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늦어도 달아난다”… 검찰청 폐지 앞두고 마약류 ‘통제배달’ 비상
2026.06.26 16:09
중수청이 맡으면 영장 절차 길어져 수사 지체 우려
“배송 하루만 늦어도 수거책 잠적”… 수사 차질 가능성
지난 4월 21일 경기 안양 우편집중국. 엑스레이 검색대를 지나던 네덜란드발 소포에서 수상한 물체가 포착됐다. 상자 안에는 머그컵과 커피 원두 두 봉지가 들어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커피 원두였지만, 봉지를 열자 연두색 알약 5137정이 쏟아져 나왔다. 강한 환각 작용으로 클럽에서 오남용되는 신종 마약 ‘2C-B’였다.
26일 유엔(UN)이 정한 제40회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을 맞았지만, 국내 유통 마약류 규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올해 1~4월 압수된 마약류는 890㎏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2배를 훌쩍 넘었다.
문제는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 이후 이 같은 마약류 밀수 사건을 추적하는 ‘통제배달 수사’의 책임 주체와 권한이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마약류 밀수를 초기 단계에서 차단하지 못하거나, 국내 유통책 검거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월 마약사범 역대 최다… 밀수 적발도 급증
대검찰청 마약류 월간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마약류 사범 누적 단속 인원은 7178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다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 단속 인원 6469명보다 11.0% 늘었다. 2016년 1~4월 938명과 비교하면 7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마약류 밀수 사범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4월 마약류 밀수로 단속된 누적 인원은 626명으로, 2017년 같은 기간 178명의 3.5배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류 사범에서 밀수 사범이 차지하는 비율도 4.0%에서 8.7%로 커졌다.
압수량도 급증했다. 대검 통계상 올해 1~4월 마약류 압수량은 890.2㎏으로 작년 같은 기간 343.3㎏보다 159.3% 늘었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류 대부분은 자체 제조보다 해외 밀수에 의존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밀수 단계에서 차단해야 마약류 퇴치의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관 적발 뒤 실제 배송처럼 위장해 수거책 검거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작년 12월 이른바 ‘마약 검사 2차 저지선 제도’를 도입했다. 공항과 항만에서 미처 적발하지 못한 밀수 마약류를 우편집중국 등에서 다시 탐색하고 차단하는 제도다. 현재 전국 주요 5개 우편집중국과 광역우편물류센터에 세관 검사장이 설치돼 있다.
세관에서 적발한 마약류는 단순 압수에 그치지 않고 수거책과 유통책 검거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른바 ‘통제배달 수사’다. 통제배달 수사는 세관에서 마약류가 적발됐을 때 곧바로 압수하지 않고 실제 배송되는 것처럼 꾸며, 현장에서 수거책과 유통책을 검거하는 수사 방식이다.
지난 4월 안양 우편집중국에서 적발된 2C-B 밀수 사건도 통제배달 수사로 이어져 수거책을 붙잡을 수 있었다. 마약범죄 정부합동수사본부는 세관에서 적발한 소포를 실제 배송지로 보내는 것처럼 처리한 뒤 잠복 수사를 벌였고, 지난달 현장에서 수거책 A씨를 검거했다. A씨는 지난 5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청 폐지 후 ‘통제배달’ 권한 공백 우려
문제는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면 통제배달 수사가 지금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마약류 불법거래 방지에 관한 특례법’은 검사를 세관에 마약류 의심 물품 반출을 요청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과 관세청은 업무협약(MOU)을 통해 밀수 가액 500만원 이상의 중대 마약류 사건은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세관 적발, 검찰의 신속한 영장 청구, 통제배달 수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검찰청 폐지로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지휘권이 사라지면, 검찰은 마약 밀수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된다. 이후에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관세청 특별사법경찰관이 수사를 맡게 되지만, 두 기관의 수사 권한은 다르다. 중수청 수사관은 마약류 범죄 중 밀수와 유통 범죄를 모두 수사할 수 있지만, 관세청 특사경은 밀수 범죄에 한해 수사권을 갖는다.
지금은 세관 적발, 검찰 영장 청구, 통제배달 수사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검찰청 폐지 이후에는 ‘마약류를 확보한 기관’과 ‘유통망을 추적할 기관’이 갈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가령 중수청이 통제배달 수사를 위해 관세청이 확보한 마약류를 넘겨받아 유통망 수사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할 수 있다. 관세청은 밀수 범죄 수사를 전제로 마약류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수청 수사관이 영장을 신청하고,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이후 법원의 영장 심사와 발부 절차까지 거치면 수사가 지체될 수밖에 없다.
“배송 지연 눈치채면 바로 잠적”… 제도 보완 시급
통제배달 수사에서 배송 지연은 치명적이다. 배송이 늦어지거나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드러나면 수거책이 이를 눈치채고 잠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근 해외 마약 조직이 우편물에 에어태그 같은 위치 추적기를 넣어 배송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며 “우편물 배송이 하루만 늦어져도 수거책이 수사기관의 움직임을 의심하고 달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청 폐지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만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부장검사 출신으로 통제배달 수사 경험이 있는 이성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뿐 아니라 특사경에 대한 지휘권이 없어지면 통제배달 수사를 개시하는 마약거래방지법상 검사의 반입 요청권도 개정해야 한다”며 “관세청 내 특사경의 장에게 반입 요청권을 부여해 통제배달 수사의 책임과 권한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압수수색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