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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배꼽…친환경 투어에 골목골목 미식 향연까지

2026.06.24 19:17

‘제2의 도시’ 타이중 즐기기
대만 타이중에 있는 ‘타이중해양관’에서 관람객들이 형형색색의 산호를 둘러보고 있다. 타이중의 따자강 실제 생태계를 재현한 이곳은 생태학적 명제를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 재미와 교훈을 준다. 박호걸 기자
- 자전거·그린 뮤지엄 등 다채
- 미슐랭 식당 62곳 식도락 고장
- 술 시음, 펑지아 야시장 인기
- 부산과 주 5회 직항노선 연결

타이중(臺中)은 ‘대만의 배꼽’으로 꼽힌다. 북쪽의 타이베이(臺北)와 남쪽의 타이난(臺南) 사이에서 중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지리적·교통적 요충지인 대전과 같은 위상을 지닌다. 인구 규모로도 수도 타이베이를 압도하는 대만 ‘제2의 도시’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진에어 직항편을 이용하면 약 2시간 30분 만에 닿는 이 매력적인 도시는 최근 부산 주 5회, 서울(인천) 매일 2회 운항으로 한국인 여행객들과 부쩍 가까워졌다. 진에어 항공권은 항공사와 협약을 맺은 타이중의 식당과 관광지에 제시하면 할인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으니 버리지 말고 반드시 소지하는 것이 좋겠다.

▮산업·문화로 꽃피운 관광 도시

GIANT그룹에서 운영하는 ‘자전거문화탐색관’.
지난 15일 초여름 우기에 접어든 대만 타이중에 도착해 가장 먼저 ‘자전거 문화탐색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연간 20억 달러(약 2조9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 자이언트(GIANT) 그룹 본사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타이중이 자전거 산업의 메카가 된 것은 대만이 일본의 식민지이던 시절부터다. 오늘날 대만의 자전거 제조 기술은 과거 기술력을 전수한 일본을 앞지른다. 박물관 내부는 1800년대 처음 자전거가 발명된 순간부터 인류의 역사를 바꾼 기술적 진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산업 유산을 도시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과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으로 영리하게 맞물리게 한 타이중의 똑똑한 관광 거버넌스가 돋보인다.

지난해 11월에 개관한 복합 문화공간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타이중의 문화 비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도심 속 랜드마크로 꼽힌다. 이곳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군사공항으로 사용되던 부지였다. 타이중시는 이 공간을 대만 최대 규모의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그 심장부에 미술관과 도서관이 결합한 세계적 수준의 문화 인프라를 들어앉혔다.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사무소 ‘SANAA(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이 건물은 에어컨을 강하게 틀지 않아도 내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다. 건물 사이사이로 자연 바람이 막힘없이 통하도록 통풍 구조를 극대화한 덕분이다. 입구에 있는 거대한 분수 형태의 작품은 이곳에서 시작된 문화의 향기가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듯 중심부에서 시작된 물결이 파동을 만들며 점차 퍼져나간다. 분수 밖 자갈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는 마치 산속의 사찰에 들어온 듯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

▮타이중해양관의 친자연적 뚝심

미술관과 도서관이 결합된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의 내부 공간.
지속 가능한 녹색 관광에 대한 타이중시의 진심은 최근 개관한 ‘타이중해양관’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일반적인 수족관들이 화려한 대형 어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이곳은 방문객의 머리 위로 비가 내리는 연출과 함께 관람이 시작된다. ‘바다의 시작은 결국 한 방울의 비’라는 생태학적 명제를 시각적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한 것이다. 전시는 하늘에서 떨어진 비가 계곡을 이루는 강 상류에서 중류 하류로 흐르며 시점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강과 바다의 생태를 실제 자연과 유사하게 재현해 놓았는데, 이는 어릴 적 계곡에서 숨은 생물을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돌을 들어 올리던 기억을 추억하게 만든다.

특히 이곳은 타이중을 가로지르는 따자강(大甲溪)의 실제 생태계를 상·중·하류로 나눠 재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하류로 내려올수록 물고기들의 색깔이 화려하고 알록달록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이 집에서 키우던 외래 관상용 물고기를 하천에 무단 방생하면서 벌어진 실제 생태계 교란 현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타이중해양관은 외래종을 무단 방생하는 대신 해양관으로 직접 가져오면 시가 대신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시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서 펼쳐지는 해양 구역에서는 몽환적인 빛을 뿜어내는 해파리 군락과 보석처럼 빛나는 산호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따뜻한 지역에서 온 귀여운 펭귄들이 볼록한 배를 내밀고 뒤뚱거리다가도, 물속에 뛰어드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날렵하게 헤엄치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수많은 해양 생물이 거대한 유리 벽 너머로 군무를 추듯 유영하는 대형 수족관의 장엄한 풍경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광둥식 오리부터 현대 미식까지

