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사과문 떼고 프로모션"…정용진 회장의 진정성은 '역사교육' 다음 [기사 ASMR]
2026.06.24 15:41
| 한달 넘게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 붙어 있던 사과문은 지난 22일 전 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한 다음 날 철거됐다. /사진=서윤경 기자 |
[파이낸셜뉴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진행된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 이후 일부러 챙겨본 곳이 있습니다. 스타벅스 매장 한쪽 게시판입니다. 평소라면 신제품과 이벤트, 시즌 프로모션 안내물이 빼곡하게 붙어 있던 자리입니다.
지난 5월 19일부터 게시판 풍경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알록달록한 광고물은 모두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단 두 장의 안내문 뿐이었습니다. 하나는 "깊은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사과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고객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라고 적힌 작은 사이즈의 요청문이었습니다.
한 달 넘게 자리를 지키던 그 안내문은 23일 다시 모습을 감췄습니다.
사라진 것, 나타난 것
| 한달 넘게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에 붙어 있던 사과문은 지난 22일 전 직원 대상 교육을 진행한 다음 날 철거됐다. 대신 이날 중단됐던 여름 시즌 행사 제품이 진열됐다. /사진=서윤경 기자 |
스타벅스 전 직원 대상 역사교육을 마친 다음날 풍경이었습니다. 사과문이 사라진 자리에는 여름 프로모션이 들어왔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날부터 여름 시즌 행사인 '서머1' 프로모션을 시작하고 신규 음료와 푸드, 굿즈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지난달 예정됐던 신제품 출시와 마케팅 일정이 논란 이후 전면 중단된 지 약 한 달 만입니다.
매장 곳곳에는 파인애플 블루 코코 프라푸치노, 씨솔트 카라멜 콜드 브루 등 신메뉴 안내물이 걸렸고, MD 진열대에는 여름 한정 텀블러와 우산, 비치 가방이 채워졌습니다.
스타벅스 애플리케이션도 달라졌습니다. 메인 화면에 가장 먼저 뜨던 사과문 배너와 팝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탱크데이' 논란으로 고개를 숙였던 스타벅스코리아는 전 직원 대상 역사교육을 마친 다음 날, 매장 풍경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었습니다.
스타벅스 관계자에게 물었습니다.
"매장 내 사과문은 철수했지만 앱과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계속 게시하고 있다. 책임감 있는 후속 조치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사과는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까지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탱크데이 사태는 '책상에 탁!'을 홍보 문구로 활용해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조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본사인 신세계그룹이 탱크데이 논란의 '진짜' 피해자들에게 진정 어린 사과를 한 적이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사과를 받아들였을지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역사교육과 함께 '마무리'된 사과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탱크데이' 논란이 불거진 직후 신세계그룹은 발빠르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5월 18일 당일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다음 날 신세계그룹 측에서 김수완 부사장은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1층 오월기억저장소 회의실에서 '스타벅스코리아 이벤트의 오월정신 훼손'과 관련한 사과와 면담을 진행하기 위해 광주를 찾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론은 악화됐고 불매 운동으로 확산됐습니다. 결국 일주일이 지난 5월 26일 정용진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습니다.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고 경찰 조사에도 충실이 임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대국민사과문 발표 직후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정 회장의 광주행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의에 "현재는 진상규명이 우선이지만, 적절한 시점이 되면 광주 현장 방문이나 공개적인 의사 표명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스타벅스는 지난 22일 전국 2160여개 매장의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인식 및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조기 영업 종료는 1999년 한국에 진출하고 2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교육 영상에는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의 '기업이 가져야 할 올바른 역사 인식'과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적 감수성과 윤리 기준' 강의가 담겼습니다.
여기까지였습니다.
사과문을 철거한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한 달 간 사과문을 붙여놓고 우리가 이행하겠다고 한 약속들을 차근히 지켜나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의) 대국민사과에서도 경찰 조사를 보고 내용이 정리되면 그때 추가적인 일정에 대해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다. 사과하러 내려 가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시점·방법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고민하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사과'는 과연 받아졌을까
과연 사과의 당사자인 5·18 단체와 유가족들은 스타벅스의 사과를 받아들였을까요. 5·18기념재단 관계자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후 스타벅스코리아나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정식으로 사과를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5월 19일 스타벅스 측이 광주를 찾은 걸 거부한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 위기 모면을 위한 형식적 행보로 비쳤다는 이유였습니다.
재단 측은 정용진 회장이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향후 재발 방지 방안이 부족했고, 이번 사태를 단순 직원 실수로만 접근하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직원의 실수라기보다 경영진의 인식과 조직 문화가 반영된 구조적 문제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와 책임 있는 사람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원 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습니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는 교육 내용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았다. 적어도 그 내용을 공개하는 노력은 했어야 했다"며 "영업 중단과 전 직원 교육 자체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보여주기식 처방인지 실질적인 변화의 시작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24일 오후 3시. 정용진 회장은 사장단 회의 자리에서 스타벅스 직원들이 먼저 시청했던 역사교육 영상을 보게 됩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들이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제2의 스타벅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 영상을 보고 난 뒤 정 회장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사과와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스타벅스의 '일상 복귀'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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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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