하자 이용 가능한 기기가 단 한 대도 표출되지 않고 있다. /스윙·지쿠 앱 캡처

지도를 전국으로 넓혀봤다. 서울 화면은 완전히 텅 비어있는 반면, 강원 춘천, 충북 청주, 경북 경산 등 지방 중소도시 전역에는 수백, 수천 대의 킥보드 아이콘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25일 본지 기자가 지방 중소도시의 공유 킥보드 앱 구동 화면을 확인한 모습. 선두 업체인 '스윙'으로 부산·경남 지역(왼쪽 사진)을, '지쿠'로 전북 전주 지역(오른쪽 사진)을 비추자 화면 곳곳에 이용 가능한 킥보드 수백 대가 빼곡하게 표출되고 있다. /스윙·지쿠 앱 캡처

‘설마 서울에 있던 그 킥보드들이 단체로 지방 유학이라도 간 걸까’ 싶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맞다”.

익명을 요구한 공유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 규제가 감당 못 할 수준으로 치솟아 더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가 됐다”며 “결국 서울·수도권 기기 수만 대를 철수시켜 지방으로 재배치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울 도심을 떠난 킥보드 대군이 그대로 지방 소도시로 밀려 내려간 셈이다.

◇국회 입법 공백 틈타 ‘조례’ 적용한 서울시… ‘견인 규제’에 킥라니 소멸

공유 킥보드들이 서울을 버리고 지방으로 무대를 옮긴 이면에는 서울시의 ‘행정 조례’가 있다. 사실 국회는 공유 킥보드 대여업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지자체에 총량 제한 권한을 부여하는 ‘개인형 이동장치 법안’을 수년째 계류하며 입법 공백 상태를 방치했다. 상위법상 대여업이 허가나 등록이 필요 없는 자유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서울시로서도 영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이에 서울시는 국회만 바라보는 대신 기존의 ‘불법 차량 견인 조례’를 개정해 칼을 빼들었다. 원래 일반 자동차에만 적용하던 강제 견인 규정에 전동 킥보드를 전격 포함시킨 것이다. 특히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이나 횡단보도 같은 6대 위험 지역을 ‘즉시 견인 구역’으로 지정하고 단속망을 좁혔다.

서울광장 앞 횡단보도에서 전동킥보드 견인 업체 관계자가 무단 방치된 전동킥보드를 수거하고 있다. /뉴스1

‘견인 폭탄’은 업체에 치명타가 됐다. 한 공유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즉시 견인 구역에 킥보드가 세워져 있으면 유예시간도 없이 곧장 끌고 가버리는데, 이 비용을 직전 이용자에게 청구하면 ‘주차한 뒤에 누가 옮겨놓은 것’이라며 격렬하게 항의한다”라며 “결국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본사가 상당수 손실을 독박 쓰거나 분쟁 합의금으로 메워야 했다”라고 말했다. 킥보드가 견인소에 묶여 영업도 못 하는데 건당 4만 원씩 쌩돈이 깨지자 사업은 순식간에 적자 늪에 빠졌다.

그 결과 2023년 4만3000대가 넘던 서울의 공유 킥보드는 지난해 말 기준 1만8000여 대로 2년 만에 57.3%가 급감했다. 결국 업계 2위 지쿠가 서울 철수를 시작했고, 8만 대의 기기를 보유한 선두 더스윙마저 매출보다 견인 과태료 부담이 더 크다며 서울 서비스를 전격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국내 시장은 매출 854억 원에 영업이익 33억 원을 올린 더스윙과, 기기 4만5000대를 가동하며 매출 775억 원에 영업이익 29억 원을 거둔 지바이크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대형 업체가 나란히 수도권 철수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여기에 인천시가 주요 도심에 ‘킥보드 없는 거리’를 도입하고,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지자체들이 조례를 통해 학원가나 주거 밀집 지역의 기기 진입을 전면 제한하는 행정적 압박을 가하자 나머지 업체들도 수도권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서울 떠나 지방으로… 영토 확장의 핵심 키는 ‘가맹점 확대’

수도권 시장이 막히자 업체들이 찾아낸 탈출구는 지방 중소도시였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촘꼼하지 않아 오히려 서울보다 단거리 대체 이동 수요가 훨씬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밀려난 업체들에게 지방 소도시는 새로운 기회의 땅이었고, 이 지역을 빠르게 선점해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가맹 사업(프랜차이즈)’이었다. 본사가 직접 기기를 깔고 인력을 고용하는 직영 방식 대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개인 점주들을 끌어모아 전국 각지에 깃발을 꽂는 속도전을 펼친 것이다.

