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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을 만나다] 6. 서모래 패션디자인 명장

2026.06.25 00:06

미싱 교육 계기 패션디자인 분야 도전
허인수 명장 사사 장인정신·책임감 체득
자격증 취득·전시회 참가·연구 등 활동
기능경기대회 심사도…후배 양성 '온힘'
수면바지·마스크 등 제작 사회공헌 실천
서 명장 디자인 철학 중심 '지속가능성'
친환경 소재 활용·전통미 재해석 주력
강릉 평생학습관서 실용의상 강의 진행
기술 전수로 지속가능 생태계 조성 목표
서모래 명장이 의상 도안을 확인하며 작품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1989년 서울 명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한 여성은 문득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접한 구로공단의 무료 공업용 미싱 교육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 놓았다.

생전 처음 만난 재봉틀 앞에서 시작된 도전은 30여 년의 세월을 거쳐 오늘날 강원도를 대표하는 패션디자인 명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주인공은 서모래 패션디자인 강원 명장이다.

서 명장은 31세에 패션디자인 분야에 뛰어들었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시작은 오히려 큰 열정의 원동력이 됐다. 기술을 배우며 옷이 사람들의 삶과 개성, 문화를 담아내는 매개체라는 사실에 매료됐고, 이후 국가기술자격증 10개를 취득하며 전문성을 쌓아갔다.
서 명장은 지난해 4월 23일 영덕 산불 현장에서 이재민돕기 파자마 제작과 수선 봉사를 진행했다.
기능경기대회를 계기로 전문 기술인의 꿈을 키운 그는 허인수 명장에게 사사하며 기술뿐 아니라 장인정신과 성실함, 품질에 대한 책임감을 배웠다. 이후 숭의여자대학교 의상디자인과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고, 인천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등 쉼 없는 배움의 길을 걸었다.

그는 명장 선정의 비결로 '끈기'를 꼽는다. 직장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자격증 취득, 연구 활동, 전시회 참가, 기능경기대회 심사위원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22년간 기능경기대회 심사장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후배 양성과 기술 발전에 힘써왔다.

기술인으로서의 성취만큼 사회공헌 활동도 돋보인다. 2019년 강원 산불 당시 이재민들을 위한 파자마 2000여 벌을 제작해 전달했고, 취약계층을 위한 에코백과 수면바지 제작 봉사도 이어왔다. 코로나 19 시기에는 강릉시자원봉사센터와 함께 마스크 1만 5000여 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강릉시자원봉사센터로부터 '만 시간 봉사 명장'이라는 호칭을 받기도 했다.

서 명장은 패션디자인의 본질을 '왜 이 옷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에서 찾는다. 그는 "패션은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개성과 삶, 사회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작업"이라며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고 입는 사람을 배려하는 옷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4월 6일 개최된 2026 지방기능경기대회 의상디자인 분야 심사장으로 위촉된 서모래 명장
서 명장의 디자인 철학은 지속 가능성에도 닿아 있다. 친환경 소재 활용, 여성의 활동성과 편안함을 고려한 디자인, 전통미의 현대적 재해석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좋은 디자인은 사람과 사회, 환경을 함께 생각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는 서울 청계천 노상 패션쇼 출품작과 인사동 아시아조형학회 회원전에 선보인 퓨전 의상을 꼽았다. 전통의 선과 색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그가 추구하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 명장은 패션디자인 기술을 문화 유산이라고 말한다. 옷에는 시대의 가치관과 생활상이 담겨 있으며, 패션은 민족과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패션의 가장 큰 가치는 옷을 만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 시대정신을 형태로 보존하고 전달하는 능력에 있다"며 "패션은 산업인 동시에 예술이며 미래 세대에 전해질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 패션산업의 가능성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청정 자연환경을 활용한 친환경 섬유와 기능성 의류, 스포츠·아웃도어 의류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세계 패션시장에서 친환경 제품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강원도만의 차별화된 산업 육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관광자원과 연계한 지역 브랜드 개발도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았다. 서 명장은 "강원도 패션산업은 친환경 소재, 기능성 스포츠웨어, 스마트 의류, 관광 연계 브랜드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유출 문제에 대해서는 "인재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인재가 남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양질의 일자리와 산학협력, 창업 지원, 지역 특화 브랜드 육성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 명장은 강릉 평생학습관에서 실용의상 강의를 진행하며 후배 기술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멘토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 전승에 대해서는 "기술은 손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책임감까지 함께 전해질 때 비로소 계승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작업 방법보다 품질에 대한 책임감과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강릉시평생학습관에 전시된 서모래 명장의 작품. 
AI와 디지털 패션, 3D 의상 제작 기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디자인 개발과 패턴 설계, 가상 피팅 등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지만 장인의 감각과 경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기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진화한다"며 "전통적인 의류 제작 기술과 AI, 디지털 기술이 결합할 때 더 높은 부가가치와 경쟁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장으로 활동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제자들의 성장이다. 강릉에서 기초부터 지도한 제자 3명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능경기대회 의상디자인 부문 금메달을 수상한 뒤 현재는 각 기관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무엇보다 큰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서 명장은 앞으로 강원도 패션산업이 친환경·기능성 패션산업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고, 기술 전수와 멘토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유행만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히 도전한다면 강원도에서도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31세 늦깎이 미싱공의 도전은 결국 강원 명장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그러나 서모래 명장은 여전히 '완성'보다 '전승'을 이야기한다. 기술은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가치가 완성된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도 재봉틀 소리와 함께 후배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김혜정 기자 hyejkim@kado.net 

#명장 #기술 #패션디자인 #활동 #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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