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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위해 참아" 에어컨 거부하고 버텼는데…'초유의 상황'

2026.06.26 19:01

에어컨 거부하던 유럽, 40도 폭염에 고집 꺾었다

보급률 20%대 유럽…'에어컨 모멘트' 오나
비싼 전기료·환경 파괴로 반감
발전소 멈춰 세운 더위에 돌아서
美 캐리어·日 다이킨 주가 들썩
지난 19일 프랑스 북부 메리쿠르의 한 주택가에서 가전 설치 기사들이 에어컨을 달고 있다. 이번주 들어 프랑스엔 매일 4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20%.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집계한 유럽의 에어컨 보급률이다. 이 수치가 90%에 달하는 미국, 일본에 비해 격차가 크다. 여름에도 평균 기온이 27도 이하인 북유럽의 서늘한 날씨, 친환경을 고집하는 서유럽 사람의 에어컨에 대한 반감, 에어컨 설치가 어려운 오래된 주택이 보급률 상승을 더디게 했다.

앞으로는 이 같은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상 유례없는 이상 폭염에 유럽인도 에어컨을 찾기 시작했다. 유럽의 ‘에어컨 모멘트’를 맞아 캐리어, 다이킨공업 같은 냉난방공조(HVAC) 기업 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달 들어 4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 폭염이 유럽 대륙을 덮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스페인에선 지난 22일 이후 더위에 영향을 받은 사망자가 200명을 넘었다. 프랑스에선 학교 1만3000여 곳이, 영국에선 학교 2000곳 이상이 휴교하거나 수업 시간을 조정했다.

유럽의 폭염 피해가 다른 지역 대비 상대적으로 큰 원인 중 하나로 낮은 에어컨 보급률(20%대)이 꼽힌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유럽에선 더위를 피할 곳을 찾는 게 다른 지역보다 훨씬 어렵다”고 했다.

낮은 보급률에는 경제, 건축, 역사,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유럽 기후는 상대적으로 서늘하다. 북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여름 평균 기온은 27도를 밑돈다. 건물은 혹서기에 열을 방출하기보다 겨울 동안 열을 보존하도록 설계됐다.

높은 에어컨 운영·설치 비용이 미치는 영향도 작지 않다. 유럽연합(EU)의 산업용 전기 평균 가격은 2024년 기준 미국 대비 2.5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가정에선 냉방 시스템 설치에 수천유로를 투자하기보다 더위를 참는 게 합리적이라고 여겨왔다. 에어컨이 존재하기 전에 지어진 집이 많아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화적 측면에선 EU 각국이 에어컨을 호텔 등에서 쓰는 사치재로 평가한다. 프랑스에선 “에어컨 때문에 기후위기가 악화할 것”이란 주장이 좌파 정당에서 나오고 있다.최근엔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기후가 빠른 속도로 온난화하고 있어서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극심한 여름철 고온 현상이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돼가고 있다는 게 WMO의 진단이다.

유럽 각국은 ‘전기료 폭등’이란 폭염의 부메랑도 맞고 있다. 전력 수요가 치솟는 동시에 발전소 가동에도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달 23일 평소보다 여섯 배 이상 높은 메가와트시(㎿h)당 470파운드에 전력을 수입했다. 열돔(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것) 현상에 바람이 약해져 풍력발전량이 줄었고, 영국 내 여러 가스발전소도 폭염으로 출력 저하를 겪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도 전력 가격이 ㎿h당 268유로를 넘어섰다. 이는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다. 강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원자로 냉각이 어려워져 일부 원전은 발전량을 낮췄다.폭염 피해가 지속되자 주식시장의 관심은 에어컨 관련주에 쏠리고 있다. 주거용 에어컨 매출 비중이 높은 미국 캐리어글로벌은 올해 들어 지난 25일까지 시가총액이 22.5% 증가했다. 일본의 대표 HVAC 업체 다이킨공업 주가도 올해 들어 17% 상승했다. 다이킨은 “3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유럽 에어컨·냉동 장비 매출이 10% 늘었다”고 밝혔다.

증권사 평가도 긍정적이다. 브렛 린지 미즈호증권 연구원은 “지구온난화, 신흥국의 도시화, 강화하는 에너지 효율 규제에 글로벌 HVAC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극심한 폭염이 기존 냉방 노후 장비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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