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전
대만의 배꼽…친환경 투어에 골목골목 미식 향연까지
2026.06.24 19:17
- 미슐랭 식당 62곳 식도락 고장
- 술 시음, 펑지아 야시장 인기
- 부산과 주 5회 직항노선 연결
타이중(臺中)은 ‘대만의 배꼽’으로 꼽힌다. 북쪽의 타이베이(臺北)와 남쪽의 타이난(臺南) 사이에서 중심을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지리적·교통적 요충지인 대전과 같은 위상을 지닌다. 인구 규모로도 수도 타이베이를 압도하는 대만 ‘제2의 도시’다. 김해국제공항에서 진에어 직항편을 이용하면 약 2시간 30분 만에 닿는 이 매력적인 도시는 최근 부산 주 5회, 서울(인천) 매일 2회 운항으로 한국인 여행객들과 부쩍 가까워졌다. 진에어 항공권은 항공사와 협약을 맺은 타이중의 식당과 관광지에 제시하면 할인이나 사은품을 받을 수 있으니 버리지 말고 반드시 소지하는 것이 좋겠다.
▮산업·문화로 꽃피운 관광 도시
지난해 11월에 개관한 복합 문화공간 ‘타이중 그린 뮤지엄브러리’는 타이중의 문화 비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도심 속 랜드마크로 꼽힌다. 이곳은 과거 일제강점기 시절 군사공항으로 사용되던 부지였다. 타이중시는 이 공간을 대만 최대 규모의 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그 심장부에 미술관과 도서관이 결합한 세계적 수준의 문화 인프라를 들어앉혔다. 세계적인 명성의 건축사무소 ‘SANAA(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이 건물은 에어컨을 강하게 틀지 않아도 내부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원하다. 건물 사이사이로 자연 바람이 막힘없이 통하도록 통풍 구조를 극대화한 덕분이다. 입구에 있는 거대한 분수 형태의 작품은 이곳에서 시작된 문화의 향기가 도시 전체로 퍼져나가듯 중심부에서 시작된 물결이 파동을 만들며 점차 퍼져나간다. 분수 밖 자갈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며 내는 소리는 마치 산속의 사찰에 들어온 듯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
▮타이중해양관의 친자연적 뚝심
특히 이곳은 타이중을 가로지르는 따자강(大甲溪)의 실제 생태계를 상·중·하류로 나눠 재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하류로 내려올수록 물고기들의 색깔이 화려하고 알록달록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이 집에서 키우던 외래 관상용 물고기를 하천에 무단 방생하면서 벌어진 실제 생태계 교란 현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타이중해양관은 외래종을 무단 방생하는 대신 해양관으로 직접 가져오면 시가 대신 키워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도시가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서 펼쳐지는 해양 구역에서는 몽환적인 빛을 뿜어내는 해파리 군락과 보석처럼 빛나는 산호가 눈을 즐겁게 한다. 특히 따뜻한 지역에서 온 귀여운 펭귄들이 볼록한 배를 내밀고 뒤뚱거리다가도, 물속에 뛰어드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날렵하게 헤엄치는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수많은 해양 생물이 거대한 유리 벽 너머로 군무를 추듯 유영하는 대형 수족관의 장엄한 풍경은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광둥식 오리부터 현대 미식까지
또 다른 미슐랭 맛집 ‘후서위웨이’는 상하이식 딤섬 전문점으로, 정교한 만두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얇은 피에 담백한 고기 육즙으로 채운 샤오룽바오도 훌륭하지만, 바닥을 바삭하게 군만두처럼 지져낸 승젠바오가 별미다. ‘쓰과’라고 불리는 수세미로 속을 가득 채운 수세미 만두는 간장이나 식초, 생강을 전혀 곁들이지 않고 온전히 먼저 맛보기를 권한다. 수세미 특유의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이 입안을 맴돌며 색다른 감동을 준다. 민물새우와 김을 푹 우려내 심심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자랑하는 대만식 만둣국 ‘훈둔’과 서태후가 피부 미용을 위해 즐겨 먹었다는 은은한 단맛의 대추·연꽃씨 디저트 ‘잉얼렌쯔 홍차’도 독특하다.
▮시음·베이킹 체험거리도 풍부
이곳의 시음 체험은 총 세 가지 코스로 진행된다. 첫 잔은 투명한 호박색을 띠는 ‘파인애플주’로, 달콤하고 향긋한 파인애플 생과일의 향이 코를 찌르지만 결코 달거나 시지 않고 맛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두 번째 ‘우롱차 매실주’는 싱싱한 매실주를 담근 뒤 대만 우롱차를 절묘하게 배합해 탁한 자줏빛을 띤다. 첫맛은 상큼한 매실 향이 치고 올라오다 끝맛에서 쌉싸름하고 연한 우롱차 향이 품격 있게 따라온다. 마지막 대미는 무려 59.9도에 달하는 고도수 증류주(스피릿)이다. 잔을 흔들면 독한 알코올 속에 녹아든 곡물의 눈물이 잔 벽에 끈적하게 묻어나는데, 흘러내리다 맺히는 영롱한 술방울을 ‘술의 눈동자’라 부른다. 알싸한 향과 짜릿한 목 넘김 직후, 거짓말처럼 목구멍 깊은 곳에서 은은한 사과 향이 역류해 올라온다. 숭어알(어란)을 박아 넣은 진득한 치즈 크래커, ‘겉바속촉’의 오징어튀김과 토란떡 튀김, 고량을 넣어 빚은 풍미 가득한 대만식 소시지가 술과 완벽한 페어링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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