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도 ‘삼전·SK 레버리지 ETF’에 영향...월가 “꼬리가 몸통 흔들어”
2026.06.24 13:53
반도체 투심 악화하며 美증시 전반 하락세
23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0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44%), 나스닥종합지수(-2.22%) 등은 기술주 조정에 모두 하락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13.18% 폭락한 것을 비롯해 엔비디아(-4.09%), 브로드컴(-3.06%), 샌디스크(-13.64%), AMD(-5.76%), 인텔(-6.14%), ASML(-7.82%), 램리서치(-9.33%),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8.48%), 시게이트(-5.07%), 퀄컴(-8.01%) 등 반도체 관련주 대다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7.87% 하락했다.
이날 반도체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은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의 최근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 스페이스X를 비롯한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막대한 자본지출(CAPEX) 부담 등이 악재로 연이어 작용하며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무엇보다 글로벌 투자 자금의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한 불안 심리가 관련주에 대한 투매 현상을 불렀다.
특히 이날 뉴욕 시장에서는 전날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이른바 ‘숏 감마’ 현상이 낙폭을 확대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숏 감마란 파생상품 시장에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취하는 기계적인 위험 분산(헤지) 매매가 주가 변동성을 한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현상을 뜻한다. 23일 코스피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각각 12.47%, 12.31%씩 폭락했는데 이 과정에서 두 종목에 대한 레버리지 ETF의 급격한 자산 재조정 매물이 미국 증시의 기술적 변동성을 자극하는 연쇄 효과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하락장에서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연계 주식과 선물을 대거 쏟아내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헤지펀드들도 위험 분산을 위해 미국의 반도체주를 기계적으로 팔게 된다.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은 미국의 기술주와 한국의 반도체 대장주들을 하나의 AI 묶음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상당한 까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날 한국 증시에서 12~13% 떨어졌다면 이후 마이크론 주식도 비슷한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 대거 매도하는 식이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상승·하락 움직임을 두 배 이상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투자 전망이 맞는다면 큰돈을 벌지만, 반대의 경우는 큰돈을 잃는다.
23일 블룸버그통신도 “월가에 주식 강세장을 이끈 AI 열풍이 과장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며 “AI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는 새롭지 않지만, 최근 하락세는 올해 세계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시장(코스피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의해 촉발됐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에서 소폭 하락으로 시작된 사건이 외국인투자가들의 25억 달러 이상 코스피 주식 매각으로 변모했다”며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이 빚을 낸 자금으로 거래하는 개인들에게 타격을 줬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연계된 매도 물결로 복합화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투자중개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전 세계의 레버리지 수준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안일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바클레이즈의 알렉산더 올트먼 주식전략 글로벌 책임자도 “전형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라며 “펀더멘털(기초체력) 평가와 무관하게 레버리지 ETF는 현 시장의 가장 큰 기술적 위험 요소”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같은 날 다른 기사에서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한국 AI 관련주의 급락을 계기로 글로벌 레버리지 ETF 시장의 급성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출시된 한국 반도체주 추종 레버리지 ETF 16종의 자산 규모는 출시 당시 30억 달러에서 현재 9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전 세계 레버리지 ETF 자산은 2900억 달러(약 446조 원)를 넘어선 상태라며 아시아 시장은 450억 달러, 미국 시장은 22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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