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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광판 속 응원단의 눈물…‘발암축구’에 쏟아진 ‘탄식’ 과 ‘망연자실’ [세상&]

2026.06.25 13:46

남아공에 0-1 충격 패…시민들 “경기력 아쉬워”
자력 32강 진출 무산…경우의 수 따져야 하는 처지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과 남아공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이 1:0으로 패배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정주원·김도윤 기자] “제발, 제발….”

25일 오전 10시 한국 축구대표팀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이 열린 서울 도심 거리응원장.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응원 소리보다 한숨이 더 커졌다. 열띤 분위기로 시작됐던 경기는 남아공에 골을 내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후반전이 시작되면서 광화문광장에는 오히려 사람이 더 늘었다. 광화문역 4·7번 출구까지 인파가 이어졌고, 만석으로 입장이 통제되자 “돗자리를 두고 왔다”, “잠깐만 들여보내 달라”며 현장요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합류하며 세종대로 빈 공간도 거의 사라졌다.

후반 15분 오현규의 헤더가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광장에서는 탄성과 함성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하지만 불과 2분 뒤 역습으로 실점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거나 고개를 숙인 시민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응원 열기도 잦아들었다. 경기 종료를 20여 분 남긴 오전 11시40분께에는 응원단의 북소리만 광장을 울렸고 시민들은 말없이 전광판만 바라봤다. 설상가상 굵어진 빗방울까지 더해지면서 경기 전 붉게 달아올랐던 광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과 남아공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대한민국이 1:0으로 패배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후반 40분이 넘어서자 패배를 직감한 시민들은 하나둘 돗자리를 접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직전 황인범이 쓰러지자 응원단은 “황인범”을 연호하며 끝까지 선수들을 격려했다. 전광판에 눈물을 흘리는 현지 응원단이 비치자 “아직 안 끝났어”, “우리도 울고 싶다”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추가시간 6분. 마지막 희망을 붙잡은 시민들은 손을 모으고 “대한민국”을 외쳤다. 그러나 종료 30초를 남기고 남아공이 공을 가져가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종료 휘슬과 함께 광장은 그대로 정적에 휩싸였다.

대학생 김시준(28) 씨는 “선수들은 끝까지 뛰어줬지만 전술적으로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현장에서도 홍명보 감독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그래도 끝까지 응원하고 싶어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반차를 내고 응원에 나왔던 이규원(32) 씨는 “골이 안 터지니까 후반 들어서는 다들 말이 없어졌다”며 “추가시간이 시작되기 전 이미 짐을 챙겼다. 솔직히 극적인 장면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고 허탈해했다.

직장인 전재민(52) 씨는 “결과는 아쉽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경기를 교훈 삼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다음에도 거리응원이 열리면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전술 이해할 수 없다” 반응도


같은 시간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신세계스퀘어도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추가시간이 흐르자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종료 직전까지 득점이 나오지 않자 손깍지를 낀 채 전광판만 바라봤다. 전광판에 홍명보 감독이 비칠 때마다 곳곳에서는 야유도 흘러나왔다.

경기가 끝나자 대부분은 말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일부 시민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동안 전광판 앞을 떠나지 못했다. 신민승(25) 씨는 “가볍게 이길 줄 알았는데 전반부터 끌려다녔다”며 “패스 미스도 많았고 실력으로 진 경기라는 생각이 든다. 축구팬으로서 아쉬움보다 슬픔이 크다”고 말했다.

이수빈(31) 씨는 “2-0, 3-0 승리를 기대했는데 너무 허탈하다”며 “멕시코전보다도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심규환(27) 씨는 “감독이 경기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변화를 줬어야 했다”며 “전술적으로 아쉬움이 큰 경기였다”고 말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시민들이 응원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서울 영등포구 한국투자증권 본사 앞에서도 희비는 엇갈렸다. 경기 중 소나기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시민들은 우비를 입은 채 자리를 지켰다. 결정적인 공격 장면이 나올 때마다 “골! 골! 골!”을 외쳤지만 끝내 골망은 흔들리지 않았다.

월드컵 32강 진출을 기대하며 모인 시민들은 경기 막판까지 손을 모은 채 전광판을 바라봤다. 그러나 대표팀이 0-1로 패하면서 자력으로 32강에 오를 가능성은 사라졌고 거리응원장에는 환호 대신 긴 한숨과 침묵이 흘렀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자리를 뜨는 시민들이 하나둘 늘었고 경기 종료 후에는 대부분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빠져나갔다. 첫 거리응원에 나왔다는 김한솔(18) 씨는 “당연히 이길 줄 알고 왔는데 져서 너무 아쉽다”며 “감독이 손흥민을 조금 더 빨리 투입했어야 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인근 직장인 이영서(32) 씨는 “점심시간이라 밥도 안 먹고 나와 30분 정도 봤는데 계속 지고 있었다”며 “운 좋게 32강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경기력이면 금방 탈락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둔 뒤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했다.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무릎을 꿇으며 1승 2패(승점 3)로 조 3위가 됐다. 이에 따라 자력으로 32강에 진출할 수 없게 됐고 다른 조 경기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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