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린 부동산 정책…집값·신뢰 다 놓쳤다
2026.06.26 07:01
|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한결같이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하며 집값과 주거 안정을 강조했다. 2003년 이후 올해까지 집값이 오르내릴 때마다 정부가 내놓은 굵직한 대책만 83개에 이른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값은 KB부동산 기준 196% 뛰어 물가 상승률의 3배에 육박한다. 시장 안정을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공급 확대 및 수요 억제 정책이 정권 임기인 5년마다 번번이 뒤집히며 집값은 물론 정책 신뢰마저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총 83개의 부동산 대책을 심층 분석한 결과 공급 확대와 수요 규제, 전월세 안정 등 모든 분야에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계획대로 실행된 정책이 거의 없었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30차례의 수요 억제 대책과 25차례의 규제 완화 대책이 발표됐다. 진보 정부의 정책이 보수 정부에서 뒤집히고 보수 정부의 대책은 진보 정부에서 번복되는 일이 반복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문재인 정부 시절 주거 안정을 목표로 도입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다. 세제 혜택까지 주면서 육성한 제도가 윤석열·이재명 정부를 거치며 도합 네 차례 뒤집혔고 급기야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공급 대책도 마찬가지다. 특히 서울 정비사업은 정부와 수장이 바뀔 때마다 구역 지정과 폐기를 되풀이하면서 착공이 지연돼 집값 상승과 전월세난 심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 늘렸다 줄였다를 반복하는 대출·세금 규제도 시장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택을 사거나 보유하는 데 드는 비용을 크게 흔드는 동시에 때로는 매수 자체를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는 오히려 수요자들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불안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전 국민적 관심사여서 포퓰리즘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민이 신뢰해야 따르는 세법조차 정권에 따라 뒤집힌다면 정부를 신뢰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내성만 키운 대출규제…23년 이어오며 집값 진폭 더 확대
정부가 대출 규제로 돈줄을 죄면 서울 아파트값은 오르고, 온갖 세금을 깎아주며 매수를 유도하면 집값이 폭락한다. 2003년 이후 23년간 한국 부동산 시장이 반복해온 역설이다. 글로벌 경기와 저금리발 유동성 등 거시 변수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지만 5년 주기로 60% 급등과 11% 급락이 교차하는 ‘롤러코스터 장세’의 뿌리에는 정부 실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 교체와 함께 고강도 규제가 극적 완화로 뒤바뀌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주택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채 ‘지연된 역효과’만 키우는 구조로 전락했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정부가 부동산에 적극 개입을 시작한 2003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대 정권별 부동산 대출·세금 규제 강도와 아파트값은 일관되게 엇박자를 그렸다. 노무현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나온 각종 부동산 대책 중 수요 억제 성격의 대책은 30차례였고, 규제 완화는 25차례로 집계됐다. 대출 규제를 동반하는 총 30번의 수요 억제 대책 중 25차례가 이른바 ‘민주·진보 정권’으로 분류되는 노무현·문재인·이재명 정부에서 나왔다. 민주당 계열의 정부에서 집값이 많이 오른 탓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은 출범 직후부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는 등 강도 높은 수요 억제책을 실시했던 노무현 정부 5년간 56.6% 올랐다. 임기 중 발표한 26회의 부동산 대책 중 15회가 대출·세금 관련 규제였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62.2%가 폭등했다. 반면 투기지역을 전면 해제하고 종부세 세대별 합산 규정을 폐지하는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줄줄이 펼쳤던 이명박 정부에서는 3.14% 하락했다. 전 정권이 도입한 15억 원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 등을 해제한 윤석열 정부의 경우 서울 아파트가 5.49%, 전국은 11.33%가 폭락했다.
