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자산 피난처 ‘금(金)의 굴욕’ 시작됐나[손재철 인사이트]
2026.06.25 10:27
뉴욕발 국제 금값이 하루 새 3% 넘게 급락하며 온스당 4000달러 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노후 대비용 안전 자산 투자를 하고 있는 시장 수요층들 사이에서 ‘금’에 대한 재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가 겹치면서 24일(현지시간) 국제 금값이 3% 넘게 빠졌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일 대비 3.0% 내린 온스당 3천992.44달러(약 61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를 올해 1월 온스당 5천594달러 사상 최고가 금값과 비교하면, 고점 대비 무려 28% 급락한 것이다.
완연한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무적’ 황금 안전자산으로 통하던 금값이 빠르게 가라앉은 이유는 달러강세, 그리고 미국발 금리 인상 가능성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이자가 없는 금’의 치명적 약점을 파고드는 것은 바로 은행의 ‘금리’에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 늘 금값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똑같은 투자를 해도, 이자를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으로 머니무브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를 자극한 케빈 워시(Kevin Warsh) 신임 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력히 강조하면서,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인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여기에 미·이란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해지며 ‘고금리 장기화’ 혹은 추가 인상 시나리오가 급부상했다.
금은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나 배당금이 나오지 않는 대표적인 ‘비이자부 자산’이다. 따라서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는 국면에서는 상대적인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금을 던지고 매력적인 금리를 제공하는 국채 등 이자부 자산으로 이동이 가속화된 배경이다.
이어 지속되는 ‘강’ 달러 흐름이다.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는 금값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번 주 들어 블룸버그 달러 현물지수(BBDXY)가 1% 가까이 치솟으며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 금은 달러화로 가격이 매겨진다. 즉, 달러 가치가 오르면 미국 외 지역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금을 살 때 더 많은 자국 통화를 지불해야 하므로 실질적인 매수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이 같은 ‘달러 강세 = 금값 하락’이라는 관계가 작동하면서 글로벌 매수 수요가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보인다.
이러다 보니 금에 이어 ‘은값’ 마저 폭락하고 있다. 금값의 하방 압력은 귀금속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날 국제 은 가격 역시 6.9% 폭락한 온스당 57.31달러를 기록하며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60달러 선을 내줬다. 자산 시장 전반에서 현금(달러) 확보 움직임이 강해진 탓이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IB)들도 당분간 금값 하락세를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금값 전망치를 기존보다 500달러나 낮춘 4,900달러로 수정했다.
도이체방크 역시 올 4분기 전망치를 17% 하향 조정했다. 지난 3년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며 ‘황금기’를 누렸던 금 시장이 고점 대비 20% 이상 밀리는 ‘약세장’에 갇히고 있는 양상이다. ‘금’은 사모아 두면 돈이 된다는 고정형 방식에서 개방형 방식으로 분석 방향성이 움직이고 있다. 당분간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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