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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차가운 평화’ 주장에 반박 잇달아… “한국엔 뜨거운 위험 초래”

2026.06.26 04:58

“北이 한미 분열 악용해 억지력 시험할 우려”
차 석좌 “북핵 위협 대처 위한 과도책”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지난 4월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워싱턴 DC의 대표적인 한반도 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북한 비핵화는 단시일 내 달성이 어려운 목표가 됐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차가운 평화(cold peace)’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런 타협이 한미 동맹 간 신뢰를 훼손하고 지역 내 핵에 대한 불안을 고조시켜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해가 될 것이란 반론이 제기됐다. 조지 W. 부시 정부 때 미·북 협상에 관여한 차 석좌는 미 조야(朝野)의 대북 강경론자였지만 지난 4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에서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군축·핵무기 비확산을 위한 미·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해 외교가에서 파장이 적지 않았다. CSIS의 한반도 연구 프로그램은 외교부 산하 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원을 받고 있다.

다자(多者) 분야 전문가면서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6월 포린 어페어스에서 “북한이 핵 확장을 헌법, 작전 계획에 깊이 뿌리를 내려 워싱턴(미국)이 더 이상 단기적 비핵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면서도 차 석좌의 ‘차가운 평화’론이 한국에는 ‘뜨거운 위험(hot risk)’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서 한국이 갖는 취약성보다 자국 안보를 우선시하게 되면 “북한이 그 분열을 악용해 한국을 대상으로 사이버 작전 같은 ‘회색 지대’ 강압을 통해 억지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권의 탄압, 강제 노동 같은 문제를 방치한 채 대북 압박을 완화하면 김정은 정권을 더 공고히 할 뿐”이라며 “미국이 서울로 위험을 전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뉴스1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CAPS) 부회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첫 협상이 이뤄졌던 30년 전보다 오늘날 훨씬 더 발전해 있다”며 “차 석좌가 주장하는 정책들은 이런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북한 정권은 한반도 분단, 핵이 정권의 생존을 보장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통일된 한국이야말로 한반도의 평화, 인권, 그리고 핵 위협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지속 가능한 길”이라며 “통념상 통일은 실현 불가능하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 여겨지지만 통일을 한미 정책의 전략적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은 실현 가능하고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민주적이고 핵무기가 없으며 경제적으로 통일된 한국은 한미와 아시아 내 미 동맹국의 장기적 전략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 주장했다.

이런 반론에 대해 차 석좌는 “‘차가운 평화’가 한국의 이익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미 본토에 대한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위협을 줄이면 평양이 (유사시) 미국 도시들을 인질로 삼을 수 없어 한국의 안보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한반도 내 미 지상군 병력 감축이 이뤄지더라도 억지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유사시 ‘직접 개입’은 유지된다며 “북한이 공격할 경우 미국인들은 여전히 총탄이 빗발치는 전선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자신이 주장한 ‘차가운 평화’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과도기적인 해결책”이라며 “비핵화에 집착하거나 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북한의 핵을 저지하지도, 미국이나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지도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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