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손주 기다리다 떠난 남편, 4명에 새 생명…“짐 내려놓고 훨훨 날길”
2026.06.25 14:08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올가을 첫 손주의 탄생을 손꼽아 기다리던 60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4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3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송기섭(67)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과 폐, 안구(양쪽)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송씨는 100여명에게 자신의 인체조직도 기증했다. 인체조직기증은 사후에 피부, 뼈, 인대, 혈관, 연골 등을 기증하는 것으로, 기증자 한 명이 많게는 8명에게 기증할 수 있는 장기기증보다 더 많은 환자에게 기증할 수 있다.
송씨는 지난달 25일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진 뒤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치료와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남을 배려하던 송씨의 성품을 잘 알기에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 아내 윤안순씨는 “생전 남편이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평소 남을 먼저 생각했던 만큼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이들 속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남편도 기뻐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4남매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송씨는 직장 생활을 거쳐 20년 가까이 화물차를 몰며 가정을 일궜다.
송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아흔이 되신 어머니의 병간호를 도맡아 장남으로서 책임을 다했다. 43년을 함께한 아내에게는 무더운 여름이면 선풍기부터 챙겨주는 자상한 남편이었다.
딸과 아들에게도 말보다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아버지였다. 아들 송인규씨는 “아버지가 표현은 많지 않았지만, 자녀들을 세심히 챙기고, 주변 어른들에게 늘 허리 숙여 정중히 인사하던 분이었다. 그런 모습을 존경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오는 11월 예정된 인규씨의 결혼과 올가을 딸의 출산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한다. 아내 윤씨는 손주가 태어나면 사진을 찍어 늘 갖고 다니겠다며 기뻐하던 남편이 손주를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윤씨는 남편에게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훨훨 날아다녔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이 세상에 없어도 누군가는 당신의 일부를 품고 살아갈 테니 그걸 위안 삼아 살아갈게요. 사랑해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들 인규씨도 “마지막 순간까지 가장 귀한 사랑을 베풀고 가신 아버지의 아들이어서 좋았습니다. 정말 자랑스럽고 감사했습니다. 아버지, 많이 사랑합니다”라고 그리움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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