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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그곳 가볼까…K-콘텐츠 타고 뜨는 ‘스크린관광’

2026.06.27 06:01

‘반짝 효과’ 뛰어넘을 지속가능한 관광자원 필요…숙제도 존재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내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 [사진=장주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장주영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속 골목길을 걷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펼쳐졌던 강변을 찾는다. K-콘텐츠의 세계적인 인기가 이어지면서 영화·드라마 촬영지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촬영지를 찾아가는 이른바 ‘스크린관광(Screen Tourism)’이 방한 관광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26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한국관광공사는 최근 스튜디오드래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양측은 제주 올레길과 드라마 촬영지를 연계한 ‘한류 올레길’을 조성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K-드라마 체험 프로그램과 홍보 콘텐츠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인 강릉 주문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사진=정혜승 기자]


스크린관광은 이미 해외에서는 익숙한 개념이다.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를 세계적인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켰고, 영국 역시 ‘해리포터’ 촬영지를 중심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역시 ‘겨울연가’ 이후 일본 관광객들의 남이섬 방문이 크게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도깨비’의 강원 주문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창원 팽나무, ‘폭싹 속았수다’의 제주 촬영지 등이 로컬 관광을 이끌었다.

덕분에 글로벌 관광객 유입도 활발해졌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외래관광객 조사에서 한국 방문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한류 콘텐츠를 꼽은 응답자는 38.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 이후 촬영지인 문경새재 오픈세트장 방문객이 증가하는 등 사극 촬영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문경 방문객의 관광 소비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으며 문화관광 목적의 문경 방문객 중 27.4%는 ‘테마공원’을 선택하기도 했다.

특히 영화의 촬영지를 넘어 작품의 역사적 배경지까지 관광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단종이 머물렀던 강원 영월 청령포와 단종 장릉 방문객도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청령포를 찾은 방문객은 12만8325명으로 전년 동기 1만7336명에 비해 640% 폭증했다. 단종장릉 방문객 또한 지난해 1분기 9985명에서 올해 1분기 8만5120명으로 752% 급증했다.

관광업계는 스크린관광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촬영지를 찾은 관광객들이 인근 식당과 카페, 숙박시설 등을 함께 이용하면서 지역 소비를 늘리고 체류시간도 길어지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길 [사진=남이섬]


다만 작품의 인기가 식은 뒤 관광 수요가 급감하는 ‘반짝 효과’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 송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치며 잊혀진 관광지가 된 지 오래다. 이 외에도 전국 곳곳의 영상테마파크와 세트장의 상당수가 적자와 노후화로 방치되고 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겨울연가의 열기가 식은 후에도 남이섬이 주요 관광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나미나라공화국’이라는 독자적인 브랜드와 가족 단위 체류형 콘텐츠로 재설계를 꾀했기 때문”이라며 “영화와 드라마의 인기가 식은 이후에도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지역 고유의 역사·문화·음식·체험 콘텐츠를 함께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콘텐츠의 세계적 흥행이 일시적인 관광 특수에 그칠지,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콘텐츠 이후를 준비하는 지역의 전략과 정책 역량에 달렸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요구된다. 촬영 유치 단계에서부터 스크린관광 연결을 고려하고, 촬영지원 계약서에 방영 이후에도 관광 홍보에 공공 목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담은 조항을 신설하는 형식이다.

한편 최근 정부는 글로벌 영화 제작사의 촬영 유치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을 받지 못했으나, 오는 2027년부터는 관련 사업 예산 편성과 전략 기획 설립을 시작할 전망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 할리우드의 ‘반 트럼프’ 기조와 같은 국제 정세 혼란으로 할리우드 영화 촬영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타국으로 퍼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 또한 해외 영화 제작사 촬영을 유치하고 지원급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며 동아시아권까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국내 지역의 국제 영화 촬영 유치 시 촬영 지원 계약서 조항에도 업계의 이목이 주목된다.

정 교수는 “표준계약서 차원에서 스틸컷, 장면 설명, 지도 등 콘텐츠 사용과 개봉 및 방영 이후 18개월 동안 작동할 후속 홍보 협조, 공동 프로모션 등 협의 조항 등이 필요하다”며 “촬영 유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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