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1kWh의 가치
2026.06.26 07:00
요즘 오전 9시와 오후 3시 30분이 되면 전국의 사무실 화장실이 붐빈다고 한다. 바로 주식시장 개장시간과 마감시간이다. 간밤에 중동발 이슈로 미국 증시나 유가가 요동치지 않았는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오전 9시가 되면 화장실로 가서 거래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에는 동료들과 미국 금리동결,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같은 주제로 경제 토론회를 벌인다. 지구 반대편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뉴스로 끝나지 않고, 직장인들의 일상까지 바꾸고 있다. 그 배경에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있다.
이른바 호르무즈 사태가 국제 뉴스를 넘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계좌를 쥐락펴락하게 된 진짜 이유는, 전형적인 현대의 에너지 전쟁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를 점령하는 전면전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자원과 에너지 공급망을 볼모로 상대국을 압박하는 방식이다. 이란은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여 글로벌 에너지의 유통을 막음으로써 군사력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에너지 시설이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되고 러시아가 가장 먼저 공격한 곳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이 아닌, 루간스크 발전소다.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대형 발전소 3분의 1을 파괴하고 드론으로 송전선로를 집중 공격했다. 러시아는 전력 인프라를 파괴하여 도시 전체를 멈추게 했고, 첨단 레이더나 방공망도 가동할 수 없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는 발전소를 복구하는 대신 유럽연합과 전력망을 신속하게 연계하여 이웃 국가에서 전기를 수입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2022년 전쟁이 시작될 때만 해도 국제정세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몇 달 안에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활용하여 러시아의 최첨단 전차와 전함들을 파괴하며 역습에 성공했다. 2024년 국내 학술행사에 참석한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한 장교는 "BTS 티켓 가격보다 저렴한 드론으로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 2만 5000대를 파괴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 드론의 역습은 현대전의 판도를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우크라이나의 전기화·첨단화된 국방력이 러시아의 수만대의 탱크와 대군에 맞서고 있는 것이다. 드론과 첨단 무기를 전장에 끊임없이 투입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럽연합과의 전력망 연계로 전시에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이루어낸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있었다. 현대의 국방력은 튼튼한 전력망 위에서 작동한다.
그렇다면 이 드론을 충전하려면 전기가 얼마나 들까. 1kWh면 군사용 드론 4-5대를 완전히 충전할 수 있다고 한다. 전기요금 고지서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던 1kWh의 가치는 의외로 무겁고 크다. 1kWh는 중환자실 인공호흡기를 하루 가까이 돌릴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전동 휠체어로 40km를 이동할 수 있으며, 신생아의 인큐베이터를 3시간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다.
1kWh를 절감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에어컨의 필터를 청소하고 온도를 1도만 높여도 충분하다. 사용량을 절감한 만큼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한전의 '에너지 캐시백'을 이용하면 더욱 좋다. 올여름 1kWh를 아끼는 작은 불편함들이 모이면, 누군가의 소중한 에너지가 되고, 송전선로 건설 요인을 최소화하며, 국가 안보도 지킬 수 있는 커다란 힘이 된다. 신경휴 한국전력 대전세종충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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