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둘러싼 65억원 혈세 논란…예산보다 커진 '부천시 책임 공백'
2026.06.25 15:21
부천영화제포스터. 조용익 부천시장.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가 해마다 수십억 원의 시민 혈세를 받아쓰면서도 정작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시민에게 닫아 두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행정 권력에 기댄 후원금 유치 구조와 단기계약직으로 채워진 비대한 인건비 예산이 맞물리면서, BIFAN이 시민의 축제라는 명분 뒤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시청 권위 빌린 후원 압박… "울며 겨자 먹기"
25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논란의 한복판에는 BIFAN 후원금 유치 방식이 있다. 업계에서는 영화제를 후원하는 기업들이 문화 후원이라는 명분과 달리 부천시의 행정적 영향력을 의식해 마지못해 지갑을 여는 '울며 겨자 먹기식' 후원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익명을 요청한 문화예술학계의 A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후원 구조는 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운영진이 시민보다 행정 권력의 입맛에 맞는 전시성 사업을 앞세우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영화제가 대중의 수요를 읽어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는 대신 관(官) 주도 사업에 매달리면서, 시민과 동떨어진 폐쇄적 조직으로 굳어졌다는 진단이다.
비대한 예산 구조는 이를 숫자로 보여준다. 2026년 인건비 예산만 18억1500만원에 달하지만, 전체 인력 70명 가운데 74%인 52명이 단기계약직이다. 막대한 인건비를 쏟아붓고도 정작 전문성과 브랜드 자산은 매년 휘발되고, 조직은 '행사 치르기'의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계약직 비중이 높은 것을 곧바로 방만 행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영화제가 연중 상설 행사가 아니라 특정 시기에 인력 수요가 몰리는 사업인 만큼, 단기계약직 중심의 인력 운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핵심 기획 인력은 상근 체계로 두고 전문성을 이어가고 있어, 계약직 비율만으로 전문성 부재를 단정하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공간은 빌려주고 책임은 떠넘기고… 행정의 이중잣대
올해 BIFAN에 투입되는 예산은 부천시 지원금 59억7200만원과 후원금 5억2900만원을 더해 65억원을 넘어선다. 예산은 해마다 불어나는데 관리·감독은 거꾸로 헐거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이 모순이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자리가 매년 부천시청에서 열리는 후원금 전달식이다. 농협 등 관내 중견기업이 참여하는 이 행사에 시 관계자들은 빠짐없이 참석해 영화제의 위상을 과시한다. 그러나 정작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묻는 취재진 질문 앞에서는 "운영 주체가 아니어서 답하기 어렵다", "관련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곧바로 발을 뺀다.
기업 후원을 끌어모을 때는 시청이라는 공적 공간과 행정적 권위를 아낌없이 빌려주면서, 그 돈의 쓰임을 따질 때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미루는 셈이다. 권한은 챙기고 책임은 떠넘기는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이자 방만 행정의 민낯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부천시는 이런 지적에 대해 후원금 전달식이 후원을 강제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역 기업의 문화 기여를 격려하는 의례적 행사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예산 집행의 1차적 책임과 회계 자료는 독립된 운영 주체인 조직위원회에 있어, 시가 세부 내역까지 직접 답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시는 보조금 정산과 사후 성과 평가는 관련 조례와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내경 국민의힘 부천갑 당협위원장은 "공공 예산이 투입되는 축제라면 사업 성과뿐 아니라 예산 사용 내역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행사의 위상과 규모가 커질수록 회계 투명성과 책임성도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천=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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