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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특산물] 사막 건넌 ‘물주머니’… 왕실 진상품 된 함안 수박

2026.06.27 06:01

여름 과일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수박이다. 성주, 고창, 무등산, 음성(맹동) 등 전국에는 이름난 수박 산지가 여럿 있다. 그중 경남 함안은 주요 산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수박을 시장에 내놓는 곳으로 꼽힌다. 다른 지역보다 출하가 한 달가량 빠른 것이 특징이다.

함안 수박은 ‘이른 수박’이라는 특징만 가진 것이 아니다. 역사도 깊다. 함안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수박을 재배해 궁중에 진상했다고 전해진다.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강 주변에 비옥한 토지가 발달했고, 풍부한 일조량까지 더해져 수박 재배에 알맞은 환경을 갖췄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판교점 지하1층 식품관에서 직원들이 '함안 수박'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고려시대 한반도 들어온 수박, 함안에선 조선시대부터 진상품

수박의 고향은 이집트로 알려져 있다. 사막 지역에서 수박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물이 부족할 때 수분을 보충하는 ‘물주머니’ 같은 존재였다. 이집트에서 시작된 수박은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동아시아로 퍼졌고, 한반도에는 고려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함안 수박은 지역의 자연 조건과 재배 기술이 결합하면서 대표 특산물로 자리 잡았다. 함안은 낮과 밤의 기온 차가 커 당도 높은 수박을 생산하기 좋다. 특히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평균기온이 2.1도로 다른 산지보다 따뜻한 편이다. 여기에 조생종 품종 보급과 시설 재배 확대가 더해지면서 겨울 수박 생산도 활발해졌다. 국내 겨울 수박의 70%가 함안에서 생산될 정도다.

품종도 다양해졌다. 망고처럼 길쭉한 타원형에 노란 과육을 가진 ‘망고수박’, 황금색 호피 무늬가 특징인 ‘황금수박’, 검고 얇은 껍질을 가진 ‘흑미수박’, 검은 껍질에 씨가 없는 ‘패션수박’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줄무늬 수박을 넘어 색과 모양, 식감이 다른 수박들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함안에서는 매년 5월 세계 수박 축제도 열린다. 본격적인 여름 수확기보다 앞서 축제를 여는 것은 조기 출하되는 함안 수박의 강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축제에서는 수박 품평회, 씨 뱉기 대회, 수박 조각 대회 등 수박을 활용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2012년 첫 축제를 시작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어지고 있다.

일찍 출하되고 품종까지 다양해진 함안 수박은 이제 단순한 여름 과일을 넘어 지역 브랜드가 됐다. 시원하고 달콤한 맛뿐 아니라 높은 수분 함량과 영양 성분도 수박이 여름철 대표 과일로 사랑받는 이유다.

함안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수박 품종. /함안군청 제공

수분 90% 넘는 여름 과일… 갈증 해소와 더위 식히는 데 도움

수박은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수분 보충에 도움이 되고, 체온을 낮추고 갈증을 풀어주는 데도 좋다. 예로부터 수박이 ‘천연 해열제’로 불린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수박이 ‘서과’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허준은 수박이 갈증을 풀고 열을 내리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여름철 더위를 식히는 약재로 본 것이다. 본초강목에도 서과가 더위를 식히고 이뇨 작용을 돕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박의 붉은 과육에는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하다. 라이코펜은 세포 손상을 줄이고 노화 방지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완화하는 데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박에 들어 있는 시트룰린은 혈관 확장과 노폐물 배출을 돕는 성분이다. 몸이 쉽게 붓는 여름철 붓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 A와 C, 칼륨, 마그네슘도 들어 있어 여름철 피로 회복에도 좋다. 열량은 100g당 약 30㎉로 낮은 편이다.

다만 수박에도 당분은 들어 있다. 당뇨병 환자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사람은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시원하게 보관한 수박은 더위를 식히는 데 좋지만, 과하게 먹으면 혈당 부담이나 복부 불편감을 줄 수 있어 적당량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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