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우리 운동장이 기울었다
2026.06.25 00:01
영국 방송사 BBC가 24일(한국시간)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순위 결정 시스템 변화에 따른 공정성 훼손 논란에 대해 보도하며 언급한 내용이다. 그저 남의 일이 아니다. 당장 한국이 직격탄을 맞고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선 승점이 같을 경우 골득실보다 승자승을 우선 적용한다. 이로 인해 초반 2경기 결과로 일찌감치 조 1위와 32강 결선행을 확정 지은 팀들이 속속 등장했다. A조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을 상대로 2연승한 멕시코를 비롯해 미국(D조), 독일(E조), 아르헨티나(J조) 등이 대표적이다. 약체와 대결에서 대량 득점한 것보다 순위가 같은 팀끼리 맞대결 결과를 중시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제도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밖 부작용이 만만찮다.
한국이 속한 A조 상황이 대표적이다. 개최국 멕시코는 남아공, 한국과 잇달아 맞붙은 1·2차전에 최정예 멤버를 가동해 승리했다. 하지만 체코와의 3차전은 다를 전망이다. 조 1위를 조기 확정한 만큼, 주축 선수 상당수를 쉬게 하고 벤치 멤버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선 2경기 1무1패로 결선 토너먼트 진출 여부가 불투명한 체코 입장에선 멕시코가 힘을 빼고 나오는 게 반갑다. 반면 한국(1승1패)과 남아공(1무1패)에겐 멕시코의 판단이 억울할 수 있다. 한국은 최악의 경우 남아공과의 최종전에 덜미를 잡힌 상태에서 체코가 멕시코를 꺾으면 조 4위로 추락해 탈락할 수 있다.
독일이 2연승으로 일찌감치 조 1위를 확정 지은 E조 상황도 비슷하다. 에콰도르와의 3차전에서 독일이 선발 라인업에 힘을 뺄 가능성이 높다. D조의 미국-튀르키예전, J조의 아르헨티나-요르단전 등 일부 경기는 일찍 토너먼트행을 확정 지은 나라(미국, 아르헨티나)와 조기 탈락한 나라(튀르키예, 요르단) 간 김 빠진 맞대결로 치러진다.
C조의 모로코와 F조의 네덜란드는 각각 ‘조기 탈락’ 선고를 받은 아이티, 튀니지를 상대한다. 승리를 위한 동기부여가 없는 상대적 약체를 마주하는 만큼, 조 1위 경쟁에서 유리한 변수를 선점한 셈이다. 반면 두 팀과 선두 경쟁 중인 C조의 브라질과 F조의 일본은 여전히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스코틀랜드, 스웨덴과 부담스런 승부를 벌여야 한다.
이번 대회는 각 조 1·2위 뿐만 아니라 3위 12개국 중 8개국도 32강에 오른다. 3위간 경쟁 구도는 승점과 승자승 뿐만 아니라 골득실과 다득점, 페어플레이 점수까지 모든 기준을 총동원하는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 상황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A·B·C조 소속으로 3차전을 치르는 팀은 조 3위시 마주할 팀을 미리 파악하기 어려운 반면, 상대적으로 늦게 경기를 치르는 나머지 조는 정해진 대진표를 확인한 이후에 그라운드에 오른다. “대회 규정이 참가 팀 간 물밑 담합과 이를 통한 경기 결과·순위 조작의 여지를 제공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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