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좋아♪~ 과몰입이 부른 ‘최성곤 신드롬’
2026.06.27 00:30
장안에 화제인 최성곤의 ‘니가 좋아’를 검색하니 수상쩍은 뮤직비디오가 뜬다. 가사도 음색도 장르도 원곡과 다른데 꽤 ‘고퀄’이다. 원곡 풀버전이 공개되기 전 팬이 올린 2차 콘텐트인데, “진짜 원곡인 줄 알았다”“원곡보다 더 좋다”는 댓글이 대세다.
흥행 성적은 개봉 4주차 116만 명.(26일 기준) 손익분기점 200만 돌파가 어려울 전망이라지만 최성곤만큼은 스크린을 찢고 나왔다. 온라인에서 신드롬급인 ‘최성곤 밈’ 얘기다. ‘니가 좋아’ 뮤직비디오가 숏폼 플랫폼을 점령했고, 배우 류승룡을 시작으로 셀럽들의 챌린지도 뜨겁다. 드라마 ‘참교육’으로 핫한 이성민·김무열까지 나섰고, 에스파 윈터, 몬스타엑스 기현 등 케이팝 스타들도 동참했다. 원곡은 멜론 차트 34위를 찍어 트라이앵글의 ‘러브 이즈’(62위)를 한참 따돌렸다. ‘곤듀’라는 팬덤도 생겼다. 오정세 혼자 최성곤 차림으로 무대인사를 돈 ‘성곤탄신일’ 특별상영회는 전석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정세의 새 드라마 ‘오십프로’의 한자릿수 시청률이 오정세 아닌 최성곤 신드롬이란 걸 말해준다. 가상의 캐릭터에 ‘과몰입’한 것인데, ‘과몰입 마케팅’은 요즘 대중문화업계 트렌드다. ‘와일드씽’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실제 아이돌 데뷔 마케팅처럼 개봉 97일 전부터 나무위키에 ‘트라이앵글’의 가짜 과거를 올려 호기심을 자극했고, 43일 전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의 음원 일부를 공개하며 바이럴이 본격 시작됐다.
그런데 완벽하게 90년대 아이돌에 빙의한 트라이앵글보다 ‘미성의 대명사’ 서태지의 ‘너에게’를 대충 참조한 듯한 최성곤의 감성적 발라드와 오정세 이미지의 간극에 대중이 ‘빵’ 터졌다. ‘니가 좋아 니가 예뻐서 좋아 니가 착해서 좋아 좋아 죽겠어’라는 짧은 후렴구만 공개한 것이 ‘킥’이 됐다. ‘우윳빛깔’을 주장해봤자 ‘우유에서 담배향이 날 것 같은’ 최성곤의 빈틈을 발견한 대중은 각종 AI 도구를 활용한 ‘최성곤 커버곡’을 쏟아냈다. 트로트 버전부터 헤비메탈·J팝·요들송·카운터테너·시조·수어 버전까지 ‘온세상이 최성곤’이다. ‘러브 이즈’의 완성형 텍스트가 아닌 과거시험 시제처럼 모티브만 던져진 ‘니가 좋아’에 ‘과몰입 놀이터’가 열린 것이다. 인기에 호응해 ‘니가 좋아’ 공식 뮤비가 개봉에 맞춰 추가 촬영됐고, 원곡 풀버전이 공개되며 ‘역주행’이 펼쳐졌다.
과몰입 마케팅에 ‘상호텍스트성’이 더해진 결과다. ‘텍스트의 의미는 창작자가 아니라 독자가 만들어내며, 독자의 탄생은 저자의 죽음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했던 기호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대로, 요즘 대중은 텍스트의 권위를 과감히 해체한다. 진작부터 작가와 독자의 구분이 흐려진 웹소설 신이 대표적이다. 인기 작품의 독자들은 팬픽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며 콘텐트를 복제·변주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창작자가 제시한 오리지널 서사에서 캐릭터를 해방시켜 소비자가 스스로 콘텐트의 생명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최성곤의 생명력도 현실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오정세 등 배우들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음실련)에 정회원으로 가입했고, 음실련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음원 실연자로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권리 보호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과몰입 효과’가 현실의 법과 제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체감 1000만’인 바이럴과 흥행 성적의 ‘디커플링’은 왜일까. 전문가들은 “경쟁작 ‘군체’에 비해 소소한 캐릭터 중심으로 인식되며 OTT에 풀리길 기다리는 유보적 소비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해석하지만, CGV 에그지수 93%일 정도로 실관람객은 찬사를 보낸다. 온라인에 공개된 ‘B급 병맛’ 밈으로는 오정세의 명품 연기가 완성하는 최성곤의 페이소스에 접근할 수 없다. 전성기를 놓친 중년들이 포기 없는 ‘추격전’을 벌인 끝에 마지막 반전에서 터지는 카타르시스도 상당한 볼거리다. ‘와일드씽’이 극장용 영화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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