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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복 입고 “어떤 책 드릴까요?”… 독자 잡으려 부스마다 이색 아이디어

2026.06.25 00:42

18國 530여 출판사 참여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현장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1층 대형 복도가 관람객들로 가득 차 있다. 도서전 측은 28일까지 15만명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출판사 부스마다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웬만해선 독자를 잡을 수 없다.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시작된 국내 최대 도서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은 오전 10시 개막 전부터 ‘오픈런’을 준비하는 행렬이 코엑스 1층 대형 복도를 가득 채웠다. 얼리버드 사전 예매 당시 대기 인원이 3만명에 달할 만큼 올해도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28일까지 15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서전에 참여한 출판사들 사이에선 이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공간’ ‘굿즈’ ‘스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날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고 등에 출판사 홍보 간판을 메고 나온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는 “도서전은 1년 출판사 운영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 연초부터 준비했다”며 “작년엔 인간 화환으로 분장하고 도서전에 왔더니 1년 내내 회사가 관심을 받더라”고 말했다.

24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꽃무늬 몸빼바지’를 입고 등에 출판사 홍보 간판을 메고 나온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는 “도서전은 1년 출판사 운영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 연초부터 준비했다”며 “작년엔 인간 화환으로 분장하고 도서전에 왔더니 1년 내내 회사가 관심을 받더라”고 말했다./박진성 기자

올해 도서전은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를 주제로 18개국 530여 출판사가 참여했다. ‘두두리’는 한국 설화 속 도깨비이자 대장장이로 불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구를 만들어낸 두두리처럼, AI(인공지능)에 주눅 들지 말고 이 세계를 개척해 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 시민들이 입장 대기를 하고 있다. 2026.6.24 /박성원 기자

파도처럼 밀려들고 빠져나가는 독자를 붙잡기 위해 출판사들은 ‘공간’에 무엇보다 공을 들였다. 각사의 개성에 맞춰 공간 디자인 전쟁이 벌어졌다. ‘푸른숲’은 부스를 세탁소로 꾸며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책으로 마음의 얼룩을 지우자는 의미를 담았다. ‘푸른숲 컴퓨터 크리닝’이란 현판 아래 미싱기, 실타래 같은 소품을 놓았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출판사 '푸른숲' 부스는 세탁소 컨셉으로 운영하고 있다./박성원 기자

‘보림출판사’는 ‘북마카세’(책+오마카세)를 내세워 식당으로 꾸몄다. 직원들은 조리복과 모자를 쓰고 독자들에게 책을 권했다. ‘마음산책’은 부스 천장에 교정지 수십 장을 달았다. 교정지가 갖고 있는 시행착오와 날것의 느낌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했다. 이 밖에 헬스장(김영사), 빵집(어크로스), 영국 도서관(문학과지성사), 영화관(오팬하우스), 5m 높이 책탑(서울야외도서관), 운동장(예스24), 수영장(위즈덤하우스) 등 독자의 눈길과 발길을 붙들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GYM영사'라며 헬스장 컨셉의 김영사는 자사 베스트셀러 '총균쇠'를 '총균쇠질'로 커버를 바꾼 책을 판매했다. 책 표지 외에 내용은 동일하다./박진성 기자

도서전에 참여한 보림출판사 부스가 레스토랑이 됐다. 셰프가 손님에게 맞는 코스 요리를 대접하는 ‘오마카세’처럼 독자에게 책을 권하는 이른바 ‘북마카세’ 콘셉트를 내세웠다. /박성원 기자

요즘 도서전은 ‘굿즈전’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매번 화려한 굿즈의 향연이 펼쳐진다. 출판사 직원들 사이에선 “도서전은 책 준비보다 굿즈 준비가 더 바쁘다”는 말이 나온다. 이날도 인기 굿즈에 사람들이 오픈런하며 매진 행렬이 잇따랐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온도계 키링’은 개막 30분 만에 매진됐다. 은행나무가 출간한 책 속의 문장과 작은 온도계를 넣어 만들었다. 정재경 은행나무 마케터는 “직원들이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수제 굿즈”라며 “끈으로 된 책갈피 DIY 키트도 순식간에 다 팔리더라”고 말했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온도계 키링’은 개막 30분 만에 매진됐다. 은행나무가 출간한 책 속의 문장과 작은 온도계를 넣어 만들었다./박진성 기자

이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 민음사 부스에서도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세계문학전집 500번째 책 ‘압록강은 흐른다’ 한지 에디션, ‘오렌지빛 해변의 소설’ 워터프루프 북 등 책과 굿즈가 동났다. 사람이 몰리는 부스다 보니 직원들이 식당도 화장실도 못 갈 정도였다고 한다. 작년 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대상을 받은 키링북 ‘산239′를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이뮤(OIMU)는 올해도 도서전에서 가장 긴 줄을 서는 부스 중 하나였다. 카피라이터 오하림이 가훈으로 쓸 문장 276개를 엮은 키링북 ‘우리집 가훈 276′을 집어 드는 독자가 많았다.

작년 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대상을 받은 키링북 ‘산239′(왼쪽)를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오이뮤(OIMU)는 올해도 도서전에서 가장 긴 줄을 서는 부스 중 하나였다. 카피라이터 오하림이 가훈으로 쓸 문장 276개를 엮은 키링북 ‘우리집 가훈 276′을 집어 드는 독자가 많았다./박진성 기자

‘출판계 스타’ 경쟁도 치열했다. ‘스타 직원’이 많은 민음사는 조아란 마케팅 부장·박혜진 해외문학팀 편집자가 부스에 나타나자 사인을 해달라며 독자들이 줄을 섰다. 김민경 편집자는 출판계에서 연예인처럼 인기가 많다 보니 “인파로 인한 사고 위험”을 이유로 도서전에 오지 않아 오히려 화제가 됐다. 소설가 김연수(교보문고), 천명관(창비), 최은영(문학동네) 등 스타 작가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부스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민음사에는 ‘스타 직원’이 많다. 박혜진 해외문학팀 편집자(빨간 네모 인물)가 부스에 나타나자 사인을 해달라며 독자들이 줄을 섰다./박진성 기자

이날 현장에서 만난 독자들은 “살아 숨쉬는 ‘텍스트힙’을 마주한 것 같았다”는 반응이었다. 들고 온 접이식 카트에 책과 굿즈를 가득 채워 돌아가던 대학생 정아현(23)씨는 “부스 하나만 가도 팝업스토어처럼 재밌는데 수백 개가 있으니 재미도 수백 배”라며 “그간 책을 읽을 때 출판사를 보고 산 적은 없는데 이제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가 어딘지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화 혜화1117 대표는 “책을 읽는 사람, 넷플릭스만 보는 사람이 나뉘는 게 아니라 모두의 마음속엔 잊고 지내던 책의 즐거움이 있다”며 “출판계는 여전히 힙하고 새롭게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도서전을 계기로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 시민이 본인이 구매한 책을 보이고 있다. 2026.6.24 /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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