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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훈센 ‘상왕 정치’… 그 판 깔아주는 시진핑

2026.06.27 00:47

장남에게 총리직 넘긴 후 방중에
中, 시주석 면담 등 정부 수반 예우
훈센 “대만 독립에 반대, 中 지지”

중국을 방문 중인 훈센(왼쪽) 전 캄보디아 총리가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캄보디아의 실세인 훈센 캄보디아인민당 주석 겸 상원의장이 26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3년 전 장남 훈마넷에게 총리직을 넘긴 전직 총리가 전날 중국 권력 서열 3위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회담한 데 이어 시진핑까지 만나며 현직 정부 수반급 예우를 받은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은 캄보디아를 주변 외교의 중점 방향으로 삼고 있다”며 “캄보디아의 국가 주권과 안보 수호를 확고히 지지한다”고 했다. 훈센은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캄보디아는 대중국 우호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며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중국의 모든 노력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양국 관계의 껄끄러운 과제인 온라인 사기 근절과 일대일로 사업 강화 등도 논의했다.

중국이 훈센을 극진하게 대우한 것은 그를 캄보디아의 ‘상왕’이자 중·캄 관계를 관리할 카운터파트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훈센은 1985년 32세에 총리에 올라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했고, 총리직을 아들에게 넘긴 뒤에도 실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국 외교가에서 훈센은 캄보디아의 친중 노선을 굳힌 ‘라오펑유(오랜친구)’로 인식된다. 캄보디아는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중국 입장을 지지해왔다. 2012년 캄보디아가 아세안 의장국을 맡았을 때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 캄보디아가 중국 측 입장을 지지하면서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공동성명이 사상 처음 무산되기도 했다.

중국은 캄보디아의 최대 투자국이자 최대 원조국으로서 시아누크빌 경제특구, 도로·교량·발전소, 리엄 해군기지 현대화, 푸난 테초 운하 등 주요 인프라 사업에 자본을 투입했다. 지난해 4월 시진핑의 캄보디아 방문 때 양국은 정치·생산·농업·에너지·안보·인적 교류를 묶은 ‘다이아몬드 육각 협력’도 내세웠다. 훈센은 이번 방중을 앞두고도 중국과의 ‘철통 우정’을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최근 미묘하게 흔들린 양국 관계를 다시 다잡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캄보디아·태국이 국경 문제를 놓고 충돌했을 때 중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거부하고 제한적인 중재 역할만 했다. 또 대규모 온라인 사기를 벌여온 캄보디아 프린스그룹 문제 처리 과정에서는 훈센 일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중국계 창업자 천즈가 지난 1월 중국으로 송환됐다. 이 때문에 중국 공안의 압박이 캄보디아 권력 주변부를 겨냥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 때문에 최근 캄보디아가 미국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다는 관측도 나왔다. 올해 1월 미 해군 연안전투함 USS 신시내티호가 중국 자본으로 현대화된 캄보디아 리엄 해군기지에 입항했고, 2017년 이후 중단됐던 미·캄 합동군사훈련 ‘앙코르 센티넬’ 재개도 추진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캄보디아가 최근 중국에 서운한 게 많은 상황에서 중국이 훈센을 통해 관계를 재확인하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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