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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메가 트렌드?…산업 지도가 바뀐다 [스페셜리포트]

2026.06.24 21:01

“경제학자로 일하며 이런 조합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AI 수출 호황과 통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이코노미스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한 얘기다. 올 상반기 한국 수출이 반도체로 초호황을 맞았지만,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에서 꿈쩍 않자 시장과 산업계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외수지 지표만 놓고 보면 환율이 이렇게 고공행진을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경상수지는 282억9000만달러 흑자다. 월간 기준 지난 3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흑자다. 흑자 행진도 2023년 5월 이후 36개월째다. 경상수지만 보면 원화 강세 압력이 생기는 게 정상이지만 외환 시장 현실은 정반대다.

과거 고환율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타나는 비상 신호였지만,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수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의 국내 환류 메커니즘이 약화한 데다 자본수익을 좇아 미국 등 글로벌 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흐름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 구조적 원인 변화에 따른 고환율은 기업 손익계산서는 물론, 산업 지도를 바꿔놓는다.

전문가들은 1500원대 환율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 구조 변화와 맞물린 결과로 보고 고환율 장기화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원·달러 환율 1500원 안팎이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 기준선으로 굳어지는 흐름이다. 사진은 6월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환율 미스터리

실물 지표와 환율 괴리

올 6월 들어 원·달러 환율 평균은 1520원대로 올라섰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6월 들어 지난 17일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520.5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 1998년 2월 1626.8원 이후 28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소식 등으로 지난 6월 15일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은 1510원대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1500원 선에 머무른다. 실물경제 지표와 환율 흐름이 괴리를 보이는 배경을 두고 몇 가지 원인이 지목된다.

(1) 돌아오지 않는 달러

첫째, 수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으로 다시 환류되는 흐름이 약해진 결과로 분석된다.

관세 전쟁과 중국발 공급 과잉 같은 대외 요인에 더해 규제와 비용 부담 등 국내 역(逆)인센티브 구조가 맞물리면서 우리 기업 상당수는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있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글로벌 대기업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설비투자, 인수합병,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260억달러를 투자한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가 한국으로 돌아와 원화로 환전되기보다 현지 공장과 공급망, 연구개발에 재투자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출 기업 환전 감소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외환당국이 주요 기업에 수출대금 환전을 요청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향후 환율 상승 가능성과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달러를 쉽사리 내놓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총 543억71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1월 말 잔액(552억55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기업 달러예금은 지난 3월 말 462억300만달러에서 4월 말 490억2800만달러, 5월 말 507억1300만달러로 꾸준히 늘었다. 올 6월 들어서는 열흘 만에 36억5800만달러(7.2%)가 증가했다.

외환당국 대응을 두고 산업계와 외환 시장에서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불법 외환거래 대응반’을 가동 중이다. 대응반이 기업의 통상적인 외환관리 기법인 ‘리드 앤드 래그(Lead & Lag)’ 전략까지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장과 동떨어진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리드 앤드 래그는 환율 상승기에 수입대금은 앞당겨 지급하고 수출대금 회수는 늦춰 환차손을 줄이거나 환차익을 확보하는 기업의 일반적인 환위험 관리 방식이다. 일정 기간을 넘기면 신고 의무가 생기지만, 그 자체가 곧바로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산업계 설명이다.

한 수출 기업 재무 담당 임원은 “환율이 하루에도 수십원씩 움직이는데 대금 결제 시점을 조정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라며 “정상적인 외환관리까지 투기적 거래처럼 보는 분위기가 생기면 기업들은 환헤지와 결제 전략을 짜는 것조차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산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는 서학개미 해외투자를 환율 불안 원인처럼 보더니, 이제는 기업의 결제 관행을 문제 삼는다”라며 “시장 참가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방식으로는 고환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2) 外人 환헤지 확대

둘째,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 확대도 원화 강세 경로를 차단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베팅하면서도 원화 약세 위험은 선물환·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으로 적극 헤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달리 말해, 외국인은 한국 반도체 주가 상승은 믿지만 원화 가치 상승까지 함께 믿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려면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했고, 이 과정에서 원화 매수 수요가 생겨 환율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났다. 최근에는 한국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더라도 선물환·NDF 같은 파생상품으로 환율 위험을 따로 막는다. 한국 반도체 주식이 오르면 주가 차익은 가져가되, 원화가 약세로 가면서 달러 환산 수익이 훼손되는 위험은 미리 차단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 들어와도 현물환 시장에서 원화 매수 압력은 약해지고, 헤지 과정에서 오히려 ‘달러 매수·원화 매도’ 수요가 생길 수 있다. 코스피가 급등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내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지는 배경이다.

