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억제책 30번, 완화 25번…“샤워실의 바보 이젠 멈춰야”
2026.06.25 18:32
■내성만 키운 대출규제
정권 바뀌며 조였다 풀었다 반복
임기에만 목 맨 일관성 없는 정책
23년 이어오며 집값 진폭 더 확대
‘60% 급등, 11% 급락’ 냉온탕 오가
세대 관통하는 30년 대계 수립을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정부가 부동산에 적극 개입을 시작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대 정권별 부동산 대출·세금 규제 강도와 아파트값은 일관되게 엇박자를 그렸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나온 각종 부동산 대책 중 수요 억제 성격의 대책은 30차례였고, 규제 완화는 25차례로 집계됐다. 대출 규제를 동반하는 총 30번의 수요 억제 대책 중 25차례가 이른바 ‘민주·진보 정권’으로 분류되는 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에서 나왔다. 민주당 계열의 정부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탓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는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실시했던 노무현 정부 5년간 56.6% 올랐다. 임기 중 발표한 26회의 부동산 대책 중 15회가 대출·세금 관련 규제였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62.2%가 폭등했다. 반면 투기지역을 전면 해제하고 종부세 세대별 합산 규정을 폐지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줄줄이 펼쳤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3.14% 하락했다. 전 정권이 도입한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등을 해제한 윤석열 정부의 경우 서울 아파트가 5.49%, 전국은 11.33%가 폭락했다.
각 정부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정책 실패’로 읽히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우선 모든 정부가 경기 후행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집값이 오른 후에야 부랴부랴 강도 높은 대출·세금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규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신호로 읽히고 있는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굵직한 주택정책이 손쉽게 뒤집히는 점은 수요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가장 큰 요소로 지적된다. 전 정권이 뿌린 정책 효과의 부작용만 다음 정권이 이어받는 패턴이 20년째 반복되면서 정부 대책은 무력화된 채 집값의 진폭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세금 규제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일관성 없이 툭하면 뒤집히는 문제가 뚜렷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 한 정권이 강하게 조인 대출 규제는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풀렸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에서 무력화됐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DTI 비율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일괄 70%, 60%로 완화됐다.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과잉돼 다음 정권 집값 폭등의 발판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집값이 급등해 임기 중 26차례에 이르는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펼쳤지만 정권이 바뀌면 다시 돈줄이 풀리리라는 기대감에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대출 규제는 다시 완화의 기조로 들어섰고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13% 오르는 결과를 낳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의 효과를 임기 중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규제 강도를 지나치게 키우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아래 차기 정권이 정책을 이어갈 수 없도록 하는 유인책이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종부세의 경우 2005년 도입 당시 과세 대상(주택분 기준)은 3만 가구에 세수 44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전환되고 과세 기준을 낮추면서 2007년 세수가 1조 2611억 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을 폐지했고 2009년 종부세 세수는 전년의 4분의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연간 2000억~3000억 원대로 유명무실해진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율이 대폭 인상되면서 2021년 결정세액이 4조 4085억 원까지 치솟았다. 다음 정권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종부세 기본 공제 손질에 나섰고 2023년 결정세액은 9487억 원까지 줄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와 정부 기조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대출·세금 규제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권마다 주택 매수자와 소유자들의 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늘거나 줄어드는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점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 성향과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세부 정책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공급 정책을 기반으로 적어도 한 세대인 30년을 관통하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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