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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나는 공간에 겹쳐 들어가야”…JK 대표가 본 월드컵 [주말특급]

2026.06.27 00:02

JK아트사커 전권 대표가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표팀의 경기에 대해 분석 하고 있는 모습. 부산=권현구 기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잔인한 기로에 섰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일정을 1승 2패, 조 3위로 마무리하면서다. 이제 대표팀은 다른 조들의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한다. 경우의 수를 따져 와일드카드 32강 진출을 기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첫 경기였던 체코전 역전승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뒤이은 멕시코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연달아 0-1로 패하며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여론 속에서 대표팀은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혹시 찾아올지 모를 32강 토너먼트 경기를 위해 벼랑 끝에 선 대표팀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한국 축구 교육에서 ‘공간에 대한 이해’와 ‘창의적 움직임’을 강조해 온 JK아트사커 전권(37) 대표를 지난 22일 부산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때 세계 정상급 프리스타일러로 이름을 알렸고, 지금은 구독자 95만명을 보유한 축구 유튜버로 활동 중인 전 대표. 그는 대표팀이 정형화된 움직임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황에 따라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압박 속 위축된 선수들의 움직임…공간을 새롭게 해석해야”

전 대표는 "결과에 대한 압박 때문에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몸이 굳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권현구 기자

전 대표는 계속되는 대표팀 부진의 배경에 선수들을 짓누른 심리적 부담감 역시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큰 경기에서 결과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 뇌의 편도체가 활성화됩니다. 이어 몸이 굳고, 판단이 평소보다 소극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공간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움직임이나 전진 패스, 1대1 돌파처럼 리스크가 따르는 선택보다 안전한 선택에 기대게 되고, 공격 템포도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 있어요. 결국 상대 수비가 정비할 시간을 갖게 되면서 공격의 활로를 찾기 어려워지는 장면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 대표는 한국 대표팀이 세계 축구의 전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월드컵의 전술 트렌드가 ‘동적인 포지셔닝’인데, 한국 대표팀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선수들이 각자 포지션에 따라 정해진 구역만 지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의도적으로 숫자를 몰아넣는 ‘오버로드(Overload)’, 폭풍처럼 공간을 휘젓는 ‘스토밍(Storming)’ 등이 드물었다는 평가다. 가령 기존의 측면 선수들이 측면에만 머무는 움직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때로는 전술적 자리가 겹치는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위험 지역에 공격 숫자를 의도적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수비수가 예측하지 못한 타이밍에 과감하게 1대1 돌파를 시도하고 변칙적인 패스를 주고받으며 불확실성을 던져야 틈이 열립니다. 안전한 선택도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직접 슈팅 존을 노리거나 박스 안 사각지대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움직임이 더 자주 나와야 합니다.”

전 대표는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이 상대의 탄탄한 밀집 수비를 깨뜨리기 위해선 모험적인 돌파를 시도해 수비수 한두 명을 벗겨내는 ‘크랙’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영리한 수비진일수록 상대의 패턴에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정교한 팀 조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전 대표는 측면에 배치되는 모든 선수들이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측면에서 1대1 돌파나 변칙적인 움직임이 나오지 않으면 수적 우위로 이어지기 어렵고, 결국 상대 진영 골대 앞 부근에서 숫자 우위를 만들어야 실질적인 득점 기회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황희찬의 노력
전 대표가 황희찬 선수의 개인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 JK아트사커 제공

전 대표는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을 가르친 적이 있다. 2010년 황희찬이 중학교 3학년이던 때 축구 선생님과 제자로 처음 만나 개인 훈련을 함께했다.

첫 만남 당시 황희찬은 마른 체격이었다. 배움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훈련이 끝난 뒤 개인 기술을 반복해서 익히려 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린 황희찬을 위해 직접 목욕탕에 데려다 준 적도 있다고 한다.

전 대표는 황희찬 선수를 비롯해 여러 선수들과 비시즌 개인 훈련을 함께해 왔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 안에서 더 좋은 공간을 인지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움직이며, 상황에 맞는 세밀한 기술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답 찾는 축구보다…도전을 허락해야”
축구에서 좋은 공간을 인지하고, 어느 타이밍에 움직여야 하는지를 아는 능력을 강조하는 전 대표. 그가 이토록 공간 인지와 움직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정형화된 틀을 거부해 온 그만의 독특한 축구 인생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중학생 시절 축구를 그만두고 이른바 ‘축구묘기’로 불리는 프리스타일 축구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국엔 프리스타일 축구를 지도해 줄 전문가가 없어 전 대표는 해외 인터넷 동영상들을 밤새워 돌려보며 동작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어 따라 했다. 2008년 2월 고등학교 졸업 직후 단돈 30만원으로 영국행을 택했다. 런던 길거리 공연을 시작으로 결국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3000여 명이 참가한 나이키 글로벌 광고 오디션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0년엔 세계 프리스타일 축구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스스로 정형화된 틀을 깨고 성공한 경험이 있기에, 그는 현재 한국 축구의 미래 역시 ‘실패를 허용하는 환경’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화려했던 프리스타일러 시절을 뒤로하고 2012년 ‘JK아트사커’라는 유소년 축구 교실을 차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축구 교육 방향을 바꿔보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다. 10여년 전 유튜브에 발을 내디딘 것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유소년들이 축구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고 기술을 스스로 체득하게 만들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전 대표는 "지금 대표팀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압박 속에서도 계속해서 공간을 찾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권현구 기자

“학생들이 성적과 결과에만 쫓기다 보면 결국 틀에 박힌 정답만 찾게 됩니다. 하지만 축구는 창의성이 필요한 스포츠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정해진 움직임만 반복하기보다, 경기 안에서 스스로 공간을 인지하고 창의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국 축구의 미래도 밝아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창의적으로 움직이면서 세밀한 기술을 구현한다는 전 대표의 축구 철학은, 월드컵 처럼 압박이 큰 경기일수록 선수들이 더 침착하게 공간을 인지하고 판단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다. 전 대표는 이를 위해 선수들이 훈련 과정에서부터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금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결국 중요한 것은 압박 속에서도 몸과 판단이 굳지 않고, 경기 안에서 공간을 새롭게 인지하며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대표팀의 저력을 끝까지 응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축구를 재미있게 즐기고, 선수들의 움직임과 공간 활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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