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축구 참사…불통행정·부실인사·무능리더십이 조직의 敵
2026.06.26 11:12
스포츠는 실력 경쟁이지만 늘 운이 개입하는 확률게임이기도 한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온국민이 월드컵 한 경기 한 경기에 열정과 염원을 쏟지만 축구 한 번 졌다고 일상과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우리 성숙한 국민들은 한번의 패배에 무조건 대표팀을 비난하는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러니 남아공전 패배 이후 국민적 분노와 허탈감엔 축구와 승패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행정과 불공정하고 부실한 인사, 전략 부재의 무능한 리더십이야말로 공동체와 조직을 무너뜨리는 내부의 적, 가장 큰 위협이라는 냉정한 사실의 확인이다.
축구행정 난맥상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월드컵 개막 직전 돌연 사임 예고를 하면서 극에 달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9일 축구협회의 여러 논란과 비판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11월 국가대표 감독·지도자 선임과 시설·인력·재정 등 조직 운영 전반 문제를 들어 축구협회에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의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축구협회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 현재 2심 계류 중이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비판이 집중된 것은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사임과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로 이어지는 후임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의 밀실·불통행정과 비민주적 절차였다. 홍 감독 또한 선수 기용과 경기 전술에 있어서 갖은 비판에 휩싸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체코전 역전승으로 잠시 봉합되는 듯 했지만, 국민적 자존심을 구긴 2·3차전은 전문가들과 축구팬들의 지적이 근거가 없지 않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스포츠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국가 상징의 현대적 의례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운동장 위에서 맨몸으로 싸우는 선수들로 표상되는, 그 어느 분야보다 순수한 장(場)이라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아공전은 이를 배신했다. 정부의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 164개엔 축구협회 혁신이 포함됐다. 이번 월드컵을 축구행정 전면 개혁의 계기로 삼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투명하고 민주적인 행정과 공정하고 경쟁력있는 인사, 유능한 리더십이 조직을 발전시킨다는 사실을 모든 공직자들과 경영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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