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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 너무 과해” 李대통령도 지목…고환율 배경? 외국인 5월 역대급 매도 [금융안정보고서]

2026.06.24 11:01

5월 누적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778.4억 순유출
글로벌IB·연기금 차익실현…리밸런싱 매도 확대
추가 유출 배제 못 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
고환율 장기화에 기업대출 연체율도 1년 만 상승
석화·금속 ‘취약 업종’, 도소매·부동산 ‘주의 업종’


서울 중구의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보이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유혜림·박성준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이탈이 지목되는 가운데 올해 5월 누적 외국인의 주식자금 순유출 규모가 778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5월 한달만 300억달러 넘게 이탈돼 월간 최대 순유출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높아진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당분간 리밸런싱과 차익실현 목적의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고환율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4분기 만에 반등한 기업대출 연체율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인 주식투자 778억달러 순유출=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5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총 778억4000만달러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자금은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유출 국면에 접어들었다. 순유출 규모는 2월 135억달러에서 3월 297억8000만달러로 급증한 뒤 4월에는 26억8000만달러로 축소됐지만, 5월 한 달에만 318억3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순유출 규모다.

올 들어 외국인 증권자금 흐름은 채권과 주식시장에서 엇갈리고 있다. 주식자금은 순유출 흐름을 이어가는 반면, 채권자금이 완만하게 유입되고 있다. 채권자금은 중동 분쟁이 격화됐던 지난 3월 대규모 순유출을 기록한 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시작된 4월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다만 유입 속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다소 완만한 수준이다.



한은은 채권시장에서 WGBI 편입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은 올해 1~5월 중 WGBI 편입 대상인 국고채를 176억달러 순매수한 반면 통화안정증권 등 비편입 채권은 99억달러 순회수했다. 특히 WGBI 편입 기준에 해당하는 잔존만기 1~30년 국고채로 범위를 좁히면 4~5월 월평균 순투자 규모는 68억달러로 지난해 월평균(41억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계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WGBI 추종 자금이 유입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주식시장에선 투자 주체별로 매도세의 양상이 달랐다. 3월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이, 2월과 5월에는 글로벌 펀드와 연기금이 순유출을 주도했다. 특히 3월에는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확대되고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IB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후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자 글로벌 펀드와 연기금은 자산 배분 차원의 리밸런싱과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이후 외국인 주식자금은 주가 상승 이후 차익실현과 리밸런싱 목적의 유출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있다”면서 “최근 높아진 주가 수준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추가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은 외환 수급 측면에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최근 환율 상승 배경으로 외국인의 차익실현성 주식 매도를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중반까지 오른 것과 관련해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과하다”며 “우리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외국인 매수가 들어와서 원래는 달러 공급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급격히 오르다 보니까 외국인들은 (전체 보유 중) 한국 포션이 커지니까 줄여야 되게 됐다”고 밝혔다.

▶고환율 장기화에 취약업종 비상=더욱이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워, 이미 취약해진 업종의 채무상환 능력을 한층 더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실제로 기업들이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다시 높아졌다. 전체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는데도 연체율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빚 부담이 특정 업종에 쏠리는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금융권 합산·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비중)은 2.43%로, 직전 4개 분기 연속 떨어지다가 1년 만에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2013년 이후 장기평균인 1.6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상장기업(2854곳 기준)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3%로 전년(5.6%)보다 올랐고, 부채비율도 80.6%로 1년 새 낮아졌지만 연체율이 오른 배경에는 일부 취약 업종의 부진이 자리한다. 이에 한은은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을 ‘취약 업종’으로, 도소매·부동산을 ‘주의 업종’으로 따로 분류했다. 취약 업종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나빠진 곳이고, 주의 업종은 수년째 실적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조금씩 뒷걸음질 친 곳이다.

특히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건설은 2021년 8.1배에서 지난해 1배로 떨어졌다. 석유화학(14.1배→1.3배)과 금속제품(15.7배→3.2배)도 같은 기간 큰 폭으로 낮아졌다. 1배 밑으로 내려가면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으로 본다.

이런 부진은 일시적 충격이라기보다 산업 자체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건설은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데다 높은 환율로 자재값 부담이 커졌고, 석유화학과 금속제품은 중국발 공급 과잉에 짓눌리고 있다는 것이다.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한 경영 악화가 금융권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해 연체율이 5.48%까지 치솟았다. 주의 업종인 도소매(2.52%)와 부동산(3.01%) 역시 전체 평균을 웃돈다. 이들 업종은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도소매·부동산 두 업종만 합쳐도 기업대출의 36.5%에 이른다.

실제로 국내은행이 떼일 가능성이 큰 부실여신(고정이하여신)은 올해 3월 말 17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22년 9월 9조7000억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꾸준히 늘어 약 두 배가 됐다. 더욱이 건설은 빌린 돈의 47.3%를, 부동산은 30.9%를 저축은행·상호금융 같은 비은행에서 조달했다. 비은행은 은행보다 손실을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부실이 커지면 일부 취약한 비은행을 중심으로 위험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한은은 구조적 부진에 빠진 건설·석유화학·금속제품에 대해서는 “산업 체질을 바꾸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구조조정을 일관되게 추진하되 필요하면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는 금융 지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대출 규모가 크고 연체율도 높은 도소매·부동산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자산건전성 관리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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