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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코인 거래소 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2026.06.24 21:01

차기 먹거리 ‘가상자산’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증권가 움직임이 분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코빗, 한국투자증권은 코인원과 손을 잡았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지분을 사들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금융권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2017년 이후 금융사와 가상자산 업계를 분리하는 이른바 ‘금가분리’ 원칙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실물연계자산(RWA) 등 디지털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증권가는 선제적으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과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경쟁이 증권업 판도를 바꿨다면, 앞으로는 디지털자산 플랫폼 경쟁이 금융 산업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가진 플랫폼 가치다. 과거 가상자산 거래소는 코인을 사고파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유통, STO 거래, 디지털자산 수탁, 기관투자자 거래 서비스 등 각종 금융 서비스가 모이는 핵심 인프라로 재평가받는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해 향후 열릴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증권가 움직임이 분주하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매경DB)
시장 선점 나선 미래·한투

두나무 손잡은 삼성증권

최근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이다. 지난 2월 그룹 내 지주사 격인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지분 92%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약 1335억원을 들여 코빗 주식 2691만주를 취득하는 계약이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남겨둔 상태다. 경쟁사들이 소수 지분 투자에 나선 것과 달리 미래에셋증권은 경영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택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가상자산 사업을 주체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해외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지난 1월 홍콩에서 국내 증권사 최초로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으며,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미국 예탁결제원(DTCC)이 주도하는 토큰화 워킹그룹에도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주식·채권·디지털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통합 투자 모델을 구상 중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산업은 결제, 수탁, 거래 등 금융 핵심 기능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편되는 초기 단계에 진입하는 중”이라며 “증권사는 가상자산 사업자와 협력을 통해 지갑, 수탁, 온체인 결제 등 미래 금융 인프라 핵심 요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증권사는 토큰화를 활용해 국가별로 분절된 우량 자산의 글로벌 유통을 지원하며 새로운 투자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전략은 다소 다르다. 최근 약 800억원을 들여 코인원 지분 20%를 확보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30%), 컴투스홀딩스(25%)에 이어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20%)와 함께 코인원 3대 주주에 올랐다. 창업주와 게임사, 증권사,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가 각각 의미 있는 지분을 보유한 독특한 연합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거래소를 직접 운영하기보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전통 금융 서비스와 코인원의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향후 STO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금융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STO 사업을 위해 한국거래소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관련 인프라와 서비스 체계 마련에 나서는 등 자체 STO 발행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IB전략본부장은 “코인원 지분 인수는 가상자산 규제가 하나씩 완화되며 시장이 열릴 것을 대비한 선제적 투자”라며 “한국투자증권 단독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 이미 기반이 갖춰진 코인원과 협력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인원 주주 구성을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유일한 금융사”라며 “여러 금융회사가 얽혀 있는 주주 구성보다 다가오는 금융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코인원과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삼성카드·삼성SDS와 함께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투자했다. 삼성증권이 2%, 삼성카드와 삼성SDS가 각각 1%씩 총 4% 지분을 취득한다. 이들 3사가 두나무 지분 인수를 위해 투입한 금액은 약 6100억원이다. 그룹 내 계열사와 연계를 강화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증권이 STO와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담당하고 삼성카드는 결제 인프라,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술 인프라를 맡는 구조다. 향후 삼성금융 통합 플랫폼 모니모와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최근 두나무 지분 4%를 추가로 취득하며 지분율을 약 10%까지 확대했다.

이처럼 증권사가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 환경 변화가 있다. 법률상 규정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가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권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사실상 막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5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글로벌 시장 환경이 달라졌고 가상자산 제도화 입법도 추진되고 있는 만큼, 변화된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며 금가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금가분리 완화 흐름에 맞춰 기존 증권사 사업과 디지털자산의 접점이 생길 것”이라며 “이 부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복안으로 최근 증권사의 가상자산 거래소 투자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STO ‘핵심’

법인 시장 개화 기대

증권사가 수천억원을 들여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하는 이유는 가상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 업계가 주목하는 핵심 분야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다.

가장 뜨거운 화두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나 달러 등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자산이다. 단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결제·송금·정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인프라 성격이 강하다. 증권사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 참여할 경우, 가상자산 거래소를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증권 업계는 법인 시장 개화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개인 투자자 중심이었다. 그러나 향후 기업의 재무 활동 목적 거래와 기관투자자 참여가 허용되면,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법인 시장이 열리면 증권사는 법인 고객 대상 거래, 수탁, 시장조성, 대차거래 등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추가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STO 역시 중요한 먹거리로 떠오른다. STO는 부동산, 채권, 주식,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 형태로 발행해 거래하는 방식이다. 기존 금융 시장에서는 유동화가 쉽지 않던 자산을 거래할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토큰화 자산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5조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국내에서도 내년 2월 STO 관련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취급 가능한 상품군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춰 다수 증권사가 STO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한다. 신한투자·하나·KB·NH투자·SK증권 등은 일찌감치 STO 컨소시엄과 협의체를 구성해 발행·유통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고연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는 전통 금융 시장에서 발행·인수·주선 업무를 수행한 만큼 향후 STO 관련 시장에서 발행과 주관 업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 외 다양한 수익원을 기대할 수 있다. STO 발행 주관 수수료를 비롯해 디지털자산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탁 수수료, 기관 대상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젊은 고객 확보 효과도 기대할 만한 부분이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는 약 1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20~40대 비중이 높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을 자산관리(WM) 고객으로 전환할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젊고 디지털 친화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신규 고객 유입과 고객 저변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제거할 법제화 시급

입법 빠를수록 사업 구체화 가능

다만 아직까지 가상자산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지 못하는 증권사도 있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아직까지 세부적인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 증권사 대표는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아직까지 제도가 구체화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있다”며 “최근 여러 증권사가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투자에 나섰지만, 과연 지금 당장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쟁점도 많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중심으로 할지, 비은행 금융회사까지 허용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준비자산 의무화 여부와 감독 주체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중 어디에 둘지 등이 논란이다.

과세 역시 불확실성이 크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과세된다.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는 기타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총 22% 세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 고객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반면 해외는 빠르게 움직인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과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포괄적 가상자산 규제 체계인 미카(MiCA)를 시행 중이다.

단, 해외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닌 한국에 맞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증권사 역시 국내 규제 환경에 적합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가장 큰 변수는 규제 환경”이라며 “미국은 개방된 자본 시장을 기반으로 블록체인 금융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한국은 시장 구조가 달라 해외 사례가 동일한 속도와 규모로 재현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증권사 과제 역시 해외 성공 사례를 단순히 모방하는 게 아니라 국내 환경에 맞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5호(2026.06.24~06.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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