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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 눈치보는 ‘예스맨’만 남아”…천재들이 구글을 떠난 이유

2026.06.24 06:44

오픈AI·앤스로픽 향한 인재들…시총 346조 증발
“코드 고칠 때마다 리스크 회피”…혁신은 뒷전
TPU·클라우드는 건재…제미나이 차기작 주목
202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이 그 해 12월 8일(현지시간) 스웨덴 아울라 마그나-스톡홀름 대학교에서 열린 노벨 화학상 강연에서 연설하고 있다. 점퍼 부사장은 구글 딥마인드 퇴사 후 앤스로픽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PA연합뉴스
잇단 핵심인재 이탈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1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가운데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으로 꼽혔던 구글에서 ‘인재 엑소더스’가 발생하는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기반을 닦은 구글 내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더욱 빠르게 의사결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과 빅테크로 인재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현지 시간) 알파벳 주가는 349.68달러로 마감하며 전 거래일 대비 4.99% 하락했다. 이는 지난 1년간 가장 급격한 하락세다. 시가총액도 2250억 달러(346조 원) 감소했다.

최근 1년간 알파벳 주가 추이. 블룸버그 캡처
시장은 알파벳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연이은 핵심인재의 이탈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상징이었던 구글에 둥지를 틀던 인재들이 AI 스타트업으로 향하면서 구글의 미래에도 회의감이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2017년 생성형 AI 뼈대를 만든 신경망 ‘트랜스포머’ 개발자이자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공동 총괄해온 노엄 샤지어 부사장은 지난 17일 구글을 떠나 오픈AI에 합류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2020년 공개된 알파폴드2 모델 개발을 이끈 존 점퍼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도 지난 19일 앤스로픽으로 이적한다고 발표했다.

샤지어 부사장의 이탈은 구글에게 더욱 뼈 아픈 대목이다. 샤지어는 2021년에도 구글이 자신이 개발한 챗봇을 출시하지 않는다며 사직서를 내고 챗봇 스타트업 ‘캐릭터.ai(Character.ai)’을 설립했다. 구글은 해당 스타트업을 27억 달러(약 4조 1500억 원)에 인수했다. 챗봇의 저작권 비용만큼이나 인수 계약에서 중요했던 사항은 샤지어의 구글 복귀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그러나 구글의 갖은 노력에도 결국 2년 만에 샤지어는 경쟁사 오픈AI의 품을 택한 셈이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기술 분석가는 “이번 퇴사는 구글이 AI 최첨단 분야의 인재 확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우려를 불러온다”면서 “구글은 지난해 몇 주간 최첨단 모델을 보유하며 AI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았지만 이후 격차가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구글은 미로 안에 갇혀 있다” 퇴직자의 작심 비판

AFP연합뉴스
“구글에는 17만 5000명이 넘는 유능하고 보수도 좋은 직원들이 있지만 분기별·연간으로 따져봐도 실제로 이루어내는 성과는 매우 적다. 마치 쥐처럼, 직원들은 승인 절차·출시 과정·법률 검토·성과 평가·임원 평가·문서 작업·회의·오류 보고·문제 해결·목표 및 핵심 결과(OKR)·상반기 계획과 하반기 계획·전체 회의·피할 수 없는 조직 개편이라는 미로에 갇혀 있다.”

이는 코딩 기술 없이 모바일 앱을 개발할 수 있는 ‘앱시트(AppSheet)’의 개발자이자 구글을 떠난 프라빈 세샤드리가 2023년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의 일부분이다. 3년이 지났지만 구글이 인재 유출에 직면한 이유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샤드리는 블로그 글에서 구글의 핵심 가치가 더 이상 사용자를 위한 혁신이 아니라 리스크 회피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직원들은 코드 한 줄을 수정할 때마다 잠재적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경영진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예스맨’이 되기 쉽다.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보다 직급이 높은 관리자들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결과물의 완성도도 떨어진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이자 종합 IT 플랫폼을 보유한 구글조차 조직 비대화가 낳은 비효율적 의사결정 구조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핵심 기술의 산실이지만 이를 상용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화하는 AI 경쟁 시대 속 구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샤지어의 이직으로 생성형 AI 연구의 물꼬를 튼 ‘트랜스포머’ 연구자 8명이 구글을 모두 떠나게 된 점도 이를 방증한다.

기술전문매체 와이어드에 따르면 2017년 트랜스포머를 처음 다룬 논문 ‘필요한 것은 관심뿐(Attention Is All You Need)’ 발표 이후 샤지어는 구글 경영진에게 ‘트랜스포머를 이용해 거대한 네트워크를 학습시켜 구글의 정보 구성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오픈AI라는 당시로서는 생소한 스타트업이 자사 과학자 알렉 래드포드에게 해당 아이디어를 연구할 것을 지시했고, 이는 생성형 AI의 돌풍을 몰고 온 GPT 제품들로 이어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창립자 무스타파 술레이만도 마이크로소프트(MS)로 이적한 뒤 MS의 신생 AI 부서가 딥마인드보다 더 유연하고 스타트업 같은 근무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WSJ는 전했다. 술레이만이 지난해 수 개월 동안 영입한 구글 인력은 최소 2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글의 저력은 남아 있다…제미나이에 집중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다만 구글의 탄탄한 연구진을 고려한다면 핵심 인재 2명의 이직이 회사의 미래를 출렁이게 한다는 해석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글 AI 연구의 모태인 구글 브레인을 설립한 전설적인 프로그래머 제프 딘 구글 딥마인드 수석과학자, 예술과 머신러닝의 결합을 연구한 ‘마젠타 프로젝트’ 연구 리더 더글러스 에크 구글 딥마인드 선임 연구원 등은 구글의 자산으로 남아 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텐서처리장치(TPU)를 개발하기 시작하며 하드웨어 측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구글은 세계 최고 수준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기반으로 올가을 상장이 예정된 두 경쟁사(오픈AI와 앤스로픽)를 추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제미나이 3’ 출시로 챗GPT에 성능 역전을 보여줬듯이 향후 공개될 제미나이의 차기 모델이 구글의 진정한 저력을 증명할 지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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