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내분 속 文에 손 내민 李…악화일로 명·청 갈등 국면전환
2026.06.25 18:51
이재명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초청해 다음 달 1일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25일 전했다.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따로 만나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전당대회를 둘러싼 지지층 내부 갈등이 ‘친명 대 친문’ 전면전 양상으로 번진 상황에서 진영 단합을 시도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강 대변인은 “국정 현안 전반과 국제 정세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했다.
전·현직 대통령의 회동 약속은 전날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을 만난 지 하루 만에 발표됐다. 정 전 대표는 전날 미리 약속을 잡지 않은 채 도서전을 찾아가 ‘평산책방’ 부스에 온 문 전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한 뒤 1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도 ‘평산책방’ 부스를 방문했지만, 문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당권 경쟁이 노골적 계파 갈등으로 번지던 상황에서 지난 21일 이 대통령의 한찬식 민정수석 임명은 지지층 내분을 가속화하는 기폭제와 같았다. 한 수석이 검찰 출신인데다,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하며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전력이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정 전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은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우리가 뽑은 이재명 정부가 이런 획책을 하다니 배신감이 엄청나다”거나 “갈라서자는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렇듯 내부 갈등이 커지던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초청한 걸 두고 여권에선 “당심 이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전당대회의 또 다른 갈등 뇌관이던 검사의 보완수사권 문제도 잠정 봉합됐다. 전당대회에 ‘친명 후보’로 출마 예정인 김민석 국무총리는 2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저는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며 “그간 정부에서 논의하고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감안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앞두고 친청계(친정청래계) 등 당내 강경파가 정부와 각을 세우며 밀어붙이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요구를 김 총리가 직접 수용한 것이다.
김 총리는 “정부가 별도의 입법안을 제시하기보다는 국회의 논의와 결정을 존중하겠다”며 후속 법안 작업도 국회로 넘겼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제도 설계와 입법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 전 대표는 이날 전북 정읍에서 열린 전북도당 당선인 워크숍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이라도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하라”며 김 총리와 지속적인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해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런 건 찬성이 아닌 실질적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10월 2일 공소청·중수청이 출범하려면 지금 바로 국회에서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보완수사권 폐지’ 입장 발표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안으로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국회로 왔으면 제일 좋았을 것이다. 혹시 시간끌기 작전인지 살펴봐야 한다”는 뼈 있는 말도 남겼다.
‘명·청 대전’으로 불리는 여권 내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급격한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지난 22~23일 미디어토마토·뉴스토마토의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4.0%→44.8%로 2주 전보다 9.2%포인트 하락했다. 4월 4주 조사에서 61.4%를 기록한 뒤 두 달째 연속 하락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같은 조사에서 ‘누가 차기 대표로 가장 적합한가’ 항목엔 정청래 전 대표(30.0%), 김민석 총리(25.5%), 송영길 의원(14.2%)의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민주당 지지층에선 김 총리(46.1%), 정 전 대표(26.5%), 송 의원(18.8%) 순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쪽으로 쏠리지 않는 팽팽한 당내 역학 관계가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며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치명상을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봉합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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