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반항아 ‘슈퍼걸’인 줄 알았더니… 무색무취 모범생이었네
2026.06.25 00:42
‘불완전한 히어로' 설정 진부하고
빈약한 액션 CG로 덮기에도 무리
150종 이상 외계인들은 흥미로워
이 영화엔 지금 이 시대에 히어로물이 외면받는 이유가 응축돼 있다. ‘리부트’라는 선언이 무색하게 진부한 캐릭터와 서사, CG로 요란하게 덧칠한 액션, 끝없는 자기 복제까지.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혔던 ‘슈퍼걸’은 펑크록 스타일의 반항적 여성 히어로를 내세웠지만, 정작 영화는 정해진 길만 따라가는 모범생처럼 무색무취하다.
24일 개봉한 ‘슈퍼걸’은 DC 스튜디오의 새 수장 제임스 건이 재편한 DC 유니버스에서 ‘슈퍼맨’(2025)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영화다. 슈퍼맨의 사촌으로 짧게 등장했던 카라 조엘(밀리 앨콕)이 이번엔 단독 주인공으로 나섰다. 영화 ‘크루엘라’ ‘아이, 토냐’로 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온 크레이그 질레스피 감독이 연출했고, HBO 시리즈 ‘하우스 오브 드래곤’으로 주목받은 신예 밀리 앨콕이 거칠고 자유분방한 슈퍼걸을 연기한다.
고향 크립톤의 멸망으로 부모를 잃은 카라는 트라우마를 안고 매일 술에 취해 살아간다. 그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은 반려견 크립토뿐. 은하계 곳곳에서 약탈을 일삼는 도적 크렘 때문에 크립토가 위험에 빠지자, 카라는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우주를 가로지르는 여정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복수를 위해 크렘을 쫓는 소녀 루시를 만나고, 두 사람은 함께 도적단을 뒤쫓게 된다.
문제는 ‘불완전한 히어로’라는 설정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데다, 그마저도 깊게 파고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반항적 영웅은 배트맨, 울버린, 토르를 거치며 이미 수없이 반복돼온 캐릭터 유형이다. 복수심이 앞선 팀원이 사고를 치고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는 전개 역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에서 익히 봐온 장치다. 위협적이지 않은 오합지졸 악당들부터, 레트로 팝이 흐르는 액션 장면까지 곳곳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액션 보는 맛이라도 있다면 밋밋한 이야기도 눈감아줄 수 있겠건만, 이마저도 빈약하다. 화면은 시종일관 번쩍이는데, 어디를 어떻게 공격하는지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 인물들은 이리저리 날아가고 부딪힐 뿐, 액션의 실감은 떨어지고 산만한 잔상만 남는다. 부족한 액션을 현란한 CG로 덮어보려 할수록 피로감만 커진다. 10년 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우주 활극과 ‘매드 맥스’ 추격전의 쾌감을 가져오려 했지만, 어느 쪽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하다.
장거리 버스를 타고 여러 행성을 오가는 세계관 자체는 흥미롭다. 각 행성에 거주하는 외계인들은 인간형부터 촉수형, 슬라임형까지 150종 이상에 달한다. 돈만 밝히는 현상금 사냥꾼 로보 역을 맡은 배우 제이슨 모모아의 변신도 눈에 띈다.
다채로운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머와 활력이 부족하다. 새 시대의 여성 히어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던 ‘슈퍼걸’은 낡은 궤도 안에서만 공전하며, 히어로물의 한계를 또 한 번 드러내는 데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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