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위로는 '김·태·세', 아래선 네트워크…'샌드위치' 중견로펌 생존 합병 바람
2026.06.24 13:52
마케팅 비용 효율화도 실질 전략
2000년대 초반 로펌업계에 불었던 합병 바람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대형 로펌과 신흥 부티크·네트워크 로펌 사이에 끼인 중견 로펌들이 생존을 위해 합병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연초부터 중견 로펌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린과 함께 합병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강소 로펌인 원과 민후 역시 오는 10월 통합 출범을 하겠다고 밝혀 중견 로펌업계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LKB평산과 정세도 합병을 추진 중이다.
◆"샌드위치 벗어나자"… 중견 로펌 승부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로펌 시장은 김앤장·태평양·세종·광장·율촌·화우 등 선두그룹 대형 로펌이 고급 법률 시장을 독식하고, 그 아래 일반 대민 시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신흥 네트워크 로펌들이 치고 올라오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합병 움직임을 이러한 과점 체제 속 중견 로펌들의 생존 전략으로 분석한다. 한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메이저 로펌도 아니고 소형 부티크도 아닌 중간 지대의 로펌들은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샌드위치 상황"이라며 "초거대 기업의 벤더(협력사) 리스트에 들어가기 위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것은 필수가 됐고, 생존을 위해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 지붕 두 가족·재무 리스크 극복 관건= 합병의 당위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수백 명 규모의 중견 로펌 간 '화학적 결합'에 이르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한 로펌 파트너 변호사는 "몸집이 큰 로펌들은 '황혼 재혼'처럼 살아온 환경이 달라 합병이 매우 까다롭다"며 "배당 구조의 경우 기존보다 낮추지만 않으면 협의가 가능하지만, 진짜 문제는 합병 방식과 그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라고 했다.
실제 로펌 합병은 크게 '새로운 법인을 신설하는 방식'과 '한 법인을 해산하고 다른 법인에 가입(흡수)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후자를 택할 경우 내부 경영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해산하는 법인의 기존 고객들과 맺은 위임 계약을 일일이 새로 정리해야 한다. 소속 근로자들의 퇴직금 정산 문제 역시 복잡한 골칫거리로 떠오른다.
무엇보다 구성원 변호사들의 '채무 승계' 문제가 합병의 뇌관이다. 합병 법인의 구성원 변호사로 등록되는 순간, 회사가 진 채무까지 나눠야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무가 있는 법인을 해산하고 합칠 경우, 그 채무 부담이 개인 구성원 변호사들에게 각각 전가될 수 있어 셈법이 훨씬 복잡해진다"고 했다.
◆"천수답 벗어나자"… 시너지가 합병 핵심= 그럼에도 로펌들이 합병을 서두르는 이유는 법률시장 포화와 맞물려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건이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식의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탄탄한 자문 고객망을 통해 상시 접점을 유지하다가 분쟁이 발생하면, 판사들을 설득할 노하우를 갖춘 강력한 전관 중심의 송무팀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대형 로펌 6곳에 치중돼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과거의 합병이 단순히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서로 부족한 전문성을 채우는 '시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송무에 강한 대륙아주와 자문에 뛰어난 린의 합병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케팅 비용의 효율화도 실질적인 시너지로 꼽힌다. 선두권 대형 로펌들은 별도의 대중 광고를 하지 않는 반면, 그 아래 순위의 신흥 로펌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맹추격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견 로펌들은 각자 집행하던 마케팅 예산을 하나로 합쳐, 기업 고객이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법률 강의 등 한 차원 높은 B2B(기업 간 거래) 영업 전략을 구사하는 추세다.
◆2000년대 대형화 붐 이후 소강… 법률시장 포화로 재점화= 합병은 과거에도 로펌들이 유용하게 활용했던 성장전략이었다. 특히 국내 로펌업계에 대형화 바람이 불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활발했다. 현재 대형 로펌인 광장·세종·화우 모두 이 시기 합병을 통해 단숨에 몸집을 불렸다.
광장은 2001년 한미와 합병해 지금의 기틀을 다졌다. 2005년에는 제일국제특허법률사무소와 합쳤다. 화우도 2003년 화백과 우방이 합병해 탄생했으며, 2006년 김신유와 추가 합병했다. 세종은 2001년 열린합동법률사무소를 흡수합병했다. 2008년 지평·지성 합병으로 7위권 대형 로펌이 탄생했고, 이듬해 대륙·아주 합병이 성사되며 10위권 진입이 이뤄졌다.
한동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로펌 간 합병은 코로나19 이후 몸집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하며 다시 불붙었다. 2023년 클라스·한결, 2025년 LKB·평산 합병에 이어 이번 대륙아주·린, 원·민후까지 10위권 안팎에서 지각변동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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