각 정부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정책 실패’로 읽히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다. 우선 모든 정부가 경기 후행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집값이 오른 후에야 부랴부랴 강도 높은 대출·세금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규제가 강하면 강할수록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신호로 읽히고 있는 셈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굵직한 주택정책이 손쉽게 뒤집히는 점은 수요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가장 큰 요소로 지적된다. 전 정권이 뿌린 정책 효과의 부작용만 다음 정권이 이어받는 패턴이 20년째 반복되면서 정부 대책은 무력화된 채 집값의 진폭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대출·세금 규제의 변천사를 살펴보면 일관성 없이 툭하면 뒤집히는 문제가 뚜렷하게 보인다. 다시 말해 한 정권이 강하게 조인 대출 규제는 다음 정권에서 반드시 풀렸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는 이명박 정부에서 무력화됐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 DTI 비율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일괄 70%, 60%로 완화됐다.
‘조였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유동성이 과잉돼 다음 정권 집값 폭등의 발판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집값이 급등해 임기 중 26차례에 이르는 고강도 수요 억제책을 펼쳤지만 정권이 바뀌면 다시 돈줄이 풀리리라는 기대감에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 들어 대출 규제는 다시 완화의 기조로 들어섰고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서울 아파트값이 13% 오르는 결과를 낳는 데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의 효과를 임기 중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규제 강도를 지나치게 키우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아래 차기 정권이 정책을 이어갈 수 없도록 하는 유인책이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종부세의 경우 2005년 도입 당시 과세 대상(주택분 기준)은 3만 가구에 세수 4400억 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세대별 합산 방식으로 전환되고 과세 기준을 낮추면서 2007년 세수가 1조 2611억 원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며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세대별 합산을 폐지했고 2009년 종부세 세수는 전년의 4분의 1 수준까지 급감했다. 연간 2000억~3000억 원대로 유명무실해진 종부세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율이 대폭 인상되면서 2021년 결정세액이 4조 4085억 원까지 치솟았다. 다음 정권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종부세 기본 공제 손질에 나섰고 2023년 결정세액은 9487억 원까지 줄었다.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와 정부 기조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대출·세금 규제를 일관성 있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권마다 주택 매수자와 소유자들의 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늘거나 줄어드는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점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 성향과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세부 정책이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한 공급 정책을 기반으로 적어도 한 세대인 30년을 관통하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장 상황에 대응할 때”라고 조언했다.
8년새 4번 뒤집힌 등록임대제도…대폭 늘린다던 공공분양 절반만 공급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정권에 따라 부침을 겪은 대표적 부동산 정책으로 꼽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장려하거나 폐지를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이후 8년간 네 차례 제도 변화를 겪었다. 집주인을 임대사업자로 끌어들여 민간 전월세 시장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정책 실험은 매번 설계도가 바뀌었고 그 혼란의 비용은 사업자와 임차인 모두에게 전가됐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뿌리는 2003년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공공임대 공급만으로는 민간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보고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제도권에 편입시켜 임대료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제도는 유지됐지만 세제 혜택이 크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변곡점은 문재인 정부였다. 2017년 8·2 대책에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전면 강화하면서 동시에 등록임대사업자에게는 취득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임대소득세·건강보험료까지 전방위 세제 혜택을 쥐어줬다. 규제를 피하는 합법적 출구가 열리자 등록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20년 1분기 등록임대사업자는 51만 명, 보유 주택은 156만 가구까지 늘었다.
