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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밥값 지원금으로 술·담배 사고 ‘카드깡’ 한 못된 부모들

2026.06.24 14:48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운영 실태 조사 결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장인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약계층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아동 급식 카드’를 일부 부모가 술·담배 구입 등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학대해서 자녀와 분리 조치됐는데 자녀 급식 카드를 사용한 부모, 자녀가 숨졌는데도 자녀 카드를 계속 사용한 부모도 있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보건복지부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결식 아동 급식 카드 운영 실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아동 급식 카드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차상위 계층의 아동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학교가 문을 열지 않는 주말이나 공휴일, 방학 기간에 한 끼에 1만원 이상을 쓸 수 있도록 일정 금액을 충전해 준다. 비용은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지난해에 아동 15만명에게 5621억원이 지원됐다.

그런데 추진단과 복지부가 급식 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해 보니,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인천·부산·광주를 제외한 13개 시·도에서 급식 카드로 술·담배를 산 경우가 확인됐다. A씨는 초등학생 자녀의 급식 카드로 마트에서 담배와 세제, 휴지 등을 사는 데 27만원을 썼고, B씨는 초등학생 자녀 카드로 맥주, 과일 등을 사는 데 4만2000원을 썼다.

자녀의 급식 카드를 빼앗아 허위로 결제하고 현금이나 물건을 챙긴 부모들도 있었다. C씨는 중학생 자녀의 급식 카드를 자기가 운영하는 분식 가게에서 하루에 3만원씩 허위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2022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4년 4개월간 1295만원을 챙겼다. D씨는 동네 마트에 자녀의 급식 카드를 맡겨두고, 마트가 이 카드로 하루에 4만원씩을 허위 결제하게 했다. 그 뒤에 그 금액 한도 내에서 생활용품을 챙겨가는 방식으로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230만원을 썼다.

부모 14명은 자녀를 학대해 자녀와 분리 조치된 상태에서 자녀의 급식 카드를 550만원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E씨는 자녀가 사망한 뒤에도 본인 식사비로 급식 카드를 계속 쓰다가 적발됐다. E씨가 사용한 금액은 61만원이었다.

부모가 빼앗아 썼는지 아동이 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급식 카드의 취지에 맞지 않게 쓰인 경우도 많았다. 전체 급식 카드의 지난해 1~8월 사용 내역을 분석해 보니, 전체 발급 카드 가운데 약 14%인 2만2000장이 카페, 학원, 병원, 미용실, 술집, PC방, 만화방 등 식사와 무관한 곳에서 한 차례 이상 결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반적인 식사 시간이 아닌 오후 10시에서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결제된 금액이 전체 결제 금액 2096억원의 4.4%인 93억원에 달했다.

추진단과 복지부는 편의점 등의 경우 급식 카드로는 술·담배 등을 살 수 없게 하는 금지 품목 결제 제한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지만, 대다수 일반 마트에는 이 시스템이 적용돼 있지 않아 부정 사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따라 추진단과 복지부는 지방정부가 카드사와 협의해 금지 품목 결제 제한 시스템 적용을 일반 마트로 확대하도록 하고, 시스템 도입이 어려운 소형 마트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직접 결제 내역을 수시로 점검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 급식 카드의 심야 시간 사용을 제한하고, 부적정 업종과 급식 카드 허위 결제에 협조한 업소는 급식 카드 가맹점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추진단과 복지부는 또 지방정부 복지 담당자가 급식 카드 발급 기록을 복지 정보 통합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하고, 사망이나 보호 시설 입소 등 아동 신상에 변동이 생긴 경우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알림이 가도록 하는 시스템 기능을 갖추기로 했다.

한편 정부가 급식 카드에 충전해준 금액 가운데 상당수는 사용되지 못하고 소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24년에 충전해준 2207억원 가운데 171억원(7.8%)이 ‘급식 카드를 사용하면 자녀에게 낙인이 될 수 있다’ ‘사용 방법을 잘 모르겠다’ 등의 이유로 사용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추진단과 복지부는 지방정부에 카드 사용 방법 안내를 강화하도록 하고, 사용액이 적은 가구에는 사용 가능 잔액을 문자 메시지로 알리기로 했다.

추진단장인 김영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아동 급식 카드 관리 전반에 부실한 점이 확인됐다”며 “아동 급식 제도가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현수엽 복지부 1차관은 “아동 급식 카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부적절한 품목 결제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가맹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아동이 이용 가능한 식당이나 잔액을 몰라 지원금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용자 맞춤형 안내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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