(3) 서학개미 ‘마이웨이’

셋째, 국내 시장 복귀계좌(RIA) 도입에도 해외투자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증권사는 지난 3월 해외주식 매도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 시장에 장기 투자할 경우 한시적 세제 혜택을 주는 RIA를 내놨다. 해외 주식에서 국내 증시로 자금을 되돌리려는 정책 유인이다. 그러나 개인의 미국 주식 선호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올 3월 저점을 찍은 뒤 5월 2042억달러까지 늘어나더니 6월에도 고공행진 중이다. 이는 RIA 100% 공제 혜택이 종료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RIA는 지난해 12월 23일까지 보유한 해외주식을 전용 계좌로 옮겨 매도한 뒤 국내 주식에 재투자할 때 복귀 시점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감면한다. 지난 5월까지 복귀 시 100%, 7월 말까지는 80%, 연말까지는 50%의 양도소득세가 각각 공제된다.

이외 일본은행 긴축도 복병으로 지목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16일 단기 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1%로 올려 1995년 이후 31년 만에 1%대 금리 시대를 열었다. 변수는 ‘엔 캐리 트레이드’다. 초저금리 엔화를 빌려 미국 국채, 주식, 신흥국 자산 등에 투자해온 거래가 청산되면 단기적으로 달러 수요가 늘어 원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원화 약세로 외국인의 방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에 도착해 모바일 유심(USIM)을 상담하는 외국인들(위). 식품 업계는 고환율에 가장 민감한 내수 업종으로 꼽힌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대 모습(아래). (연합뉴스)
고환율이 바꾸는 산업 지도

K뷰티·관광·호텔 등은 기회

고환율은 더 이상 수출 기업에 일방적인 호재가 아니다. 해외 생산과 외화부채,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맞물려 기업별 손익 셈법이 제각각이다. 원가 부담이 큰 식품·항공·석유화학·철강 업종엔 악재지만 관광, 뷰티, 역직구, 호텔, 콘텐츠 등은 새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식품·항공·철강, 환율 쇼크

가격 전가력 한계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통 제조업은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식품, 항공, 석유화학, 철강, 시멘트가 대표적이다. 공통점은 비용은 달러로 치르지만 판매 가격은 원화 시장과 수요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원가가 오르는 속도와 판매 가격을 올리는 속도 사이에 시차가 생기면 이익 변동성이 확대된다.

식품 업계는 고환율에 가장 민감한 내수 업종으로 꼽힌다. 밀, 옥수수, 대두, 설탕, 커피, 카카오, 팜유 등 주요 원재료 상당 부분을 수입한다. 국제 원재료 가격이 그대로여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 기준 매입 단가는 상승한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납품가는 분기나 반기 단위로 정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원가 상승분을 즉시 반영하기 어렵다. 대형마트가 산지를 다변화하거나 냉장보다 가격 변동폭이 적은 냉동 상품 비중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공 업종도 고환율 여파로 울상이다.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부품 구매비 상당 부분이 달러 결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 비용도 원화 기준으론 부담이 더 커진다. 그나마 대형 항공사는 자체 정비 역량과 낮은 리스 비중으로 충격을 일부 흡수할 수 있다. 저비용 항공사는 운항비와 리스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 수익성 악화가 심화할 수 있다.

석유화학도 녹록지 않다. 나프타 등 원재료 가격이 고환율 영향을 받는다. 더욱이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철강과 시멘트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철강 업계는 철광석을 대부분 수입한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급, 국내 건설 경기 부진, 전력비와 물류비 상승까지 겹쳐 고환율이 수익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시멘트 업계는 제조 원가의 20~25%를 차지하는 유연탄을 사실상 전량 수입한다. 유연탄 가격 인상과 고환율이 맞물리면 원가 충격이 곧바로 나타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생산은 국제 원재료 비중이 커 고환율이 생산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내수 경기 침체기에는 가격 인상이 매출 감소를 부를 수 있어 기업 수익성이 더 떨어지는 어려움에 직면한다”고 진단했다.

‘고환율=수출 호재’ 공식 깨져

외화부채·해외공장 등 변수 多

고환율 여파로 산업계 손익계산서가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 기업에 호재였다. 달러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꾸면 장부상 영업이익에는 환산이익으로 반영됐다. 가격 경쟁력도 개선됐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수출선이 다변화하며 매출 통화가 달러에만 묶여 있지 않다. 유로, 엔, 위안 등 현지 통화 매출 비중이 커졌다. 생산 거점도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는 추세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 공급망 재편, 글로벌 고객사 대응 등을 이유로 한국 기업은 최근 몇 년 새 해외 투자를 크게 늘렸다. 자동차, 배터리, 가전, 반도체, 바이오 등 기업은 미국과 유럽, 동남아에 공장을 짓고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한다. 해외에서 번 달러가 국내 외환 시장에 공급되는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주요 수출 대기업은 미국과 유럽 공장 증설 과정에서 외화 차입도 늘렸다. 이 탓에 고환율은 장부상 외화부채 평가손실과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조달한 달러 부채를 차환해야 하는 기업은 이자 부담이 더 커진다. 환율 상승분이 회계상 영업이익을 늘려도 금융비용 증가로 순이익은 줄어들 수 있단 얘기다. 고환율은 국내 설비투자에 필요한 장비와 원재료 구매 비용도 끌어올린다.

