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체결, 美의 패배선언” 이란 도발에도…“모즈타바 25차례 검토” 파기 쉽지않아
2026.06.24 23:04
외교현장서 “양해각서, 상대가 강요 포기한 것”
“우리 권리 인정한 결실이니 美 패배 선언한 것”
호르무즈 ‘통항료 징수’ 목표…걸프국 당기기도
트럼프 “이란, 해협 통과 어떤 비용도 없다 해와”
“거짓정보라면 협상 즉시 끝낼 것” 압박 메시지
이란 정치권은 “최고지도자 25번 검토한 MoU”
MoU 발효날 외신 “모즈타바 이견 있지만 승인”미국과 전쟁 종식 양해각서(MoU) 체결 후 협상에 들어간 이란 측에서 “이슬라마바드(중재국 파키스탄의 수도) 양해각서가 미국의 패배선언”이라고 과시하는 주장이 나왔다. 이란식 승리선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이행 내용 측면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징수하려 하면 협상은 끝난다’는 압박으로 응수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과 IRIB 방송에 따르면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24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에서 바쿠에서 열린 제20차 이슬람협력기구(OIC) 의회연합 회의 연설에서 “이란은 최근 강요된 전쟁에서 겪은 모든 고통과 손실에도 불구하고 ‘무력보다는 논리를, 굴복보다는 저항을 선호한다’는 한가지 근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미 협상 대표단 단장을 맡아온 그는 “이슬라마바드 MoU 또한 압력과 강압의 결과가 아니라 용감한 이란 국민의 저항과 권위의 결과였다. 이 MoU는 상대방이 문명화된 국가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것을 포기하고 ‘우리의 권리를 인정할 때’ 대화가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이러한 이유로 이슬라마바드 MoU는 미국의 패배를 선언하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우방인 중동 국가들을 에둘러 겨누기도 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역내 국가와 정부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며 “전쟁 중 제가 발표했듯 혁명 최고지도자 의견에 따라 이란은 모든 이슬람국가, 특히 페르시아만(걸프) 연안 국가들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경제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안보협정을 체결할 준비가 돼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에너지 자원과 ‘운송 통로’에서부터 인적 및 과학적 자본에 이르기까지” 역내 무슬림 국가들 발전·번영에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23일) 이란 협상단이 오만을 방문한 뒤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통항 관리, 관련해 제공될 서비스와 국제 기준에 따른 관련 ‘비용 청구’ 문제” 합의를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다는 양국 성명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갈리바프 의장은 또 “역내 외국군대 주둔은 지속가능한 안보를 창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불안정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의 철수를 전략적 목표로 간주하고 있다”며 미군 철수 목표를 시사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도출과 분쟁 방지 관련 “레바논 전쟁 종식 역시 이란 전쟁의 종식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은 정반대 주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가짜뉴스와 달리, 미국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이란이 요구하거나 받는 통행료, 보험료, 또는 그 어떤 종류의 추가 비용도 전혀 없다’고 통보해왔다. 만약 이게 거짓정보라면 협상은 즉시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해협 통항료 징수 계획을 차단하려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란 동결자산에 관해 “미국은 이란에 어떤 자금도 제공하지 않았으며 이란의 자금을 풀어준 적도 없다. 우리는 우리가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그들의 자금 일부를, 옥수수·밀·대두 등 구매를 위해 우리 농부들과 목장주들에게 지급할 것”이라며 “이란엔 식량이 절실히 필요하며, 우리는 이를 전적으로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으로선 미국과 ‘기싸움’에도 불구하고 종전 MoU를 파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 대안매체 이란와이어와 이란인터내셔널 등에 따르면 이란 의회의 테헤란 지역구 압돌호세인 루홀라미니 의원은 이날 청년기자클럽(YJC)과 인터뷰에서 MoU가 체결되기 전까지 문서가 최고지도자(모즈타바 하메네이)와 협상팀 사이를 ‘25차례’ 오갔다고 밝혔다.
MOU 초안부터 성안까지 총 25차례 모즈타바가 살폈다는 것이다. 내용의 기밀성 때문에 서로 다른 인물들이 특정 부분에만 접근할 수 있었고, 문서 검토와 의견교환 단계마다 수정과 교정을 거쳤다는 게 루홀라미니의 설명이다.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이란 수도) 시장도 MoU 검토 과정에서 최고지도자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이에서 문서가 25차례 오갔다고 최근 말했다.
수정 과정에서 모즈타바는 검토와 함께 여러 질의를 제기했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장)을 비롯한 최고국가안보위 구성원들이 서면 답변을 제출했다고 한다. 전쟁 첫날 숨진 선친 알리 하메네이의 직을 승계한 뒤 모즈타바는 모습을 한번도 드러낸 적이 없어 중상설부터 사망설까지 제기됐지만, 협상 중 영향력을 발휘한 셈이다. 자카니 시장은 미국이 이란 이슬람공화국 반(反)정부단체들을 지원할 경우 이란이 보복하고 역공을 개시할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미-이란 MoU 발효 직후이던 지난 18일(현지시간) “모즈타바가 자신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기타 고위관리들로부터 ‘이란의 권리와 저항전선(Resistance Front)의 이익이 보호될 것’이라는 보장을 받은 뒤, 이란과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MoU를 승인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미 측이 ‘과도한 요구’를 해오면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란 외무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장기간 무한정 국내 핵사찰 수용’ 등에 선 긋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미국·이란·파키스탄·카타르 4국 회담장에 실무협상자로 동행했던 카젬 가리바바디 법무·국제담당 외무차관은 이날 X를 통해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에서 그와의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고 했다.
핵무기 포기와 핵사찰 수용에 반감이 큰 이란 내 강경파를 고려한 반응으로 보인다. 그는 또 “‘공격받은’ 시설과 핵물질에 접근할 계획도 없다”며 “최종합의의 틀 안에서, 상대방이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결과에서만 검토되고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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