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UN나선 ‘해협 개방 작전’ 거부하더니…호르무즈 ‘안전항행’ 하루 만에 흔들
2026.06.26 10:42
이란 “지정 항로만 안전” 사실상 새 통항체계 제시
29~30일 스위스 실무회담 앞두고 MOU 첫 시험대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통해 합의한 호르무즈 해협 안전항행 체계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싱가포르 선적 화물선이 오만 인근에서 피격되면서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철수 작전을 하루 만에 잠정 중단했고, 이란은 “지정한 항로만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히며 새로운 통항 관리 체계를 제시했다. 오는 29~30일 스위스에서 열릴 후속 실무협상을 앞두고 종전안 이행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 ‘에버 러블리(Ever Lovely)’호는 오만 다히트항 남동쪽 약 7.5해리 해상에서 우현이 발사체에 맞았다고 신고했다. 함교 일부가 파손됐지만 인명 피해와 환경오염은 발생하지 않았다.
해상 안보 소식통들은 드론 공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폭스뉴스에 이번 공격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드론 공격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국 당국은 공격 주체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사건의 여파로 IMO는 전날 발표했던 호르무즈 해협 선박·선원 철수 계획을 하루 만에 잠정 중단했다.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IMO 사무총장은 “필요한 안전 보장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 재확인하기 위해 철수 계획 시행을 일시 중단한다”며 “이번 공격을 받은 선박은 IMO가 마련한 철수 프레임워크에 따라 운항한 선박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IMO는 불과 하루 전 수백 척의 선박과 약 1만1000명의 선원을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 이동시키는 대규모 철수 작전에 착수했으며, 오만이 임시 항로를 제공해 안전한 통항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IMO와 오만은 해협을 빠져나오는 새로운 임시 항로를 두 개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란은 동참을 거부했고 IRGC는 이란이 지정한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만 안전한 통항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가 설립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도 “지정 구역을 벗어난 항로를 이용할 경우 안전은 물론 보험 적용과 배상 책임도 보장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이후 선박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일회성 사건에 그치지 않고, 호르무즈 해협의 새로운 관리 체계를 둘러싼 갈등을 표면화하는 계기라 해석했다.
미국과 이란이 MOU를 통해 60일간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기로 합의한 이후에도 이란이 해협 관리 권한은 자국이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운항 질서와 안전 관리는 이란이 주도하겠다는 신호로 분석된다.
미국은 해협에 대해 자유로운 항행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미국 측에 통보했다며 “그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면 협상은 즉시 종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이 이번 협상의 핵심 원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측은 핵사찰과 동결자산 사용 방식, 미사일 문제 등을 놓고도 잇따라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확대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고, 미국은 이란이 장기적인 핵 검증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는 29~30일께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인 후속 실무회담에서는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항행 체계와 관리 방식도 핵심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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