환헤지도 예전보다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선물환, 통화옵션, 외화예금, 통화스와프를 활용해 위험을 줄인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헤지 비용도 눈덩이처럼 올라간다. 달러 비용이 먼저 발생하고 매출 회수가 늦은 업종은 현금흐름 압박이 커질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부 교수는 “에너지와 부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서는 원가 상승 때문에 수출 경쟁력 개선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광·K뷰티·역직구 활기

외국인 구매력 확대

전통 제조업에는 고환율이 불청객이지만, 새로운 산업 수요를 자극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 한국 상품·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구매력이 확대된다. 일본이 장기 엔저 국면에서 백화점, 관광, 호텔, 편의점, 지방 상권의 수혜를 본 것과 비슷한 변화가 한국 경제 곳곳에서 목격된다.

대표 수혜 업종은 K뷰티다. 화장품은 원료와 포장재 일부를 수입하지만,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비중이 식품보다 낮다. 브랜드 가치와 마케팅, 유통망이 가격을 좌우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명동, 성수, 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화장품과 H&B 상품을 대량 구매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와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은 달러 매출을 원화로 환산할 때 이익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백화점, 편의점도 외국인 관광객 소비 확대 수혜권에 들어간다. 외국인 관광객은 명동, 성수, 홍대, 더현대 서울, 올리브영, 다이소 등 체험형 상권을 직접 찾는다. 백화점에서는 외국인 주도로 명품과 패션 소비가 늘고 있다. 편의점은 K푸드, 즉석식품, 캐릭터 상품, 포토 서비스, 뷰티 체험 기기를 앞세워 외국인 소비를 공략한다. 역직구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해외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몰에서 직접 한국 상품을 사는 구조다. 국내 판매자는 해외 판매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 고환율은 인바운드 관광, K뷰티, 의료관광, K콘텐츠 등에서 한국의 가격 경쟁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준다”며 “관련 서비스 업종에는 구조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500원대 환율 굳어지나
“환율 상단 1600원 수준도 열어둬야”
환율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단기(1년 이내)에는 1400원대 중후반에서 1600원 사이 높은 변동성을 예상한다. 미국 금리 불확실성과 중동 리스크, 달러 선호 심리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중동 전쟁 리스크가 진정되더라도 원화 약세 추세가 단기간 반전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많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외환당국이 수차례 구두 개입에 나섰는데도 원·달러 환율은 한 달 가까이 1500원을 웃돈다. 1500원 안팎 환율이 일시적 이상치가 아니라 기업 경영 전략에 반영해야 할 상수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1년 내 원·달러 환율은 1450~16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금리 불확실성과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 초고환율이 상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장기 ‘뉴노멀’로 굳어질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강성진 교수는 현재 환율을 정상 상태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그는 “최근 반도체 기업이 주도하는 K자형 경제 구조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중동 전쟁 종결로 유가가 하락하면 환율에도 하락 압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5년 내에는 1300원대 후반이나 1400원대 초반 정도가 돼야 한다”고 봤다.

구조적 원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는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자본 이동이 환율을 더 크게 흔든다. 주식 등 해외자산 투자,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확대,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투자, 서비스수지 적자 등이 달러 수요를 키운다. 달러가 국내로 환류되는 구조가 상당 부분 와해된 만큼 과거처럼 1200원대 환율로 쉽게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정희 교수는 “미국 우선주의가 강조되는 동안에는 달러 강세에 따른 고환율 문제가 쉽게 해소되지 못할 수 있다”며 “전쟁이 끝나고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환율은 내릴 수 있지만 무역 압박 기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대폭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기업도 과거 성장 공식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정부 역시 환율 안정을 위해 미국과 통화스와프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18일 3500억달러(약 532조2800억원) 대미 투자계획을 실행할 특별법 발효로 원화 약세 압력이 갈수록 거세질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이정희 교수는 “최근 미국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는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분야 기업이 환차손 위험 관리를 엄중하게 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 대기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한 중소 협력사 역시 환차손 위험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5호(2026.06.24~06.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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