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직계존속만 재심 청구 허용...헌재 "형소법 조항 헌법불합치"
2026.06.24 17:31
헌재 "오랜 세월 지나 배우자 등 사망 다수"
"검사 직권 재심 청구, 적시에 기대 어려워"
반대 의견 "청구 제한은 법적 안정성 목적"
국가폭력 사망 피해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4일 형사소송법 제424조 4호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과거사정리기본법 제2조 제1항 제3·4호에 규정된 사건' 적용 부분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내년 12월 31일을 해당 규정의 효력 유지 기간으로 정했다. 국회가 이 기간 안에 개선 입법을 하지 않으면 2028년 1월 1일부터 규정은 효력을 상실한다.
청구인들은 1948년 여수·순천 사건에 연루돼 징역형을 받고 수감됐다가 법적 절차 없이 군 방첩부대와 헌병대, 경찰 등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들의 조카와 제수이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숨진 지학순 주교의 조카가 청구한 사건도 병합 심리됐다.
이들은 2020년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재심청구권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형사소송법 제424조의 4호가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하거나 심신장애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1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국가폭력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해 재심청구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청구를 인용했다. "민간인 집단 희생 등 사건은 오랜 시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형사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사건 후 수십 년이 지나 진상이 밝혀졌을 때 배우자나 직계친족이 이미 사망한 경우, 피해자가 결혼하지 않은 채 숨진 경우 등이다. 헌재는 더불어 온 가족이 희생돼 재심청구권자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검사 직권으로 재심 청구가 가능하긴 하지만 헌재는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민간인 집단 희생 등 사건에 대해 검사의 직권 재심 청구가 처음 이뤄진 데다 그마저도 사회적·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청구 여부가 좌우됐다는 게 헌재의 지적이다.
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지나치게 자의적인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대 의견을 남겼다. "망인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로 재심청구권자를 한정한 것은 구체적 정의와 법적 안정성을 조화시키고 사법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두 재판관의 판단이다. 더불어 2017년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의 '적극 시정 권고' 후 검사의 재심 청구로 과거사 사건 6건에 대해 무죄가 나온 만큼 "검사의 재심 청구를 통한 권리 구제가 형식적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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