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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스 카스트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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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려고 한 경기 맞나” [편집장 레터]

2026.06.26 11:21

지난 6월 25일,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셨을 겁니다. 90분 내내 고구마 100개쯤 드신, 답답한 기분이셨겠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졌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승리에만 미쳐 있지는 않습니다. ‘졌잘싸’라는 말이 있습니다. 패했더라도 내용이 좋으면 기꺼이 박수를 보냅니다.

이 경기가 충격적인 건 경기 수준이 형편없었기 때문입니다. 박지성 해설위원이 한마디로 짚어주더군요. “지금 이기려고 한 경기 맞나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설영우 등 선수들이 6월 24일(현지시간)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배했다. (사진=연합뉴스)
굳이 박 위원의 입을 빌릴 필요도 없습니다. 축구 문외한인 저조차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뻔히 지고 있고,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한국 선수들은 급해 보이지 않습니다. 남아공 선수들은 승리를 지키겠다고 수비 전열을 탄탄히 다지는데 한국 공격진이 느슨합니다. 모두 골문을 향해 돌진해도 부족할 판에, 4명쯤 우리 진영에서 공을 돌립니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프사이드 규칙조차 헷갈려 하는 ‘축알못’ 지인은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국 선수들은 움직임이 별로 없더라. 재미없어 보다가 졸았어.”

광화문으로 단체응원 나간 또 다른 지인은 “시청 안 한 사람이 위너, 여기까지 와서 소리친 내가 가장 루저”라고 쓴웃음을 짓습니다.

탈락이 눈앞인데 뒷전에서 공 돌리는 한국 축구
AI 전쟁서 한국 기업은 이기는 전술 펼치고 있나
분노(?)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그라운드를 뛰는 선수 입장으로 빙의해봤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하나였습니다. 지휘관이 문제입니다.

월드컵 본선 전부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특정 인맥만을 활용한다는 지적부터 전술이 없다는 비판까지, 내용도 가지가지였죠. 축구를 잘 모르는 저는 별다른 의견을 낼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남아공과의 축구를 보니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리더의 역량이 조직을 좌우합니다. 손흥민, 이강인, 옌스 카스트로프 등 역대 최강 멤버를 두고 이런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격 루트에 대한 명확한 전략이 있었다면, 한가롭게 뒤에서 ‘빌드업’만 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강인 선수가 땅을 내려치는 모습을 보고, 적어도 선수는 분함을 안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 경기를 보며 한국 경제라는 팀을 생각했습니다. 선수는 기업입니다. 감독은 좁게 보면 경영진, 넓게 보면 정부겠죠.

가끔 AI라는 무대에서 ‘닥공’을 해도 부족할 판에, 뒤에서 요리조리 공을 굴리는 모습을 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규 생산라인을 호남권에 구축하겠다는 논의가 그렇습니다.

반도체는 우수 인력의 집적도가 중요한 장치 산업입니다. 고급 엔지니어 유치를 위해 ‘경기 남부’가 마지노선이라고 했습니다. 협력사 생태계도 용인과 평택 중심으로 형성됐고요.

그랬던 기업이 왜 갑자기 기준을 바꿨을까요? 혹시 정치적인 사정을 고려한 ‘감독’의 계산이었을까요? 글로벌 AI 전쟁 속에서, 우리가 정말 ‘이기기 위한 경기’ 전술을 펼치고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명순영 편집장·경영학 박사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6호(2026.07.01~07.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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