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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的 Book的…책 안 읽는 나라가 가장 북적이던 날

2026.06.24 20:41

202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2030 텍스트힙’에 인파 몰려
2026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일인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방문객들이 출판사들이 마련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일부 굿즈는 오전 시간대에 이미 매진됐다. 권도현 기자

538개 출판사 참여 대표 책 축제
한 해 출간 일정·콘셉트 큰 고민
유료 굿즈 거부·부스 재활용
작은 출판사들 공동 부스 눈길

개막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 로비에는 줄이 굽이굽이 이어졌다. 인기 출판사 부스 앞에는 계산을 기다리는 줄만 수십m였다. 일부 굿즈는 오전 시간대에 이미 매진돼 ‘추후 입고’ 안내가 붙어 있었다. 행사 기간과 공간을 고려한 티켓 판매 규모가 15만명인데, 지난해엔 온라인 선예매만으로 티켓이 모두 나가 항의가 빗발쳤다. 올해는 현장 판매 분량도 일부 남겨두었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24일 시작했다. 28일까지 5일간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로 꼽힌다. 18개국 538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 성인 10명 중 6명이 책을 한 해에 한 권도 읽지 않는 나라(문화체육관광부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 도서전에 이 정도의 인파가 몰린다는 것은 이채로운 현상이다. 개막 며칠 전부터 SNS에는 ‘서국도 굿즈 맛집’ ‘서국도 부스 추천’ ‘서국도 필수 준비물’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전체 독서 인구는 줄었지만, 2030 여성 등 특정 계층에서는 ‘텍스트힙’이 주요한 문화 현상임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각 출판사는 도서전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 한 해의 일정을 조정한다. 기대작을 도서전에 맞춰 출간해 독자와 작가가 만날 기회를 만든다. 푸른숲의 경우 2월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10여개의 아이디어를 두고 회의를 해, 결국 ‘마음의 얼룩을 지워드립니다’라는 콘셉트로 ‘푸른숲 컴퓨터 크리닝’을 내걸었다. 편집자가 ‘수선 내용’ 명목의 추천 글을 붙여 봉투에 넣은 뒤 책은 블라인드로 판매하고 세탁가방, ‘마음 얼룩 지우는 수건’ 같은 굿즈를 준비했다. 조한나 대표는 “이곳에 와서 독자가 반짝반짝한 눈으로 책을 찾는 모습은 저희에게 일의 큰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다. 두두리는 도깨비의 원형이자 대장장이의 옛 이름으로, 인공지능(AI)이라는 타오르는 불을 다루는 슬기를 가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마음산책 부스 천장에는 김초엽, 정세랑 작가의 친필 교정지가 늘어져 흔들렸다. 정은숙 대표는 “AI가 하지 못하는, 인간 편집자·디자이너의 노동과 출판업의 가치가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대세’를 거스르는 출판사도 있다. 문학과지성사는 유료 굿즈를 제작하지 않았다. 재생용지로 만든 부스는 도서전이 끝나면 창고에 보관했다가 몇년째 재활용 중이다. 이광호 대표는 “도서전의 원래 정체성을 생각해보자는 계기로 유료 굿즈를 만들지 않았다”며 “도서전이 끝나면 이 넓은 공간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로 가득 찬다. 지속 가능한 도서전을 위해 부스를 재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는 도서전은 상대적으로 작은 출판사에도 기회가 된다. 가지·메멘토·목수책방·에디토리얼·혜화1117 등 5곳의 출판사는 3년째 함께 부스를 만들고 있다. 모두 50대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다. 이들은 ‘출판하는 언니들’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출판 경험을 공유하고, ‘윤석열 파면 촉구 출판인 공동성명’에 앞장서는 등 활발한 외부 활동도 한다. 도서전에 맞춰서는 <오늘도, 출판하는 언니들>(유유)을 출간했다.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저희 나이가 좀 있어서 지칠 수도 있는데 이렇게 함께하니 재미있고 신이 난다. 젊은 편집자에게도 힘과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독립출판사 미디어버스는 대구의 사진 전문 출판사 사월의눈, 군산의 서브컬처·건축 전문 출판사 프로파간다와 함께 부스를 만들었다. 책을 유통할 통로가 적은 이들 출판사는 독립서점에 가야 만날 수 있는 책들을 이곳에 전시해 소개한다. 임경용 미디어버스 대표는 “책 읽는 사람이 한자리에 이렇게 많이 모일 일은 거의 없다. 도서전은 책을 소개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참여하려는 출판사는 많은데 공간은 한정적이다 보니 탈락하는 곳도 다수였다. 참가사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문제 삼은 출판사들은 같은 기간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서 ‘서울제대로도서전’을 여는 등 별도의 행사를 준비했다.

올해 도서전에는 강연, 전시, 사인회 등 프로그램 415개가 준비됐다. 소설가 김애란·은희경·김연수·장강명·김보영, 시인 이제니·오은·고선경, 코미디언 원소윤, 배우 김신록 등이 도서전을 찾아 관객을 만난다. 주빈국 프랑스에서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 등이 방한한다.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했다. 김 여사는 ‘돌베개×평산책방’ 부스에 들러 유시민 작가 코너, ‘대통령의 책’ 코너 등을 둘러봤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오후에 ‘책방지기’로 평산책방 부스를 찾아 이곳을 방문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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