2020, 2021년 미슐랭 레스트랑으로 선정된 ‘전압방’의 광둥식 오리 요리 퍼포먼스.
미슐랭 식당만 62곳이 있는 ‘식도락의 도시’ 타이중에선 미식 투어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미슐랭 가이드의 추천을 받은 고급 중식 레스토랑 ‘전압방’의 오리 요리가 별미로 꼽힌다. 흔히 오리 요리라고 하면 북경식을 떠올리지만, 이곳은 촉촉한 육즙을 살리는 데 집중하는 정통 광둥식 오리 요리를 선보인다. 셰프가 테이블 바로 앞에서 오렌지 리큐어(술의 일종)를 뿌려 화려한 불꽃쇼로 잡내를 날리고 향을 입힌 뒤 정교한 칼솜씨로 오리를 해체하는 퍼포먼스는 압권이다.

또 다른 미슐랭 맛집 ‘후서위웨이’는 상하이식 딤섬 전문점으로, 정교한 만두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얇은 피에 담백한 고기 육즙으로 채운 샤오룽바오도 훌륭하지만, 바닥을 바삭하게 군만두처럼 지져낸 승젠바오가 별미다. ‘쓰과’라고 불리는 수세미로 속을 가득 채운 수세미 만두는 간장이나 식초, 생강을 전혀 곁들이지 않고 온전히 먼저 맛보기를 권한다. 수세미 특유의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입안을 맴돌며 색다른 감동을 준다. 민물새우와 김을 푹 우려내 심심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는 대만식 만둣국 ‘훈둔’과 서태후가 피부 미용을 위해 즐겨 먹었다는 은은한 단맛의 대추·연꽃씨 디저트 ‘잉얼렌쯔 홍차’도 독특하다.

창의적인 길거리 음식이 즐비한 펑지아 야시장.
정통 중식의 변주를 맛봤다면 대만의 독자적인 현대 미식을 선사하는 ‘산신’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이곳은 대만 전통 요리를 중심으로 타이중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혁신적인 미식 감각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레스토랑이다. 대만인들이 사랑해 온 전통의 익숙한 풍미를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플레이팅과 세련된 조리 해석을 가미해 대만 요리가 얼마나 다양하고 우아하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오감으로 선사한다.

▮시음·베이킹 체험거리도 풍부

미슐랭 레스토랑 ‘후서위웨이’의 승젠바오.
대만 중부의 깊은 풍미는 ‘ABAS 양조스토리홀’에서 절정을 이룬다. 인공 알코올을 단 1%도 섞지 않고 오직 인근 타이난 지역의 순수한 농산물을 재료로 술을 빚는 이곳은 최근 국제 주류 대회에서 골드메달을 휩쓸며 전 세계 바이어들이 주목하는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이곳의 시음 체험은 총 세 가지 코스로 진행된다. 첫 잔은 투명한 호박색을 띠는 ‘파인애플주’로, 달콤하고 향긋한 파인애플 생과일의 향이 코를 찌르지만 결코 달거나 시지 않고 맛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두 번째 ‘우롱차 매실주’는 싱싱한 매실주를 담근 뒤 대만 우롱차를 절묘하게 배합해 탁한 자줏빛을 띤다. 첫맛은 상큼한 매실 향이 치고 올라오다 끝맛에서 쌉싸름하고 연한 우롱차 향이 품격 있게 따라온다. 마지막 대미는 무려 59.9도에 달하는 고도수 증류주(스피릿)이다. 잔을 흔들면 독한 알코올 속에 녹아든 곡물의 눈물이 잔 벽에 끈적하게 묻어나는데, 흘러내리다 맺히는 영롱한 술방울을 ‘술의 눈동자’라 부른다. 알싸한 향과 짜릿한 목 넘김 직후, 거짓말처럼 목구멍 깊은 곳에서 은은한 사과 향이 역류해 올라온다. 숭어알(어란)을 박아 넣은 진득한 치즈 크래커, ‘겉바속촉’의 오징어튀김과 토란떡 튀김, 고량을 넣어 빚은 풍미 가득한 대만식 소시지가 술과 완벽한 페어링을 이룬다.

미슐랭 레스토랑 ‘산신’의 독특한 생선 요리.
가벼운 로컬 체험을 원한다면 지역 특산물인 토란을 테마로 한 ‘아총스 토란 문화관’이 제격이다. 여행객이 직접 토란 페이스트리를 반죽하고 결을 살려 구워내는 DIY 체험을 진행하는데, 자신의 번호표를 붙여 구워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과자를 맛볼 수 있어 흥미롭다. 밤이 깊어지면 펑지아 대학교 인근에 끝없이 펼쳐진 대만 최대 규모의 펑지아 야시장으로 향해야 한다. 타이중에서 가장 활기찬 이 야시장은 기발하고 창의적인 스트리트 푸드의 결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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