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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사교육이 교육 문제? 진짜 위기는 ‘소속감의 부재’ [.txt]

2026.06.26 05:02

학생·교사·학부모 인터뷰와 현장 연구 20년
사회학자 조은주 “학교에서 능력주의 내면화”
청소년의 소속감과 꿈 빼앗는 ‘계급 불평등’
학교는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지만 그와 동시에 소속감의 한계와 문제점을 깨닫게도 한다. 사진은 등교하는 고등학생들의 뒷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이 사회의 청소년들이 입시 경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주 일부의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혹은 청소년의 삶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계속해서 말해지고 쓰여진다.”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냐고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입시 위주 교육과 무한 경쟁,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학벌주의 등이 답으로 돌아온다. 다수의 교육 전문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러나 여기 그와 사뭇 다른 견해가 있다. 입시 경쟁은 교육 문제의 일부일 뿐, 더 큰 진짜 문제는 소속감의 유무라는 것.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책 ‘세계에 속한다는 것’의 핵심 주장이다. 2003년~2024년 사이 중고생부터 대학생 및 사회인까지 청소년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을 인터뷰하고 현장 연구를 더한 결과로, 위 인용문은 그 책의 한 대목이다.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세계에 속해 있다는 것, 그 세계 안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어딘가에 속해 있다, 고로 존재한다’는 게 조 교수가 생각하는 존재론의 알짬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의 청소년 대부분은 학교에서나 학교 바깥에서나 그런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인공지능도 파악하다시피 학교 교육은 입시 위주로 돌아가지만, 상당수의 중고생들에게 입시는 남의 일일 뿐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청소년들에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소속감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곧바로 사회로 나가 봤자 기다리는 것은 고되고 불안정한 일자리들뿐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운데 자포자기에 가까운 찰나주의에 빠진 삶이 조 교수의 눈에 비친 이 시대 청소년들의 현실이다.

세계에 속한다는 것 l 조은주 지음, 생각의힘, 2만6000원
청소년기는 그 자체로도 의미를 지니지만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기로서 특히 중요하다. 어른이 되어 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청소년들에게는 꿈과 진로 계획 그리고 그를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조 교수가 만난 청소년 대부분은 꿈에 대해 조소와 거부감만 지닐 뿐이었다. 그들에게는 꿈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이 뛰어난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학생들에게 꿈이란 사치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계급적 불평등이 도사리고 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학업에 전념하고 몰두하는 태도에는 실은 매우 계급적인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 꿈과 노력을 가로막는 계급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조 교수는 피에르 부르디외의 일루지오(집단적 믿음과 열망), 장, 자본, 아비투스, 상징폭력 같은 개념을 동원한다.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을 축으로 삼는 보편 교육 이념은 아이들 누구나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평등의 환상을 자아낸다. 능력과 노력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가 그를 부추긴다. 그러나 “능력주의는 인간 존재를 임의적으로 분류하는 상징폭력의 질서”이고 “학교 교육은 무엇보다도 이 분류의 질서를 학습하고 내면화하며 적응하는 장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괴롭히던 성적에 따른 줄 세우기는 학교 밖 사회로도 이어진다.

“학교의 역할과 의미는 교과목 공부가 아니라 다른 데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밥이다.”

입시 경쟁이나 교과목 공부 이전에 ‘밥’이 있다. 가정 형편상 “밥을 잘 못 챙겨 먹는 아이들”이 많다고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지은이에게 말했다. 맞벌이 부모든 일하는 외부모든 또는 조손 가족이든 아이의 밥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하는 집이 많고, 그 경우 학교 급식은 공부보다 더 절실한 가치를 지니게 된다. 그와 함께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을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돌봐준다는 것 역시 교육 제도의 중요한 기능에 속한다. 밥과 돌봄은 소속감의 가장 큰 원천이어야 할 가족의 결여를 학교가 보완하는 유력한 방식이다. 졸업 이후에 대한 아이들의 불안과 절망은 그런 돌봄의 체계에서 대책 없이 떨어져 나간다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일 수 있다.

“학교를 떠나고 나면 정말로 장 바깥의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더는 어느 곳에도 속해 있지 않은 존재, 비존재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쉽고 한계가 많은 대로 학교란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소속감을 지닐 수 있는 근거였다. 그러나 졸업과 함께 학교라는 둥지에서 벗어나게 되면 그들이 편안한 소속감을 지닐 대상을 찾기란 무망한 노릇이다. 책의 결론이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이 세계의 신참자들은, 자신들이 어디에도 속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고 익히고 배우며 자라나고 있다. 이것은 불평등에 대한 그 무수한 논의들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다루어지지 못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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