그러나 세제 혜택을 노린 다주택 매입이 늘면서 매물이 줄고 집값이 뛰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2020년 7·10 대책에서 4년 단기 매입임대와 아파트 장기(8년) 매입임대를 폐지하고 비아파트 10년 장기 매입임대만 남겼다. 제도를 믿고 아파트를 매입한 임대사업자들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등 세제 혜택이 사라지며 세 부담이 급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아파트 등록임대 부활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정부 출범 후 발표된 110대·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2024년 8·8 대책에서 20년 장기 임대 신설 등 제한적인 복원이 이뤄지는 데 그쳤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은 더 불투명해졌다. 이 대통령은 올해 2월 자신의 X(옛 트위터)를 통해 “서울 시내 등록임대주택사업자는 취득세·재산세·종부세 감면과 영구적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라는 특혜를 받는다”며 “임대 기간 종료 후 각종 세제는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하다”고 제도 개편 필요성을 공개 제기했다. 임광현 국세청장도 21일 X에 “임대 기간 종료 후에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 제외 혜택이 계속돼 매물 잠김이 심화되고 있다”며 “임대 기간 동안의 세제 감면과 종료 후 일정 기간의 혜택으로 충분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에 이어 국세청장까지 같은 방향의 문제 제기를 공개적으로 함에 따라 등록임대 세제 특례 축소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특례가 축소될 경우 임대 매물이 시장으로 출회돼 거래되고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등록임대주택의 의무임대기간 종료 예정 물량은 3년 내 16만 3371가구, 아파트만 따지면 4만 5713가구에 달한다. 등록임대주택 물량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면 공급을 늘리는 효과는 있지만 그만큼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어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오락가락을 반복하는 동안 전월세 안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목표치를 7년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공공임대주택 연간 13만 가구 공급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2018년 12만 274가구(92.5%)로 그나마 선방했지만 2019년 9만 3593가구(72.0%), 2020년 7만 7614가구(55.0%), 2021년에는 6만 9504가구로 달성률이 49.6%까지 추락했다. 5년 임기 전체로 따지면 평균 달성률은 약 68%에 불과했다.
윤석열 정부는 목표치를 연 10만 가구로 낮췄는데도 실적은 더 초라하다. 2022년 3만 7738가구로 달성률이 37.7%까지 곤두박질쳤다. 문재인 정부 말기 공급 파이프라인이 말라버린 여파인 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출범 첫해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원가량 삭감한 영향이 컸다. 2023년에는 5만 1459가구(51.5%)로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목표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공공분양주택 공급 실적도 사정은 비슷하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임대 예산을 줄이는 대신 공공분양을 대폭 늘리겠다는 기조를 내세웠지만 정작 서울 공공분양 실적은 2022년 전체 공공주택 3만 2505가구 중 1만 9840가구, 2023년에도 7만 9758가구 중 3만 8670가구로 절반에 그쳤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이라는 외부 악재가 겹친 데다 정치 혼란 속에 공급 기반 자체가 흔들린 탓이다. 이재명 정부도 9·7대책을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목표지만 토지 보상 지연과 주민 반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개편 등의 변수로 인해 계획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장기 임대라는 개념이 최소 8~10년의 안정적인 제도 환경을 전제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책 수명이 한 정권을 채 넘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는 물론 세입자들도 예측 가능한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며 “공공분양주택을 비롯한 공급 역시 연속성과 적시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규제지역 지정의 역설…서울 누르니 경기도가 들썩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구리시 등 비규제지역의 거래가 급증하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 12곳으로 확대되면서 대상에서 빠진 비규제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다. 강남권 규제 이후 수원·용인·성남으로, 수도권 광역 규제 이후에는 김포·파주로 매수세가 옮겨갔던 과거 사례와 비슷한 흐름이다.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지역 지정이 또 다른 비규제지역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지역은 1978년 토지거래허가제를 시작으로 2002년 투기과열지구, 2003년 투기지역, 2016년 조정대상지역이 차례로 도입되며 현재의 청약·전매·세제·대출 규제 체계를 갖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개발 호재나 투기 우려 지역의 거래를 허가제로 묶는 제도다. 투기과열지구는 청약·전매·정비사업 규제를 중심으로 운용됐고, 투기지역은 세제·금융 규제 성격이 강했다. 가장 늦게 도입된 조정대상지역은 청약 과열 대응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대출·세제 규제가 결합되며 종합 규제로 확대됐다.
규제지역은 시장 상황에 따라 확대와 축소를 반복했다. 2016년 11·3 대책 당시 서울과 경기 일부, 부산 일부, 세종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2017년 8·2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과천·세종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은 투기지역으로도 중복 지정됐다. 2020년 6·17 대책 때는 수도권 대부분과 대전·청주 등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넓어졌고 수원, 성남 수정, 안양,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동탄2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됐다. 반대로 금리 상승과 거래절벽이 본격화된 2022년 11월에는 경기·인천·세종 등 규제지역이 대부분 해제됐고 2023년 1월에는 강남·서초·송파·용산만 남기고 규제지역이 대거 풀렸다.
