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 너도나도 ‘AI 빚투’ 뛰어들자…반도체주 ‘널뛰기’
2026.06.24 20:50
아마존·메타 등 회사채 자금 조달
‘AI 인프라 투자’ 과열 우려 증폭
한·미 ‘메모리 3대장’ 주가 출렁
투자 지속성 여부에 반도체 명운
장기 계약 확대, 위험 축소 견해도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주요 반도체 대장주들 주가가 10% 넘게 급등락하는 등 그간 가파르게 오른 만큼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빅테크들이 벌어들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인공지능(AI) 인프라에 쓰는 상황에서 투자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빅테크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이 앞으로도 반도체 업황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주가는 23일(현지시간) 전날보다 13.18% 하락한 1051.77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업종의 샌디스크와 시게이트도 각각 13%, 5% 넘게 내렸다.
24일 전날 12% 넘게 폭락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0%, 1% 가까이 상승하며 널뛰기 흐름을 보였다.
메모리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크게 출렁인 것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 과열’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통상 반도체는 수요·공급 사이클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널뛰는 산업이다. 최근에는 구글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올해 설비투자액 전망치는 합산 기준 7250억달러(약 1120조원) 안팎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지난 2월 전망치(6500억달러)보다 750억달러 증가했다.
빅테크의 초과 수요에 기반한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도 크게 높아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일반 D램 계약 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93~98% 올랐고 2분기에도 6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제품을 팔아도 반년 새 수익이 약 3배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빅테크들이 불어난 설비투자를 감당하기 위해 주식 발행 등에 나서면서 변화 기류도 일부 감지된다. 빅테크들이 적자를 감수하고 계속 반도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커진 것이다.
아마존이 올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현금은 1800억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예상 설비투자액인 2000억달러를 뺀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다. 오러클은 지난 10일 향후 1년간 설비투자액 전망치를 최대 950억달러로 올려 잡은 뒤 주가가 10% 넘게 하락했다.
여기에 투자은행이 잇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3회 인상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기존 연내 동결 전망을 뒤집은 것이다.
아마존과 메타 등 빅테크가 회사채를 발행해 설비투자 비용을 조달하는 상황이라 금리 인상 시 투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로이터는 이날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부채 조달 기반 AI 지출에 대한 우려가 (반도체) 매도세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반면 글로벌 빅테크와 메모리 업계가 3~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으면서 메모리 가격이 꺾일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도 나온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는 이미 올해 메모리를 전부 판매하고 내년도 생산분 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통적인 메모리반도체 사이클이 아니라 빅테크 등이 주도하는 AI 사이클이 메모리반도체 업황을 결정하게 됐다”며 “자금 상황에 따라 일부 설비투자가 조정될 수는 있지만 메모리반도체는 장기계약을 맺는 흐름이 커지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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