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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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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렬의 시시각각] 세금은 부동산 잡는 수단이 아니다

2026.06.26 00:16

이상렬 수석논설위원
‘보유세는 높게, 거래세는 낮게’는 한국 사회의 오랜 도그마다. 그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2005년)의 논리가 됐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2008년 취임 후 ‘보유세 높게, 거래세 낮게’의 근거를 찾아봤으나 실무진은 찾지 못했다. 강 전 장관은 ‘재산세 시가표준액을 올려 재산세를 높여야 한다’는 한 재정학자의 말이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기록을 남겼다(『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폭등기에 정치적으로 도입된 포퓰리즘 세금이었다.

‘최후 수단’ 부동산 증세 가시화
보유세 중과되면 임차인에 전가돼
세금 폭탄, 부동산 대란 없어야

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은 1975년 ‘보유세는 서비스 가격과 같은 거여서 가능하면 낮게 하고 자장면 값을 부자라고 갑절로 받지 않듯 단일 세율로 해야 한다’고 권고한 적이 있다고 한다. 치안, 교통 등 지방정부 서비스에 대한 수익자부담금 성격의 세금이라 납세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역마다 공공 서비스 수준이 다르고 보유세를 주민들이 정하는 만큼 지역별, 국가별 비교가 무슨 소용이냐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반면에 거래세의 경우 부동산 매입 자체가 담세 능력을 보여주는 만큼 중과해도 지속 가능하다는 게 IMF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보유세 높게, 거래세 낮게’는 대중 정서와 맞아떨어졌다. 부동산 부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당연하고, 못 견뎌 매물로 나온 부동산 거래엔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는 발상이 그 행간에 있었다.

보유세 중과는 진보 정부의 부동산 급등기마다 단골 정책이 됐다. 그렇다고 거래세(취득세, 양도소득세)를 낮추지도 않았다. 특히 부동산 양도소득을 불로소득으로 보는 인식, 그러니 세금을 많이 물려야 한다는 정서가 강렬했다. 결국 부동산 세제는 ‘보유세도 높게, 거래세도 높게’로 흘러갔다. 보유도, 거래도 어렵게 하면 집값이 잡힐 거라 여겼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반대였다. 집은 국민의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사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매물 잠김이 심각했고, 정권의 기대와 달리 부동산은 폭등했다.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세금 증세에 나설 모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구 선진국만큼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게 맞겠다”고 한 데 이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고 옳은 방향”이라고 했다. ‘합리적 조정’으로 포장했지만, 시장은 부동산 증세 공식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부동산 증세는 이재명 정권의 두드러진 기조 전환이다. 지금까진 세금으로 집값 잡는 것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해 왔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집값 급등을 내세우지만, 부동산·세금 정책에 대한 신뢰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유세 증세론엔 따져볼 문제가 많다. 다른 나라와 굳이 비교하자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약간 낮지만 보유세와 취득세, 양도세 등을 모두 고려한 한국의 부동산 관련 세금은 지금도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무거운 세금 자체가 국민에겐 고통이다. 결국 부동산 부자들 세금을 더 올리는 양상이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보유세를 ‘부유세’처럼 쓴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보유세는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금이 아니다. 보유세를 오랫동안 과도하게 물리면 사실상 정부가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는 우려도 있다. 임대를 주고 있는 경우라면 소유주에게 중과된 세금은 결국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그 결과 전월세가 오르고 그것이 집값을 밀어 올린다. 이미 문재인 정권에서 고통스럽게 경험한 사실이다.

정부가 정말 부동산 세금 정상화를 하겠다면 우선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발상부터 버리길 바란다.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징벌적 보유세를 활용하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반도체 초호황과 관계없는 평범한 국민이 세금 폭탄을 맞거나 부동산 대란의 피해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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