문제는 규제를 피해 움직이는 수요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2019년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되자 수원·용인·성남 등 이른바 ‘수용성’ 지역으로 매수세가 번졌다. 특히 수원 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 의왕은 2019년 12월 넷째 주부터 2020년 2월 둘째 주까지 각각 8.34%, 7.68%, 3.44%, 2.43%, 1.93% 올라 같은 기간 수도권 누적 상승률(1.12%)을 크게 웃돌았다. 2020년 2월 둘째 주 한 주 동안에도 수원 권선구가 2.54%, 영통구가 2.24%, 팔달구가 2.15% 뛰는 등 과열 양상이 뚜렷했다. 정부는 결국 같은 달 수원 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 의왕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같은 해 6·17 대책 이후에는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김포·파주 등 규제망에서 빠진 지역이 들썩였다. 김포가 같은 해 11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뒤에는 인접한 파주로 다시 매수세가 이동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토허구역도 ‘핀셋 규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시는 2020년 6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호재가 있는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허구역으로 묶었다. 갭투자를 차단해 해당 지역의 거래와 가격 상승을 누르는 효과는 있었지만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따르면 2020년 토허구역 지정 이후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억제된 반면 개포·도곡·반포·신천 등 인근 지역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특정 지역만 묶는 규제가 수요를 제거하기보다 주변 비규제지역으로 분산시킨 셈이다. 해제 이후의 반응도 컸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잠삼대청’ 토허구역을 대부분 해제했지만 거래량 증가와 갭투자 확대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한 달여 만인 3월 강남3구·용산구 아파트 전체로 토허구역을 확대했다. 규제를 풀면 억눌렸던 수요가 되살아나고 다시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더 넓게 묶는 흐름이 반복된 것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허구역으로 묶인 뒤 규제 대상에서 빠진 화성 동탄구와 구리 등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동탄은 반도체 산업 수요와 광역교통망 기대가, 구리는 서울 접근성과 정비사업 기대가 맞물렸지만 규제지역 경계 밖에 있다는 점도 매수 심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지정이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단기 처방일 수는 있지만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양 전문위원은 “규제는 수요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잠시 억제하는 것”이라며 “집값이 오를 환경이 갖춰져 있으면 눌려 있던 수요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로 시간을 벌었다면 그 기간을 공급 확대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써야 한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당장 아파트 공급이 어렵다면 비아파트 공급을 빠르게 보완하는 등 시장에 공급 확대 신호를 분명히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백주연 기자 nice89@sedaily.com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구리시 등 비규제지역의 거래가 급증하고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규제지역 추가 지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 12곳으로 확대되면서 대상에서 빠진 비규제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다. 강남권 규제 이후 수원·용인·성남으로, 수도권 광역 규제 이후에는 김포·파주로 매수세가 옮겨갔던 과거 사례와 비슷한 흐름이다.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규제지역 지정이 또 다른 비규제지역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지역은 1978년 토지거래허가제를 시작으로 2002년 투기과열지구, 2003년 투기지역, 2016년 조정대상지역이 차례로 도입되며 현재의 청약·전매·세제·대출 규제 체계를 갖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개발 호재나 투기 우려 지역의 거래를 허가제로 묶는 제도다. 투기과열지구는 청약·전매·정비사업 규제를 중심으로 운용됐고, 투기지역은 세제·금융 규제 성격이 강했다. 가장 늦게 도입된 조정대상지역은 청약 과열 대응책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대출·세제 규제가 결합되며 종합 규제로 확대됐다.
규제지역은 시장 상황에 따라 확대와 축소를 반복했다. 2016년 11·3 대책 당시 서울과 경기 일부, 부산 일부, 세종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고 2017년 8·2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과천·세종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서울 11개 구와 세종은 투기지역으로도 중복 지정됐다. 2020년 6·17 대책 때는 수도권 대부분과 대전·청주 등으로 조정대상지역이 넓어졌고 수원, 성남 수정, 안양,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동탄2 등은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됐다. 반대로 금리 상승과 거래절벽이 본격화된 2022년 11월에는 경기·인천·세종 등 규제지역이 대부분 해제됐고 2023년 1월에는 강남·서초·송파·용산만 남기고 규제지역이 대거 풀렸다.