공유 킥보드 브랜드 '백원킥보드 쓩' 홈페이지에 게시된 가맹점주 모집용 창업 이벤트 안내 화면. /백원킥보드 쓩 홈페이지 캡처

“하루 3시간 투자로 월 500만 원 추가 수익”을 내건 씽씽이나, “8주 이내 초고속 런칭, 기기만 사두면 본사가 관리 대행”을 약속한 더스윙, “대중교통 사각지대 소도시 독점 권역 보장”을 내세운 빔모빌리티 등 업체들은 화려한 카피를 앞세워 지역 개인 점주 유치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기기를 판매·임대해 현지 거점을 빠르게 확보하고, 가맹점주는 현지 대여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빔모빌리티는 가맹 전환 후 단 6개월 만에 안동, 구미, 음성, 금산 등 전국 36개 소도시를 단숨에 장악했고, 지쿠와 씽씽 역시 전국 50~60여 개 소도시로 가맹망을 넓혔다. 수도권 규제가 만들어낸 거대한 풍선효과가 전국 방방곡곡의 지방 소도시를 향해 겉잡을 수 없이 뻗어 나간 것이다.

지방에서 가맹 사업을 시작한 점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충북 지역의 한 가맹점주는 “지방은 버스 한 대 놓치면 30분씩 기다려야 하니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이 킥보드를 필수재처럼 탄다”며 “서울처럼 수시로 견인해 가는 단속 조례도 없다 보니, 기기 관리 부담이 훨씬 적어 은퇴자나 부업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 지방 가맹점 개설 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맹점 확대로 영토를 넓히는 과정에서 진입장벽이 너무 낮다 보니, 모빌리티 운영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점주들이 대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현장 정비 불량이나 수거 지연 등 서비스 품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방 중소도시의 또 다른 안전 저해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도권 규제가 만든 풍선효과의 부담은 고스란히 지방 주민들이 떠안고 있다. 경찰청의 개인형 이동장치(PM)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서울시가 즉시 견인 조례를 본격 시행하기 전인 2021년과 지방 대이동이 정점에 달한 지난해 말 기준을 비교했을 때, 규제가 집중된 서울의 사고 발생 건수는 23.5% 감소했고 경기·인천 등 수도권 전체로도 평균 11.2% 줄어들며 뚜렷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단속을 피해 기기들이 밀려든 지방은 난장판이 됐다. 같은 기간 관련 교통사고가 ▲부산 32.8% ▲강원 46.2% ▲전남 60.6% 등 일제히 폭증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수도권에서 밀려난 킥보드들이 지방으로 쏟아질 때, 지방 중소도시들은 말 그대로 무주공산이었다. 서울처럼 불법 주차된 킥보드를 즉각 강제 견인하고 업체에 비용을 물릴 수 있는 견인 조례 자체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 단거리 이동 수요가 많은 지방 도심과 대형 대학가는 순식간에 규제 없는 킥보드 군단에 점령당했다. 보도 주차 갈등과 안전사고가 빗발치자 주민들이 직접 퇴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마찰이 일어났다.

대구 달서구의 한 대학교 울타리 주변에 세워진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 캠퍼스 내 전동킥보드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보인다. /뉴스1

특히 대학가가 심각하다. 헬멧도 없이 다중 탑승한 채 질주하고 학내 곳곳에 무단 방치된 기기들로 인해 매일같이 보행 안전사고 위기가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 대학들은 참다못해 아예 ‘학내 진입 전면 차단’이라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북 경산의 영남대가 지난해부터 공유 킥보드 업체의 학내 출입을 제한한 데 이어, 대구 계명대는 올해 캠퍼스 전역에 킥보드 주행과 진입을 전면 금지하는 셧다운 조치를 단행했다. 교육적인 계도만으로는 학내 질서를 제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구가톨릭대 등 인근 대학들도 줄줄이 운행 금지 조치를 예고하면서, 대체 이동 수단 확보를 요구하는 학생들과 안전을 내세운 대학 측의 갈등으로 대학가는 진통을 겪고 있다.

◇뒤늦게 칼 뺀 지자체 ‘인력 가뭄’에 단속 난항… “대수 제한하는 허가제 시급”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방 지자체들도 뒤늦게 조례를 고쳐 단속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헛바퀴를 돌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강제 견인 비용을 물리는 조례를 마련했으나, 상시 견인 체계를 유지할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곳이 많다.

충북 지역 지자체의 한 단속 담당 공무원은 “시 전역에 공유 킥보드 단속 인력이라고는 우리 팀 3~4명이 전부”라며 “상시로 트럭을 몰고 다니며 견인할 수 있는 전담 업체도 없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지는 불법 주차 민원을 쫓아가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개별 지자체의 조례 제정 수준을 넘어, 미국 뉴욕 등 해외 사례처럼 지자체가 직접 업체를 선별하고 운영 총대수를 강제로 묶는 ‘허가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등록만 하면 영업할 수 있는 현행 구조를 방치하면 단속 인력을 늘려도 한계가 명확한 만큼, 지자체가 통제 권한을 쥐고 공급량을 직접 조절해야만 근본적인 위기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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