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블랙리스트'까지 등장한 명청 전쟁
2026.06.27 05:00
더불어민주당이 차기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내부 분열이 격화되고 있다. 여권 내 기류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6월 17일 친명 계열로 분류되는 민주당 내 현역 의원들의 명단을 계급별로 나눠 설명해놓은 게시글이 업로드됐다. 해당 게시글은 9000회 이상의 조회수, 약 100개의 댓글이 달리며 커뮤니티 내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딴지일보 게시판 이용자들 대부분이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이란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당내에서 불거지는 '명청' 갈등이 실체화됐고 당원들 간의 분열도 더 심해졌다는 걸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은 '총수'인 김어준씨를 비롯해 정 전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상임고문 등이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곳이다. 정 전 대표 역시 이 게시판에서 본인 이름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 동의하면
1번'이라는 글을 지난 6월 22일 쓰기도 했고, 지난해 11월 6일에는 "딴지일보가 민심의 척도"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게시물의 제목은 '민주당 내 뉴이재명 핵심인물 분류 및 명단'으로 약 9400회의 조회수와 293개의 '동의(좋아요)'를 얻었다. '고민끝에만든닉네임'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쓴 작성자는 "지금까지 민주 진보 진영 지지자들의 속을 앓게 만든 이슈에 참여하고 입장을 낸 의원들의 명단을 정리했다"며 "3개의 모임과 3가지 이슈에 기초해서 라벨링하고 클러스터 분석을 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게시물 작성자가 이른바 '뉴이재명 핵심인물'을 판단하는 근거로 삼은 것은 각각 '공소취소 의원모임'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반대' '뉴이재명 토론회 참여자' 여부다. 3가지 이슈는 '1인1표제 반대·유예·보완 문제제기' '문재인·노무현·친노·친문·유시민·김어준 부정 발언' '정청래 (전) 대표 사퇴·연임 저지 요구'였다.
강득구·장철민·김남희 'A등급'
예컨대 해당 게시글에서 '최상위 고위험'이라고 명명해 'A등급' 위험인물로 표기한 의원은 이언주·강득구·장철민·김남희 의원 4명이었다. 작성자는 이들 4명의 의원이 앞서 언급된 모임과 이슈에 모두 해당한다고 분류하며 '뉴이재명 핵심 그룹'이라고 표시했다.
특히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전 대표에게 공공연히 날을 세워온 이언주 의원(3선·경기 용인정)에 대해서는 "'공취모(공소취소 모임)+합당 반대+뉴이재명 토론회 참여자'이면서 1인1표제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문재인·유시민·김어준 관련 부정 발언 이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최고위원인 강득구 의원(재선·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대해서도 "김어준 방송 보이콧 및 거리두기를 했고 공취모+합당반대+1인1표제 적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4명 의원을 이른바 '고위험군'으로 지정한 까닭으로 '정청래와 김어준을 비판한 이력'을 거론했다는 점이다. 최근 '문조털래유(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란 프레임으로 정 전 대표와 한데 묶여 회자되는 김어준씨는 이른바 '명청전쟁' 초기부터 '친청계'로 분류돼 왔다.
이 밖에 '고가중치 확장군'으로 지정된 B등급에는 송영길·황명선·곽상언·박균택 의원, '회색지대'로 분류된 C등급에는 안호영·김승원·김문수·김우영·모경종·서미화·안태준·이광희·이훈기·장종태 의원이 선정됐다. 게시글 작성자는 이들 의원들에 대해 '공소취소 모임이나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반대에는 다수 해당되나, 정청래 사퇴 요구나 문재인·유시민·김어준 등에 대한 부정 발언 여부는 뚜렷하지 않다'라고 선정 이유를 댔다. 이 밖에 게시글 아래에는 공소취소·국정조사 추진 의원모임 87명, 조국혁신당 합당 반대 51명, 뉴이재명을 논하다 토론회 참여 16명 명단이라며 해당하는 의원들의 이름도 거명됐다.
당권주자 김민석에 날선 반응
친명계 대표주자로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예정인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한 날선 반응도 엿보였다. 게시물 작성자는 "모든 의원들의 등급 선정은 주관적인 것이 아닌 언급된 모임 참여 여부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배후에 '민새'가 있는 건 말하지 않아도 확실하다"고 댓글을 추가했다.
'민새'는 2002년 제16대 대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을 탈당한 뒤 정몽준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김민석 총리를 '철새'에 빗댄 멸칭이다. 김민석 총리는 대선 이듬해인 2003년 복당했으나 2004년 치러진 제17대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구에 출마해 3위로 낙선하는 등 오랜 기간 정치적 부침을 겪었다. 당시 앙금으로 인해 여전히 친노·친문 진영에서는 '민새(김민석+철새)'로 불린다.
반대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 등의 친명계 커뮤니티에서는 정 전 대표를 '즙쩔래', 김어준씨를 '털보'라는 멸칭으로 부른 지 오래됐다. '즙쩔래'는 정 전 대표가 대외 행보 시 자주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비꼬는 단어로, 친명 커뮤니티에서 정 전 대표를 언급하며 많이 사용하는 멸칭이다.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행위를 '즙을 짠다'고 비하한 것이다.
자연히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해당 게시물을 두고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 의원들을 배척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블랙리스트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난무하는 이 같은 '멸칭'들은 여권 내 갈등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평가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특정 인물의 이름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네임 콜링'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정치적 선전 전략"이라며 "기성 언론에서는 어느 정도 검열을 거쳤는데,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더 원색적이고 빠른 속도로 멸칭을 통한 비하 현상이 만연해졌고 정치계도 그 영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6월 24일 당 대표직을 사퇴하며 연임 의사를 분명히 한 정 전 대표는 이른바 '명청전쟁'으로 불리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불화설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해왔다. 하지만 오는 8월 1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더 적극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라는 정 전 대표의 최근 발언은 이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과 달리 정 전 대표는 "티끌마저 없애야 하고 완전 폐지가 답"이라며 정반대 입장을 내놨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의 말이 엇갈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이상 지지자들 간 충돌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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