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연합사” 믿음에…한국군, 전투 아닌 ‘관리형 군대’ 전락
2026.06.26 05:02
② 전쟁 수행 가능한 군대 만들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주한미군을 외국 군대라고 하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조기 환수를 추진해 결국 한-미 동맹 해체로 나아갈 것”이라고 이재명 정부를 공격했다.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보수 쪽은 전작권 환수에 대해 “‘우리가 우리 군대를 지휘해야 한다’는 군사주권 회복 ‘감성팔이’로 한-미 동맹을 파괴하고 안보를 허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작권 환수의 핵심은 ‘전쟁할 수 있는 군대 만들기’다.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가 오히려 반길 일이다.
한국은 1994년 12월 평시작전통제권을 찾아왔다.
그러나 전작권은 여전히 한미연합군사령부(연합사)에 있다.
작전통제권이 평시와 전시로 나뉜 기이한 한국군 지휘구조가 32년간 이어지면서 한국군은 군대의 존재 목적인 전쟁 예방·대비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군 장교들은 모이면 작전을 토의한다는데 한국군 장교들은 모이면 진급과 보직을 이야기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이는 전쟁은 전작권을 지닌 연합사가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이 전쟁할 수 있는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과거 보수 쪽에서도 나왔다.
“굳건한 한-미 동맹은 한반도 평화유지의 1등 공신이다. 하지만 한·미 연합 방위체제에 의지하다가 전투형 군대보다 행정·관리형 군대의 모습을 띠게 된 부작용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우리 군이 전투형 군대가 아닌 관리형 군대로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4월 당시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때 했던 말이다.
만약 한국군 대장들에게 참모총장과 합참의장 중에 한개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참모총장을 택할 것이란 게 군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일치된 이야기다.
현역 군인 서열 1위인 합참의장은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작전을 지휘하며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한다. 합참의장은 군사분계선(휴전선), 북방한계선(NLL) 등 한반도 모든 평시 작전을 지휘하기 때문에 작전 실패의 책임에 24시간 노출돼 있다.
그러나 한반도 위기가 높아져 데프콘(방어준비태세)-3이 발령되면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연합사로 넘어간다. 합참의장은 한반도 전쟁 국면에선 권한이 대폭 줄어든다. 반면 각 군 참모총장은 작전에 대해 책임질 일이 없고 인사·군수 등 군정권을 쥐고 있어 권한이 세다. 군 관계자는 “합참의장은 합참에 근무하는 영관급 장교, 장군들에 대한 인사권도 없다”며 “각 군은 인사권을 쥔 참모총장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군의 관심이 온통 인사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연합사가 전작권을 행사하면 ‘죽고 사는 문제’인 전쟁을 위탁하는 셈이 된다.
현재 연합사 작전지휘체계에선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면 전쟁 상태로 악화하는 걸 방지하려 위기 완화와 전쟁 억제에 초점을 두는 ‘연합위기관리’로 전환한다. 연합사령관은 위기 관리에서 실패하고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전쟁 개시 시간(H아워) 발령 권한을 달라고 한·미 정부에 건의한다. 이를 양국 정부가 승인하면 연합사령관이 특정 시간을 정해 에이치아워를 발령해 전쟁을 시작한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선전포고 권한을 부여하는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징후가 있는지 △언제 한반도가 전쟁 단계로 넘어가는지 판단·결정하는 권한은 사실상 연합사령관에게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제1회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한국이) 세계 190여개 나라 중 전작권이 없는 유일한 국가”라며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36개국 중 대한민국만 전작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전작권 환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작권 환수 이후 지휘 구조의 핵심 뼈대는 간단하다.
현재는 연합사의 사령관을 미군이 맡고 부사령관을 한국군이 맡고 있다. 전작권이 환수된 뒤에는 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연합군사령부는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게 된다. 이는 전쟁을 위탁한 상태를 벗어나 ‘한국이 전쟁 결정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한국이 전쟁 결정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독자적 전쟁기획 능력을 갖춰야 한다.
현재는 연합사령관이 한반도 전구(단일한 군사전략목표 달성을 위해 지상, 해상, 공중작전이 실시되는 지리적 개념)를 생각하고 지형을 파악하고, 작전을 구상해 연합작전계획을 짠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우리가 주도해 전쟁 기획부터 연합작전계획 수립·시행과 연합훈련 계획·실행까지 맡게 됨으로써, 실전적 작전 능력과 지휘 능력이 커진다. 전작권 환수는 한국군이 ‘전쟁할 수 있는 군대’로 가는 지름길이다.
임명수 이화여대 특임교수(예비역 해군 대령)는 “전작권 전환은 한-미 동맹을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능력을 갖춘 한국군이 미국과 함께 안보 책임을 분담하는 동맹 현대화의 출발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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