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도 1등급 만드는 안경?…기말 앞둔 학교 날벼락, 왜
2026.06.25 05:00
지난 20일 구독자 93만 명을 보유한 유명 정보기술(IT) 유튜버 ‘테크몽’이 올린 영상 내용이다. 그는 AI스마트안경과 연동된 휴대전화 앱에 ‘지금 눈 앞에 보이는 문제 정답을 알려달라’는 명령어를 입력한 뒤,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를 이용해 시험지를 스캔했다. 30초가 채 지나지 않아 안경 디스플레이에 정답이 나타났다. 제대로 스캔 되지 못한 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답을 맞혔다. 영상은 사흘 만에 누적 조회수 60만 회를 넘어섰다.
한때 영화에서나 등장했던 첨단기기를 악용한 부정행위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1학기 기말고사를 코앞에 둔 일선 학교에선 비상이 걸렸다. 실제로 지난달 토익 시험장에서도 AI 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돼 논란이 됐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도와 달리 교육당국의 대책은 사실상 ‘육안 식별’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쳐 학교·교사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
일선 학교들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경기도의 A중학교는 부모들에게 “스마트안경은 시험실 반입 금지 물품이며 착용 시 부정행위로 간주된다”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서울 B고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스마트안경 식별법과 고사 관리 유의사항에 대한 연수를 진행했다. B고 교감은 “조만간 학생들에게도 AI안경과 관련된 유의사항을 추가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도의 C고는 교육지원청이 수능 당일 고사장으로 활용되는 일부 학교에 대여하는 금속탐지기를 빌려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서울 D중은 자체 예산으로 탐지기를 구입하는 방안까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원도 E고의 한 교사는 “수업용으로 구비해 둔 금속탐지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금속탐지기는 티타늄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잡아낼 수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현재까지 시중에 판매되는 AI스마트글래스 대부분은 맨눈으로 걸러낼 수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보면 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제품이 출시되는 건 시간문제”라면서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좀 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원론적인 관리·감독 강화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지난 16일 전국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고사 관리를 강화하라고 당부했다. 오는 11월 수능에선 시험장 반입금지 물품에 AI안경을 별도로 명시한다는 계획이다.
18일 경기도교육청은 관내 학교들에 시중에 유통 중인 AI안경 5종을 분석·정리한 공문을 보냈다. 앞서 11일 서울시교육청은 ‘안경다리가 지나치게 두껍거나 시험 중 안경다리를 자주 터치하는 등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수험생을 예의주시하고 의심스러운 경우 시험 종료 직후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선 첨단 기술을 이용한 부정행위를 감독 교사의 ‘눈썰미’와 아날로그식 감시로만 막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장(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은 “학교에만 부담을 떠넘길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스마트안경 소지 시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자율 서약’을 쓰게 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교육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수는 “디지털 기기 진화로 인한 교사들의 고사관리 부담과 학생들의 우려를 줄이기 위해선 시험 전후 감독관이 안경 착용자의 안경을 직접 확인하도록 절차를 체계화하는 등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행정적 매뉴얼을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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