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땅’ 서리풀2지구 주민들 개발 반대 왜?
2026.06.25 05:02
국토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상…의견수렴”
“서리풀 지구 면적 1.8%, 성당·마을 존치해도 2만 세대 충분하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50년을 참았는데 이젠 강제수용”
24일 한겨레가 찾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자락의 고즈넉한 동네, 송동마을과 식유촌 곳곳에는 서리풀지구 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땅’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1971년 그린벨트로 묶인 뒤 50여년간 개발이 제한됐다. 2024년 11월 정부의 서울시 신규택지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서울 서리풀 공공주택지구’(서리풀지구)라는 이름이 붙었고, 현재는 2만가구 규모의 공공주택 공급 추진이 한창이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송동마을·식유촌 주민들은 우면동성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두 마을은 서리풀지구 전체 면적의 1.88%로 아주 적은 규모이며, 마을을 존치하더라도 공급 목표의 큰 틀을 훼손하지 않는 구조”라며 강제수용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년7개월 동안 줄곧 개발에 반대해온 주민들은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은 물론이고 망루 시위 등 직접 행동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송동마을과 식유촌에는 모두 76가구가 살고 있다.
서리풀지구는 강남 도심 접근성이 매우 뛰어난데다 우면산 등 주변 자연환경도 두루 갖춘 매력적인 입지로 꼽힌다. 공공주택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신축 아파트가 2만호 규모로 풀리는 셈이어서, 강남권 거품 수요를 흡수할 핵심 공급대책 후보지로 꼽힌다. 실제 공공주택 지구지정 발표 이후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가 2억∼3억원가량 오르는 등 시장 반응도 뜨겁다.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동에 걸친 서리풀1지구가 전체 면적의 91%(201만8천㎡)에 해당하고, 우면동 일원의 서리풀2지구(19만3천㎡)가 9% 정도다. 정부는 1지구에 주택 1만8천가구를, 2지구에 2천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착공 목표 시점은 2028년 12월이다.
대체로 개발을 반기는 분위기인 1지구와 달리 2지구는 주민 반대가 거세다. 2지구 내 거주지는 송동마을·식유촌만 있다. 조선시대부터 이씨·송씨·최씨 등이 집성촌을 이뤄 대대로 살아온 유서 깊은 마을을 보존해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요구다. 주민들은 서리풀지구에 조선시대 유력 가문인 여산 송씨의 묘역 추정지가 포함되어 있어, 개발 공사 도중 매장 유산이 출토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이 지역에는 조선 단종의 장인과 장모의 묘도 있다. 아울러 참매, 새매, 소쩍새,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7종이 서식하는 등 우면산 기슭의 생태적 중요성도 주민들의 강조점 중 하나다.
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성해영 송동마을 대책위 부위원장은 “여기는 단순히 보상받고 물러날 곳이 아니라 수백년 집성촌을 이뤄 조상 대대로 살아오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부모를 떠나보낸 소중하고 귀한 땅”이라며 “결코 땅값을 높여 받기 위해 저항하는 것이 아니고, 살던 대로 살게 해달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정부의 강제수용에 맞서 권리를 주장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강제수용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익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토지 등 개인의 재산권을 법률 절차에 따라 강제로 취득하는 제도다. 고도성장기에는 개발 편의를 위해 널리 활용됐지만, 피수용자가 강제수용 결정 자체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절차가 사실상 없다. 지나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헌법재판소도 위헌법률심사에서 번번이 합헌 결정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서리풀2지구 주민들은 강제수용에 반대하며 국토부가 개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설명회를 두 차례 무산시켰지만,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르면 설명회가 주민 등의 방해로 열리지 못한 경우에는 설명회를 생략할 수 있다.
국토부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합의점을 도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 관계자는 “송동마을과 식유촌이 서리풀 전체 면적의 2%가 안 되지만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 이상”이라며 “최근에 서리풀2지구 주민들이 정부와의 소통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본격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반영할 수 있는 의견은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한겨레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