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율, 구글링해 숫자 가져와!”
2026.06.25 00:46
“아무도 내게 빌어먹을 숫자(무역 상대국의 실질적 대미 관세율을 의미)를 가져오지 않아. 구글링(googling·구글 검색)을 해서라도 내게 진짜 숫자를 가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관세 전략을 논의하던 중 이처럼 불만을 터뜨렸고,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 지난해 4월 2일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직전까지도 백악관 내부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베테랑 백악관 출입기자인 매기 하버먼과 조너선 스완이 23일 출간한 저서 ‘정권 교체: 도널드 트럼프의 제왕적 대통령직 내막’에 담긴 내용이다. 이 책은 트럼프 2기에서 이뤄진 각종 의사 결정의 난맥상을 다루고 있는데 3년 동안 1000건이 넘는 인터뷰를 바탕으로 백악관 내부 상황 등을 상세히 묘사해 출간 전부터 워싱턴 DC 정가에 큰 화제를 모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난해 4월 상호 관세 발표 직전의 상황이다. 발표를 앞두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주요 교역국 인사들에게 연락해 보복 조치를 자제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경고 내용조차 모호했다. 저자들은 “두 장관 역시 트럼프가 무엇을 할지 몰랐기 때문”이라고 썼다.
개인의 직관을 중시하는 트럼프는 관세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공식 자료를 신뢰하지 않았고, 보좌관에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숫자를 찾도록 구글 검색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말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는 나탈리 하프 보좌관에게 ‘구글링’을 지시했고, 결국 ‘무역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이 주도해 주먹구구식으로 관세율이 산출됐다고 한다. 이후 언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사석에서 “피터의 빌어먹을 멍청한 숫자들”이라고 불만을 늘어놨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언론과의 질의응답에 거침이 없어 ‘역사상 가장 투명한 대통령’을 자처하는 트럼프지만, 저자 스완은 이를 두고 “완전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최근 체결된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MOU) 역시 발표 전까지 극소수 최측근만 내용을 공유받았고, 국무부·국방부 고위 인사들조차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책에서는 ‘스트롱 맨’ 트럼프의 또 다른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저자들은 “대통령은 밤마다 ‘트루스 소셜’에 분노 어린 게시물을 올리며 시간을 보내는데, 그의 집무실 쓰레기통은 빈 감자칩 봉지와 스타버스트(캐러멜의 일종) 포장지, 아이스크림 용기 등으로 가득 차곤 했다”고 전했다.
백악관 내부에선 트럼프의 건강에 관한 얘기가 금기라고 한다. 저자들은 “건강은 수십 년 동안 그에게 철저히 잠긴 금고와 같았다”며 “그는 질병을 약함으로 여기고, 병에 대해 극도로 두려워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이 칭기즈칸, 알렉산더 대왕, 이오시프 스탈린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도자라는 한 역사학자의 평가를 듣고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역사학자’가 사실 트럼프와 종종 골프를 치는 전설적 골퍼 게리 플레이어의 캐디였다고 밝혔다.
반면 재선 캠페인에서 3억달러(약 4500억원) 이상을 모금해 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예산 법안을 공개 비판하자 트럼프는 “그래서 내가 친구를 가질 수 없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결국 모두 나를 떠난다”고 자조했다고 한다. 이후 직접 머스크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두 번 모두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됐다”고 저자들은 전했다.
책에는 트럼프가 보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과 만찬을 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장면도 소개된다. 보수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머독은 밴스에 대해선 “JD가 훌륭한 인물이 될 잠재력이 있다”고만 했고, 루비오에 대해선 주저 없이 “천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머독에게 “두 사람 모두 훌륭하다”고 했는데, 저자들은 이런 발언의 이면에는 ‘2028년 대선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트럼프는 오하이오주(州)의 백인 저소득층 가정에서 자란 밴스가 “부유한 부친이 없었음에도 예일대에 합격한 것이 대단한 업적”이라며 자신이 밴스의 개인사에 감명받았다는 점을 측근들에 종종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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