문제는 규제를 피해 움직이는 수요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2019년 12·16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되자 수원·용인·성남 등 이른바 ‘수용성’ 지역으로 매수세가 번졌다. 특히 수원 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 의왕은 2019년 12월 넷째 주부터 2020년 2월 둘째 주까지 각각 8.34%, 7.68%, 3.44%, 2.43%, 1.93% 올라 같은 기간 수도권 누적 상승률(1.12%)을 크게 웃돌았다. 2020년 2월 둘째 주 한 주 동안에도 수원 권선구가 2.54%, 영통구가 2.24%, 팔달구가 2.15% 뛰는 등 과열 양상이 뚜렷했다. 정부는 결국 같은 달 수원 영통·권선·장안, 안양 만안, 의왕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같은 해 6·17 대책 이후에는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김포·파주 등 규제망에서 빠진 지역이 들썩였다. 김포가 같은 해 11월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뒤에는 인접한 파주로 다시 매수세가 이동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토허구역도 ‘핀셋 규제’의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시는 2020년 6월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 호재가 있는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토허구역으로 묶었다. 갭투자를 차단해 해당 지역의 거래와 가격 상승을 누르는 효과는 있었지만 수요가 인접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 따르면 2020년 토허구역 지정 이후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억제된 반면 개포·도곡·반포·신천 등 인근 지역은 더 가파르게 올랐다. 특정 지역만 묶는 규제가 수요를 제거하기보다 주변 비규제지역으로 분산시킨 셈이다. 해제 이후의 반응도 컸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잠삼대청’ 토허구역을 대부분 해제했지만 거래량 증가와 갭투자 확대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한 달여 만인 3월 강남3구·용산구 아파트 전체로 토허구역을 확대했다. 규제를 풀면 억눌렸던 수요가 되살아나고 다시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더 넓게 묶는 흐름이 반복된 것이다.
최근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허구역으로 묶인 뒤 규제 대상에서 빠진 화성 동탄구와 구리 등으로 매수세가 번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동탄은 반도체 산업 수요와 광역교통망 기대가, 구리는 서울 접근성과 정비사업 기대가 맞물렸지만 규제지역 경계 밖에 있다는 점도 매수 심리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지정이 집값 급등을 막기 위한 단기 처방일 수는 있지만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본다. 양 전문위원은 “규제는 수요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잠시 억제하는 것”이라며 “집값이 오를 환경이 갖춰져 있으면 눌려 있던 수요는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로 시간을 벌었다면 그 기간을 공급 확대를 위한 골든타임으로 써야 한다”며 “공사비 상승 등으로 당장 아파트 공급이 어렵다면 비아파트 공급을 빠르게 보완하는 등 시장에 공급 확대 신호를 분명히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경제 관련뉴스]
美·이란戰 끝나자마자…이스라엘이 트럼프에 내민 ‘철도 청구서’
거품론에 직격탄 날린 마이크론…다음 타자는 삼성·SK[글로벌 모닝 브리핑]
진격의 서학개미...韓 해외 금융자산의 절반은 ‘이 나라’ [Pick코노미]
관세율 빚는 트럼프…“원칙도, 근거도 없었다” [글로벌 모닝 브리핑]
뉴욕·LA 초고가 주택 증세 실험...韓 보유세 개편 ‘참고서’ 되나 [Pick코노미]
‘닥공’ 밝힌 김용범…李 대통령, 부동산 끝장토론 ‘맘카페’까지 부른다
[단독] 한화에어로 K9 자주포, UAE서 생산·판매한다
“윗사람 눈치보는 ‘예스맨’만 남아”…천재들이 구글을 떠난 이유
한국 왔더니 충격받았다…“외모 집착에 압박감” 프랑스 유학생들 고백
[단독]GD 소속사, 두바이에 ‘로봇 테마파크’ 만든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종합부동산세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