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오영수 성범죄, 유죄→무죄 완전히 뒤집혔다…“의심 들지만, 피고인 이익으로”
2026.06.26 17:51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깐부 할아버지’로 유명한 배우 오영수(82)가 강제추행 혐의를 완전히 벗었다.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됐던 것이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피해자가 “개탄스러운 판결”이라고 반발했으나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오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25일 상고기각 결정으로 확정했다. 검사의 상고 이유가 부적법하다고 보고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고 상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오 씨는 2017년 8월 연극 공연을 위해 지방에 머물던 시기 피해자 A 씨에게 ‘안아보자’ 등 취지로 말하며 껴안고, 같은 해 9월 피해자 주거지 앞에서 피해자가 현관문 도어락을 누르려고 할 당시 복도 센서에 불이 꺼지자 볼에 입술을 대는 등 2회에 걸쳐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오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경험하지 않으면 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다”며 “피해자의 일기장에 기재된 내용, 성폭력 상담소에 진술한 피해 내용 등이 사건 내용과 상당 부분 부합하며, 이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고 판시했다. 또 “2017년 피고인이 지낸 원룸 침대에 앉으라고 하고, 짐을 들어준다는 이유로 자취방에 들어가 이불에 누워 ‘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한 일, ‘안아보자’고 한 일을 대체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입장을 보였다. 여자로 보인다고 말했던 날에 작성한 일기장에도 해당되는데 행위에 관하여서 꼭꼭 숨겨야 할 에피소드가 생겼다고, 이런 화제가 나오면 그만이라고 중단시켜야 한다고 기재돼 있다”라고 근거를 들기도 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무죄로 뒤집혔다.
우선 포옹 혐의에 대해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이 안아보자고 말 한 것에 대해 마지못해 동의해줬으나 포옹 자체는 피해자의 동의가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는 ‘동료로서 포옹인 줄 알았으나 평소보다 더 힘을 줘 껴안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주장은 예의상 포옹한 강도와 얼마나 다른지 명확하게 비춰지지 않아 포옹의 강도만으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또 입맞춤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입증할 만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 강제추행이 발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나 성폭력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친한 동료 몇 명에게 사실을 알렸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에 피고인이 이에 사과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한 것 아닌지 의심은 든다”면서도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땐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 씨가 피해자에게 사과한 것 역시 이해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출연한 오징어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던 상황에서 피해자가 보낸 메시지를 따지기에 앞서 사과한 행동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며 “성범죄 행위가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받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 게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심 판결 직후 피해자 측은 “사법부가 내린 개탄스러운 판결은 성폭력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데 일조하는 부끄러운 선고”라며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제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다. 사법부는 이번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에 대해 책임감 있게 성찰해달라”고 반발했다.
오징어게임의 인기로 오씨는 한국 배우로는 처음으로 2022년 1월 미국 골든글로브 TV부문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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